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KBS 아침 드라마 ‘복희누나’의 홍백구를 기억하시나요? 드라마에서 한 여자만을 향한 남자의 진정한 순정을 보여준 홍백구! 그 역을 맡았던 배우가 바로 조선형 씨입니다. 그런데 연기 활동만으로도 분주할 듯한 조선형 씨가 최근에는 다른 일을 하느라 바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그가 요즘 자신을 소개하는 말도 예상을 깨뜨립니다.
안녕하세요. ‘연극 청춘밴드’의 연출을 맡은 조선형입니다.
배우가 연극 연출을?! 조선형 씨에게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배우 조선형, 가능성에 도전하다!
1년 전, 조선형 씨의 이력은 ‘배우’로 가득했습니다. 대학에서 전공한 것도, 가장 자신 있고 좋아하는 것도 연기였거든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같은 유명 작품을 거치면서는 적지 않은 팬이 생겼을 정도였죠.
‘청춘밴드 시즌3’ 공연 장면
하지만 오래전부터 조선형 씨는 록과 기타를 사랑하는 자칭 ‘음악인’이라는데요. 그에게는 무대에서 작품으로서 관객을 만나는 공연예술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조선형 씨는 자신의 꿈을 꽃피울 운명적인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배우가 직접 무대에서 라이브 연주도 펼치는 연극이자 진정한 꿈과 청춘의 의미를 묻는 ‘연극 청춘밴드’입니다. 조선형 씨는 이 작품을 만나면서 과감한 도전을 결심하는데요. 직접 연출가가 되기로 한 것입니다.
청춘밴드 시즌2의 연출을 처음 시작하면서, 원래 배우였던 제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가능성을 닫아놓은 건 잘못된 거 같아요. 도전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가능성을 알 수 있겠어요.
쉽지 않은 연출가의 길, 그러나 포기는 없다
하지만 연극 연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배우와 스태프들을 이끌며, 배우를 통해 무대 위에서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일은 숙련된 연출가도 고되기 마련인데요. 하물며 초보에, 게다가 전문 연출가가 아닌 ‘배우 출신 연출가’라는 꼬리표까진 달리니 여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극 연습 중 배우와 마찰을 빚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땐 홧김에 계속 배우만 할 걸, 왜 시작했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거쳐야 할 과정이었던 거 같기도 해요. 덕분에 어떻게 하면 제 의견을 배우들에게 잘 이해시킬 수 있는지, 배우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은 무엇인지도 배울 수 있었어요.
내 꿈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첫 연출작에서 쓴 경험을 한 만큼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조선형 씨는 ‘연극 청춘밴드 시즌3’를 위해 훨썬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참고될 만한 공연을 샅샅이 본 건 물론이고, 대본을 들고 이름난 연출가들을 찾아가 자문하기도 했습니다. 연극 연출 관련 서적 서른 권을 사 늘 옆에 달고 지내고요. 연습을 시작하기 전, 매일 배우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배역의 해석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광적(!!)으로 일하는 걸 보면, 아직도 사람들이 묻곤 해요. 그냥 연기만 할 것이지, 왜 힘들게 연극 연출까지 하느냐고. 근데 어쩌겠어요. 힘들어도 할 만하니까 하는 건데. 게다가 너무 재밌는데.
대학로에서 연극을 한다는 말은, ‘저 굉장히 가난하고 힘든 사람입니다’라는 뜻과 같은데 조선형 씨가 그러한 대학로 연극 생활을 10년 넘게 버틸 수 있던 건 바로 이러한 순수한 열정 때문 아니었을까요? 어느덧 삼십 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지만, 조선형 씨의 꿈과 희망은 그 어느 청춘에 뒤지지 않습니다.
연극 연출이든, 배우 생활이든 일단은 저를 위해 하는 거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해요. 이 세상에 오직 나만 있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아무도 제 작품이나 연기를 보고 즐거워해 주지 않을 텐데. 그러니 앞으로도 멈추지 않으려고요.
‘연극 청춘밴드’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 ‘난타’처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조선형 씨. 그는 자신의 롤모델인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처럼 배우 활동과 공연계 모두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자신의 꿈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즐거워할 수 있게 말이죠. 조만간 브라운관을 통해 배우로서의 모습도 멋지게 보여줄 준비도 마쳤다는데요. 조선형 씨는 오늘도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이 남긴 말을 되뇌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꿈을 포기하지 말자. 꿈이 사라져도 당신은 존재하지만, 사는 것은 끝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