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색어는 최소 두 글자 이상 입력해주세요.

포스코가 호주 철광석 광산에 투자한 이유

포스코가 호주 철광석 광산에 투자한 이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비록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이 나라에 예로부터 부족한 자원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철광석’이다.

* 북한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의 노천광인 무산광산을 포함, 북한 내 철광석 매장량은 약 25억 톤에 달하나 품위가 낮아 별도의 선광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내 철광산의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아 대부분 문 닫은 지 오래다.

철강 제조원가 중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분의 2 수준. 때문에 해외 철광석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글로벌 철강사들의 영업이익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한다. 특히 요즘처럼 COVID-19로 인한 공급 차질 및 중국 경기 회복 조짐에 따른 수요 증가로 철광석 가격이 6년 만에 톤당 13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면, 철강 수익성이 하락하고 이는 철강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안정적인 원료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원료확보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세계 철광석 시장이 브라질 Vale, 호주 Rio Tinto, BHP, FMG 등 4개사가 총 70% 이상 공급하고 있는 과점 시장이라는 데에 있다. 4개사 중 1개사에서만 생산 차질이 생겨도 철광석 가격은 크게 영향을 받는데, 지난해 발생한 브라질 Vale社 페이자오(Corrego do Feijao) 광산의 광미댐(Tailing dam) 붕괴사고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1월 사고 발생 이후, 반년 만에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거의 2배가 된 것.

글로벌 철광석 가격 추이 그래프 (달러/톤) 18.1부터 20.7까지의 그래프. 19.1 - 브라질 Vale 댐 붕괴사고, 20.1~20.4 사이 COVID-19 감염확산

원료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철강사로서는 기존 메이저 원료사로부터 철광석 구매 의존율을 낮추고,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투자를 통한 수익성까지 확보되는 원료 투자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해외 원료 투자라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신규 철광석 광산개발에 보통 10조 원 이상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어 투자 기회가 거의 없는 데다, 철광석 시장은 이미 과점시장으로 신규 철광석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 4개사가 철강사의 신규 철광석 투자 참여를 달가워 할 리는 없을 터.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기에 2010년 포스코는 Hancock 사의 로이힐(Roy Hill) 철광석 개발사업 투자를 전격적으로 결정한다.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로이힐 광산 지도.

▲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로이힐 광산

로이힐 철광석 광산은 철광석 매장량이 23억 톤에 달하는 호주 최대의 단일 광산으로, 서호주 퍼스(Perth)에서 1,100km 떨어진 필바라 지역에 위치해 있다. 2010년 포스코가 초기 투자한 이래 2012년 포스코 12.5%, 일본 Marubeni 상사 15%, 대만 China Steel 2.5%, 호주 Hancock 사 70% 지분 비율로 로이힐 컨소시엄이 구성되었다. 2015년 10월 로이힐 광산 건설이 완료되어 같은 해 11월부터 생산을 개시했다. 2018년에는 연간 55백만 톤 정상 조업을 달성함으로써, 로이힐은 세계 5위 규모의 철광석 회사로 성장했으며,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에도 판매되고 있다.

특히 로이힐 철광석 사업은 호주 철광석 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투자비의 약 60%를 Project Financing으로 조달 후, 올해 2020년 8월에 차입금 전액을 상환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성공한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야적장에 쌓인 로이힐 철광석을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 야적장에 쌓인 로이힐 철광석

로이힐 철광석이 포항제철소에 첫 선적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2월. 현재 포스코는 총 소요 철광석의 4분의 1 이상인 15백만톤 가량을 로이힐에서 경제적,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로이힐 홀딩스 이사진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 향상과 견조한 수익 실현을 근거로 창립 이후 첫 배당을 실시한다고 이달 결의했다. 전체 배당액은 총 475백만 호주 달러(약 4,036억 원)로 이중 포스코는 보유 지분 12.5%에 해당하는 한화 약 500억 원을 올해 안에 지급받게 된다.

호주 서북부에 위치한 Port Hedland에서 로이힐 철광석을 실은 배가 한국으로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호주 서북부에 위치한 Port Hedland에서 로이힐 철광석을 실은 배가 한국으로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호주 로이힐 철광석 사업 투자 결정은 포스코 원료 투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형 투자사업이었다. 그만큼 초기 투자 결정이 쉽지는 않았으나,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주관 부서의 추진력과 경영층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기존에 쓰지 않았던 새로운 품위의 철광석으로도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포항, 광양 두 제철소의 뛰어난 조업기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신규 광산 철광석은 산지에 따라 고유 성분과 품위가 상이하여 쇳물을 정밀히 제어할 수 있는 뛰어난 조업기술이 뒷받침되어야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신규 철광석의 사용성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

지난해 세계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의 총 EBITDA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의 3분의 1수준을 Mining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사례에서 보더라도 경제적인 원료 구매와 안정적인 원료 공급원 확보는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포스코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원료투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고- 포스코 서호주사무소 권영무 소장의 사진

기고 : 포스코 서호주사무소 권영무 소장

포스코에서 20년간 해외자원개발 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원료 투자사업 전문가. 2000년 경력직으로 입사한 이래, 호주 포스맥 철광석 사업을 비롯한 총 8건의 신규 광산 투자사업을 진행했다.

여기서 잠깐! 포스코가 호주의 최대 고객사라고요?

(왼) 미국 국기 - (중) 포스코 로고 - (오) 한국 국기

네 맞습니다. 포스코는 호주로부터 매년 5조 원 이상의 철광석, 석탄, 니켈 등 원료를 수입하는 단일기업 기준 호주의 최대 고객사입니다. 1950년에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호주는 1962년 한국과의 수교 이래 지난 60여 년 간 정치, 외교 분야에서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이어오고 있어요. 또한 교역, 투자 분야에서도 호주는 한국의 6대 교역국이자 자원·에너지 분야 최대 투자국이고, 한국은 호주의 4대 교역국이랍니다.

현대적인 철강 산업이 꽃피기 시작한 19세기 말, 20세기 초.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 위치한 전통적인 제철소는 내륙의 광산으로부터 철광석 또는 석탄을 실어 오기 위해 산지 인근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이후에 내륙에 원료가 부족한 한국과 일본에서 바닷가에 제철소가 건설되고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1940~60년대 서호주에서 철광석이 발견되고 원료의 해상운송이 가능해진 영향이 크답니다.

포스코는 창립 초부터 호주에서 철광석을 구입했는데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당시 터키나 브라질 같은 개발도상국들의 제철소 건설이 계속 지체되어 호주의 원료사들이 개발도상국에 원료를 공급하길 꺼려했는데, 한국에서 온 포항제철(포스코)이라는 회사가 가져온 사진에는 허허벌판 부지에 공장 간판만 서 있었죠.

제선공장 표지판의 모습

“어떻게 믿으라는 겁니까? 2차 대전 이후 신설 제철소와는 계약대로 이행한 예가 없어요”

원료사들은 이처럼 강경했지만, 포스코는 포기하지 않고, 주한 호주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호주탄광협회를 찾아가 설득하는 한편, 시드니 주재 한국대사관과 함께 계속해서 포스코의 노력과 의지를 표현한 끝에, 당시 1년에 1억 톤을 생산하는 일본과 동일한 조건으로 원료를 장기구매 계약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1971년의 일로, 포스코는 2년 뒤인 1973년 6월 9일 드디어 포항 제1고로(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첫 ‘출선’에 성공했는데, 바로 그해 가을, 원료가격 폭등으로 전 세계 제철소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던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났어요. 포스코가 가동 초기 석유파동에도 원료비 부담과 적자 경영 없이 정상 조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호주로부터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 덕분이었답니다. 이후, 포스코가 첫 출선에 성공한 6월 9일은 ‘철의 날’로 제정되어, 오늘날까지 기념하고 있어요.

관련 글 보기

URL 복사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공유하기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