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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불이 꺼지면 어떻게 되나요?

STEEL Talk 11

용광로 불이 꺼지면 어떻게 되나요?

2019/12/05

STEEL Talk에서는 STEEL(철강)은 물론 Science, Technology, Energy, Environment and Life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제철소 용광로는 하루 종일 켜져 있나요? 불을 끄면 어떻게 되나요?

여러분은 용광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있나요? 아마 교과서 속 사진이나 TV 화면에서 얼핏 본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아마 실제로 본 경험은 많지 않을 텐데요. 아래 사진과 같이 용광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익숙하실 거에요.

용광로에서 흘러 나오는 쇳물과 작업중인 근로자

사진 속의 포스코맨은 용광로에서 쇳물이 잘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출구)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1,500℃가 넘는 쇳물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포스코인들이 가지고 있는 용광로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철광석은 용광로에서 녹아 쇳물이 됩니다. 이 쇳물은 다음 공정에서 불순물을 걸러낸 뒤 큼지막한 직육면체 형태로 만들어지고, 각기 다른 공장들로 보내져 다양한 철강제품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이를 일관제철 공정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쇳물부터 최종 철강 제품이 나올 때까지 쉴 새 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용광로나 제철소 전체가 모두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시스템인 겁니다.

용광로에 불이 꺼지면 용광로 자체가 거대한 철 덩어리로 굳어져 버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합니다. 최소 5,000억 원~1조 원 가까운 돈을 들여야 하고 다시 만드는데도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죠. 용광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예요. 제철소는 쉴 새 없이 흘러가는 공정이라고 말씀드렸죠? 용광로 이후 쇳물을 사용하는 공장들이 모두 마비되어버리기 때문에 용광로가 멈춘다는 것은 결국, 제철소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포스코인들에게 있어 용광로는 ‘신성한 숭배’의 대상과도 같다고 할 수 있어요. ’73년 포항제철소 1고로에 처음 불을 지필 때 태양열을 채화해 불씨를 만들었단 걸 알고 계실까요? 포스코 역사록에는 ‘성화 봉송주자들이 차례 차례 ‘하늘의 불씨’를 넘겨받았다’라고 가슴 뭉클하게 적혀 있어요.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를 기리기 위한 성스러운 의식으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하는 모습. 동그라미 안의 사진은 당시 박태준 사장이 포스코 최초의 용광로에 불을 지피기 위해 태양열을 채화하는 모습('73.6.7)

▲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를 기리기 위한 성스러운 의식으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하는 모습. 동그라미 안의 사진은 당시 박태준 사장이 포스코 최초의 용광로에 불을 지피기 위해 태양열을 채화하는 모습(‘73.6.7)

하늘이 내린 소중한 불씨를 담아 우리나라에 첫 쇳물을 생산해냈기 때문인지 몰라도, 포스코인들에게 용광로는 반드시 수호해야 할 숭고한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 사명감은 고대 페르시아 시대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가 제례의식에 사용하기 위한 불을 소중히 다루고, 구석시대인들이 어렵게 지핀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만큼이나 깊고 무거운 것이에요. 하늘의 불씨가 만들어낸 쇳물이 대한민국 제조업 발전의 초석을 이루었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모든 곳에 살아 숨 쉬게 되었으니까요.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용광로가 꺼진 제철소들이 여럿 있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용광로만 꺼진 것이 아니고 그에 딸린 다른 공장들을 돌릴 수 없어 결국 제철소가 폐쇄되었죠. 제철소 폐쇄는 지역 경제의 몰락을 가져왔고, 이는 한 나라 전체의 경기 악화라는 아픈 결과를 낳았죠.

즉, 용광로에 불이 꺼진다는 것은 단순히 다시 지으면 된다는 의미로만 바라봐서는 안 될 큰 문제예요. 용광로에 불이 꺼지면 제철소 전체에 불이 꺼집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4개, 광양제철소에 5개의 용광로를 운영하고 있는데 용광로가 꺼지면 지역 경제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 파급 효과가 어마어마한 거죠.

우리가 잘 느끼진 못하지만, 우리 몸의 ‘심장’이 24시간 365일 힘차게 박동하며 온몸에 피를 순환시켜 숨 쉬게 해주는 것과 같이, 포스코의 용광로는 24시간 365일 쇳물을 쏟아내며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아 숨 쉬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24시간 365일 묵묵히 쇳물을 다루고 있는 포스코맨의 모습

▲ 24시간 365일 묵묵히 쇳물을 다루고 있는 포스코맨의 모습

포스코의 용광로들은 Big Data와 AI 등 첨단기술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등대공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오늘날과 같은 첨단 시대에도 포스코인들의 용광로에 대한 ‘성스러운 의식’은 여전히 살아있답니다.

소박하고 귀여운 질문에 너무 무거운 답변을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포스코 뉴스룸 운영팀들도 포스코인으로서 쇳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정말 무겁고 큰 사명감이라고 느껴져 자세하게 설명드리게 되었어요. 그럼, 다음 시간에도 흥미로운 철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올게요~

* 도움말 주신 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이종복 리더, 박준석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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