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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아 작가의 광양 문화기행③] 광양시민의 요람, 백운산

백숙아 작가의 광양 문화기행 ③

[백숙아 작가의 광양 문화기행③] 광양시민의 요람, 백운산

백숙아 작가 2022/01/09

 알록달록 물든 산의 전경 모습 함께 우측에는 전통문양 이미지 안에 백숙아 작가와 떠나는 광양문화기행 3편 제목이 쓰여져 있고 그 옆에 흰색글씨로 광양시민의 요람, 백운산이 세로로 쓰여져 있다.

우리네 삶은 여행이다.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것이다.
머묾이라는, 정착지에서 우리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즐기고 인간이 만든 일터를 오가며 지난한 삶을 영위해 간다.
자연환경은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되면서 다시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만들어간다.
우린 그 속에서 머묾을 즐기며, 삶을 향유해 나가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살고 있고 네가 살고 있는 이곳이 멋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겹겹이 쌓인 문화의 도시이자 역사의 도시 광양으로 초대한다.

천혜의 생태보고, 백운산

광양은 전남도에서 지리산 노고단(1,507m) 다음으로 높은 백운산(1,222m)과 생태보이 으뜸인 섬진강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소백산맥의 지맥인 백운산은 광양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우리나라 자연생태 연구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백운산에 오르 지리산 주능선과 남해안 한려수도, 광양만의 환상적인 조망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산 정상에 세워진 비석과 저 멀리 봉우리 전경이 보이는 사진이다

▲ 전라남도의 진산 백운산 정상 상봉(1222m). 저 멀리 지리산 그리메가 손에 잡힐듯하다.

광양 백운산은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로, 광양시 4개(봉강, 옥룡, 진상, 다압)면과 구례군 간전면의 경계 지역에 위치하며, 해발 1,222m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한라산 다음으로 식물 분포가 다양해 현재 1,0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니 전남지역 생태계의 보고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특히 백운산에 서식하고 있는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 수액은 맛과 향이 전국 일품이라 백운산의 특산물로 유명하다.

50여 년 동안 광양에 살면서 백운산에 100여 번은 오른 것 같다. 오늘은 백운산의 아름다운 절경 속에 빠져 4대 계곡부터 휴양림 그리고 백운산에 깃든 신령스러운 세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백운산 4대 계곡

산 정상에 분홍색 꽃이 핀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백운산에는 계절마다 장관을 이루는 4대 계곡이 있다. 봉강면 성불계곡, 옥룡면 동곡계곡, 진상면 어치계곡, 다압면 금천계곡이다. 각각의 계곡마다 풍경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이 다르기 때문에 계절에 맞춰 찾아가면 가장 아름다운 백운산을 만날 수 있다.

돌이 많은 계곡에서 사람들이 물놀이하는 모습으로, 오른쪽 하단에 봄-어치계곡이라고 캡션이 들어가 있다.

봄에는 계곡 주변이 하얀 매화꽃으로 뒤덮이는 어치계곡이다. 진상면 어치리에 위치해 길이가 7㎞에 달하는 어치계곡은 이른 봄, 지인들이 광양에 놀러 오면 고로쇠 약수를 맛보러 종종 들리곤 한다. 특히 계곡을 뒤덮은 봄의 매화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더욱이 섬진강 매화마을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매화가 만개하는 봄날에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바위 사이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어치계곡에서는 구시폭포를 빼놓을 수 없다. 바위 절벽 사이에 자리한 구시폭포는 모양새가 소나 돼지의 먹이통(구시)을 길게 깎아 놓은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혹심한 가뭄이 와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단오절과 한로절이면 선인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하니 봄바람이 부는 날 찾으면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이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며 물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오른쪽 하단에 여름-금천계곡이라고 캡션이 들어가 있다.

다압면에 위치한 금천계곡은 선녀가 내려와 베를 짰다는 옥녀봉에서 발원했다. 광양 다압면과 하동 화개장터를 잇는 섬진교 덕분에 여름철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또한 4대 계곡 중 유일하게 섬진강을 끼고 있어 섬진강의 절경은 덤이다.

금천계곡은 섬진강의 특산물인 재첩과 다슬기, 참게 등으로 만든 요리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시원한 계곡부터 고요한 섬진강까지 두루 볼 수 있어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호젓하고 정겨운 여름 피서지가 될 것이다. 금천리 마을 입구 ‘광양시민휴게소’에서 다양한 관광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붉게 단풍이 된 나무들 사이로 물이 흐르는 계곡의 모습으로 우측 하단에 가을-동곡계곡이라는 캡션이 들어가 있다.

가을에 절경을 이루는 옥룡면 동곡계곡은 백운산 계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백운산 정상과 따리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곡물은 광양읍 동천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가는데 실제 길이가 10㎞에 이른다고. 특히 다른 계곡들과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해 가을 단풍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유난히 많다. 백운산 계곡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을 만큼 단풍이 절경이다. 계곡 위로 드리워진 울창한 숲은 10월 하순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해 11월 초 절정을 이룬다.

눈으로 뒤덮힌 바위들의 모습으로 우측 하단에 겨울-성불계곡이라는 캡션이 들어가 있다

광양 봉강면에는 백운산 봉우리인 형제봉과 도솔봉이 높이 솟아 있다. 도솔봉, 형제봉 사이에서 발원한 성불계곡은 약 2㎞에 걸쳐 맥을 잇고 있다. 날렵한 기암괴석과 바위 사이 계곡의 맑은 물, 수려한 삼림은 1~2월이면 새하얀 얼음과 눈꽃으로 뒤덮인다. 한 폭의 수묵화처럼 멋진 겨울 계곡과 눈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성불계곡이 제격이다.

성불계곡 근처에는 오랜 세월을 품은 산장들이 즐비해 있다. 닭구이, 백숙 등으로 유명한데 추운 겨울날 그림 같은 산장에서 멋진 요리와 함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뜨끈한 화덕에서 갓 구워낸 담백한 화덕피자까지 곁들일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백운산휴양림에서 잠시 쉬어가기

푸른 나무로 가득한 자연휴양림의 모습이며 숲 사이로 산장이 보인다

2000년 6월에 개장한 백운산자연휴양림은 백운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삼림욕장, 산책로, 야영장, 전망대, 피크닉장, 산막, 황토방, 종합숙박시설, 황토길, 야생화 단지, 수생식물서식지, 하천계류의 생태계 체험시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아이들과 가족단위로 찾기 좋다. 특히 생태숲에는 자생식물 자원의 보과 자원화 연구 기능을 하는 공간도 있어 자라나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하다.

왼쪽은 나무덱트 위에서 여러명의 사람들이 요가매트를 깔고 누워서 삼림욕을 즐기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산속에서 여러개의 텐트가 설치된 모습이다

휴양림은 잘 보된 원시림과 삼나무, 편백나무 등의 인공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아름다운 수목이 비단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몸에 좋은 원적외선을 뿜어내는 2㎞의 황토길을 맨발로 한 바퀴 돌면 온몸의 피로가 가신다. 아무 생각 않고 머릿속을 비운 채 황토길 숲을 하염없이 거닐어 보자.

영검한 세 가지 기운을 지닌 백운산

백운산은 예로부터 봉황, 여우, 돼지 등 영검한 기운과 정기를 지닌 영산으로도 유명하다. 백운산휴양림 초입의 비석에 새겨진 세 가지 정기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숲을 올라가는 초입을 찍은 사진으로 동물 동상 세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다

백운산 봉황의 정기는 입신양명과 세속에서의 성공을 뜻한다. 이를 내려받은 위인이 조선시대 기묘명인(기묘사화에 참여한 사림) 21인 신재 최산두다. 최산두는 광양 봉강면에서 태어나 옥룡계곡 중간쯤에 있는 ‘학사대’라는 바위굴에서 2년간 공부한 후 정치에 입문했다. 신재 선생이 바위에 직접 새겼다고 내려오는 ‘학사대(學士臺)’ 글씨가 지금도 정자 옆에 있다. 옥룡계곡 중간쯤에 자리한 바위산장에서 학사대를 바라다보며 잠시 조선의 선비가 되어 봉황의 정기를 느껴보자.

산 중턱 바위위에 설치된 정자를 찍은 사진이다

두 번째는 미모와 지혜를 뜻하는 여우의 정기다. 여우의 정기를 받은 사람은 고려시대 월애(月涯) 부인이다. 월애 부인은 옥룡면 초암부락에서 태어났다. 궁녀로 차출된 월애 부인은 어려서부터 얌전하고 미모가 빼어났다.

왼쪽은 초암마을이라는 비석을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마을의 하천 전경 모습이다

▲ 지금도 여전히 월애촌으로 불리고 있는 초암마을

훌륭한 미모에 인품과 지혜까지 뛰어난 궁녀였던 월애에게 왕이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월애는 고려 조정 내에서 상당한 세력을 잡았고, 이후 옥룡면 초암 부락에 월애촌이 만들어졌다. 백운산의 정기를 담은 맑은 물과 아름다운 풍광을 월애 부인도 마음껏 누리며 성장했으리라. 초암 부락 월애촌을 찾아 옥룡면사무소 맞은편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 모두 여우의 정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백운산의 마지막 신령한 기운은 부와 재물을 뜻하는 돼지의 정기다. 신기하게도 돼지의 정기를 지닌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과연 돼지의 정기는 누가 언제 타고나려는 것일까? 필자는 광양문화연구회장을 역임하며 수많은 추측을 해봤지만 아직까지는 광양에서 돼지의 정기를 타고난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는 있겠다.

광양의 금은보화, 보물섬이라고 할 수 있는 금호도! 그 위에 세워진 글로벌 철강기업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돼지의 정기를 타고난 게 아닐까? 부와 재물을 뜻하는 백운산의 마지막 영검한 기운을 광양지역의 대표기업인 포스코가 내려받은 게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새하얀 구름을 뜻하는 백운산이 신령스런 기운을 품어내는 명산임은 틀림없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 광양시민의 요람이자 영험한 기운을 지닌 백운산을 찾아보면 어떨까? 백운산 등반은 험준한 코스로 유명하니, 가족들과 함께 삼삼오오 백운산 둘레길부터 가볍게 돌아보면 좋겠다.

왼쪽엔 안경을 쓴 여성의 프로필 사진이 있으면 오른쪽은 백숙아 작가, 전남 광양 출생. 문학박사, 시인, 서양화가이자 남도인문학연구소장, 광양문화연구회장, 한국가사문학진흥위원회 위원이다. 순천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시집 [시간의 첫 선문], 공정 [한국명품가사100선], [독서와 표현], [광양, 사람의 향기]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다 라고 설명이 쓰여져 있다.

포스코그룹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응원합니다 라고 쓰인 파란색 배경의 응원배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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