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경영연구원 장기윤 연구원
물 부족·전력 부족, 세계는 지금 에너지 확보 전쟁 중
기후변화로 가뭄이 잦아지면서 세계 곳곳이 ‘물 파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 약 36억 명이 매년 최소 한 달 이상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에 비해 수요가 과도해 발생하는 ‘수자원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재생 가능한 연간 수자원 공급량 대비 80% 이상을 소비하는 ‘극단적 물 스트레스’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달합니다.

이러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강, 호수, 지하수 대신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나 하수 재처리 등 새로운 방식으로 물을 확보하는 ‘비전통적 수자원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공정을 가동하는 데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비전통적 수자원 생산 설비가 늘어날수록 전력 사용량도 급증해, 2030년에는 관련 전력 사용량이 지금보다 약 두 배 수준까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물 소비 또한 필수불가결하게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담수 가운데 약 10%는 화석연료 추출·냉각, 바이오연료 재배 등 에너지 생산 공정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최근 하이퍼스케일급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전력 소모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 소비 문제도 더욱 심화되는 추세이죠.
즉, 수자원을 얻기 위해서도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물이 필요한 ‘에너지-물 연계성(Energy-Water Nexus)’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 부족이 멈춰 세운 발전소… 전 세계가 받아 든 ‘대체 에너지’ 비용 청구서

물 부족은 단순한 식수난이나 전력 생산 문제를 넘어 새로운 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는 비용까지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는 설비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양의 냉각수가 필요한데요. 최근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강과 호수가 마르면서 냉각수 확보가 어려워지자, 일부 발전소는 발전량을 줄이거나 가동을 멈추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물 의존도가 가장 높은 수력발전 역시 가뭄으로 발전량이 급감하자, 부족한 전력을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죠.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 수요가 급증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결국 전반적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발전 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려는 대안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바로 물 대신 공기로 설비를 식히는 공랭식 냉각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물을 적게 쓰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비용이 불가피하게 발생해, 각국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물-에너지 연계’ 시대의 도래, 수자원 관리가 곧 미래 경쟁력
전 세계가 이 같은 에너지 안보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향후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 ‘수자원 리스크’를 고려한 에너지 믹스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발전 과정에서 물 소비가 적은 태양광과 풍력이 수자원 리스크의 대안으로 부상하며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물-에너지 연계 관점의 통합관리와 기술혁신이 국가 및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해수 담수화나 폐수 재활용 등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한 국가와 기업이 미래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큽니다.

에너지 사업 추진 시에는 정부 차원의 수자원 영향평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발전소 건설이나 사업 기획 단계에서 물 사용량과 주변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핵심 항목으로 강화하며 더욱 엄격하게 평가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은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Water Efficiency)’를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삼아야 합니다.
한국은 반도체, 철강 등 주력 산업의 공업용수 의존도가 매우 높아 기후위기에 따른 물 부족 리스크에 취약합니다. 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생산 중단과 원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만큼, 통합 물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산업용수를 재이용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그룹 차원에서도 수자원 리스크를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조업 리스크’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조업은 물론 신규 에너지 사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수자원 공급 안정화와 이용 효율 제고를 경영전략의 핵심 축으로 녹여내는 선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참고 자료
– AIDA, ‘26.04.13., “How much water is used to produce energy?”
– IEA, ‘26.04.20., “Global Energy Review 2026”
– IRENA, ‘26.03.20., “Renewable Capacity Statistics 2026”
– OilPrice.com, ‘26.05.07., “Water Is Quietly Becoming One of the Biggest Risks in Energy”
– UN, ‘26.01.24., “Water for Planet: Stakeholder Think Piece for 2026 UN Water Conference”
– WEF, ‘26.03.11., “The water-energy nexus: why managing water stress is the key to the future of ene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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