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게는 생애 첫 미술관이 되어주고, 어른에게는 가장 사적인 예술이 되어주는 그림책. 세대를 잇고 마음을 연결하는 특별한 힘을 지닌 매체이기도 합니다. 포스코미술관에서는 5월 26일부터 7월 26일까지 두 달간 그림책이 걸어온 특별한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카이브 전시 《한 장의 세계 : 그림책 100년의 여행》 展을 진행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며, 그림책이 품은 이야기와 예술적 감동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림책 100년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
19세기 근대 삽화부터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정수까지 총망라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폴 랜드, 브루노 무나리 등 세계적인 미술 거장들의 그림책 초판본 200여 점을 공개합니다. 초판본은 작가의 본래 의도와 당대의 미학적 감각이 온전히 보존된 예술의 원형인데요. 종이의 질감, 인쇄 방식에 따른 색의 밀도, 판형과 제본 방식 등 초판본만이 지닌 고유한 물성이 있어서 이를 직접 마주하는 일은 그 자체로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되죠. 전시장 한편에는 이러한 초판본의 매력을 오감으로 느끼며 그 시절의 정서와 미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전시 끝자락에는 그림책을 직접 펼쳐보며 잊고 지낸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따뜻한 체험 공간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삽화’는 본래 잡지나 신문, 광고 등에서 글의 내용을 보충하거나 강조하기 위해 덧붙이는 그림을 말합니다. 19세기 말 이전까지만 해도 삽화는 글을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했으나 인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독자적인 ‘근대 삽화 예술’로 꽃피우기 시작했는데요. 케이트 그린어웨이(Kate Greenaway), 월터 크레인(Walter Crane), 랜돌프 칼데콧(Randolph Caldecott)은 바로 이 현대 그림책의 시초가 된 삽화 예술의 거장들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국 그림책의 황금기를 이끈 케이트 그린어웨이의 첫 번째 그림책 <창가 아래서 Under the Window>(1879년 초판본)를 비롯해, 세 거장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당시 그림책은 주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딱딱한 교훈을 주는 도구에 불과했는데요. 하지만 거장들은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에 담아내며, 책이라는 매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시간이 흘러 20세기 초에는 세계 곳곳에서 미술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기하학적이고 파격적인 시각 구성을 선보인 ‘구성주의’가 등장했고, 독일 바우하우스에서는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간결한 형태와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디자인이 발전하기 시작했죠. 이 실험들이 대중화되면서 오늘날 현대적인 그림책 디자인의 기틀이 된 미드 센추리 모던 시기까지의 역사가 이번 전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실험 정신을 아동 도서에 접목해 현대 그림책 혁명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레베데프(Vladimir Lebedev)의 <서커스 Circus>(1925년 초판본)를 선보입니다. 서커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포스터처럼 강렬하고 세련되게 표현한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희귀본으로 이번 전시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될 작품입니다.
아기자기한 삽화부터 생동감이 넘치는 현대 디자인까지, 그림책이 담아온 경이로운 여정을 포스코미술관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20세기 초의 디자인 혁명을 지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하나의 예술적 오브제로 재탄생한 현대 그림책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추상과 콜라주, 그리고 개념적 사고가 결합한 현대 그림책의 정수를 만날 수 있죠. 그 중심에는 20세기 예술과 디자인·그래픽 분야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가 있습니다. 동물의 고유한 특징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그려낸 <동물 장수 il venditore di animali>(1945년 초판본)부터 창의성과 위트가 돋보이는 <세 마리 작은 새 이야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그림책이 예술적 오브제로 진화한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브루노 무나리뿐만 아니라 IBM과 UPS 등 세계적인 기업 로고를 디자인한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 폴 랜드(Paul Rand)의 작품도 만날 수 있는데요. 그가 자신의 자녀와 아이들을 위해 만든 그림책 <반짝반짝 빙글빙글 Sparkle and Spin>(1957년 초판본)은 아이에게는 흥미진진한 미술관이 되어주고,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동심을 되살려 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빚어낸 미학과 예술적 철학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그림책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림책을 예술로서 오롯이 누려보는 따뜻한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각자의 시선으로
예술을 누릴 특별한 기회, 《한 장의 세계: 그림책 100년의 여행》展
책이라는 가장 조용하고도 대담한 매체가 펼쳐온 예술적 여정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시각적 영감과 따뜻한 위로를 얻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