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리포트] ‘얼음왕국’ 그린란드가 글로벌 강대국의 격전지로 떠오른 이유. 미국 성조기 위에 작은 나무조각 위에 GREENLAND? 라고 새겨져 있다](https://newsroom.posco.com/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9_kr_img_a01.jpg)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야욕을 드러내면서, ‘얼음왕국’ 그린란드가 국제 정치의 뜨거운 무대에 올랐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인 소유권 확보에서 한발 물러나 협상과 접근권 확대를 시사했는데요.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자원·군사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그린란드의 가치를 미국의 전략적 관점에서 짚어봅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정제호 연구위원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야욕은 처음이 아닙니다. 1867년 알래스카를 매입한 윌리엄 수어드 국무장관이 처음 그린란드 매입을 검토했고,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덴마크에 금괴로 환산한 미화 1억 달러를 제시하며 실제 매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 덴마크 총리는 “터무니없다(Absurd)”고 일축했는데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고,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경제 보상안을 제시하면서, 결국 트럼프의 야심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그린란드는 북미와 유럽 사이에 위치해, 북대서양과 북극해에 모두 접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면적은 약 216만 6086㎢로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10배에 달하고, 인구는 약 5만 6000명입니다. 18세기 이후 덴마크의 속령(屬領)*이었으나 2009년 6월 21일 자치를 선언했습니다. 국방과 외교는 덴마크에 의존하지만, 자원 활용권·사법권·경찰권·입법권은 독립적으로 행사합니다.
국토의 약 80% 이상이 빙상인 그린란드는 최근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자원 개발 가능성이 커졌고, 북극 항로가 열리면서 군사·안보·공급망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얼음왕국’ 그린란드는 이제 글로벌 강대국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속령(屬領) : 어떤 나라에 딸린 영토. 주권국가로서의 온전한 정치적 독립이나 주권을 보유하지 않았으나 종주국의 영토와는 정치적으로 구분되는 지역을 가리킨다.
미군 방어의 핵심, 안보의 요충지
그린란드는 러시아를 겨누는 불침항모(不沈航母)*로 미군 방어의 핵심입니다. 그린란드 북서부에 위치한 피투피크(Pituffik) 우주군 기지는 미군의 최북단 기지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먼저 탐지하는 조기 경보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도 모스크바까지 거리가 약 4,400㎞로, 미국 본토 기지(8,500㎞)보다 절반이나 가까워, 유사시 전략폭격기나 미사일이 가장 빠르게 러시아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즉,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대응이 가능한 위치인 것이죠.
그린란드는 그린란드(G)-아이슬란드(I)-영국(UK)을 잇는 해상 라인인 GIUK의 통제권 아래 놓여 있습니다. 이 라인은 냉전 시대부터 이어진 군사전략의 핵심이자 러시아 잠수함의 대서양 진출을 막는 길목인데요. 러시아 해군력이 대서양으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병목 구간으로, 미국이 그린란드를 완전히 통제한다면 러시아 해상 전력 견제에 용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불침항모(不沈航母) : 전략적 요충지 섬이나 육지를 항공모함에 비유해 ‘가라앉지 않는 항모’로 부르는 개념.
희토류부터 석유까지, 자원의 보고

그린란드는 희토류의 거대한 보고이기도 합니다. 그린란드 남부 크바네펠트(KvaneFjeld) 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 희토류 매장지 중 하나인데요. 약 1,000만 톤 이상이 매장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 세계 수요를 수십 년간 충족할 수 있는 양입니다.
또, 세계 최대 규모 우라늄·희토류 복합 광산으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3대 원료가 모두 매장되어 있습니다. 전기차 모터·풍력 터빈·미사일 유도 장치에 필수적인 네오디뮴(Nd)·프라세오디뮴(Pr)·디스프로슘(Dy)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현재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의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채굴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린란드에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도 추정됩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는 북극권에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13%(약 900억 배럴),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린란드에서 석유는 미국 셰일 오일 매장량과 맞먹는 수준인 약 310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보이며, 천연가스의 상당량이 그린란드 해역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극 항로의 관문, 미래 물류 허브
그런가 하면 그린란드는 공급망 관점에서도 큰 가치를 지닙니다. 중국은 2018년 ‘북극 정책 백서’를 발간하며 자신들을 ‘북극 근접 국가(Near-Arctic State)’로 정의했는데요. 이에 대응하여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9년 그린란드의 편입 의지를 최초로 밝혔습니다. 실제 중국은 2018년 이후 그린란드의 공항 건설이나 광산 개발 투자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히며 북극 진출을 시도해왔는데요. 미국은 이에 반발하며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Polar Silk Road)를 강력하게 견제했습니다.
일례로 2018년 그린란드 자치 정부가 공항 3곳을 확장하려 했을 때, 중국교통건설(CCCC)이 입찰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덴마크는 이를 환영했지만,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이 “중국 공산당이 우리 코앞에 공군 기지를 짓게 둘 수 없다”라며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결국 미국이 덴마크를 압박해 중국을 배제하고 덴마크와 미국이 자금을 대는 것으로 마무리했죠.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중국의 북극 진출을 원천봉쇄하려는 먼로 독트린*의 북극 버전인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로 독트린 : 미국의 제5대(1817∼1825년)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12월 의회에 제출한 연두교서에서 밝힌 외교 방침. 외부 세력이 미주 대륙에 간섭하거나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내용을 담은, 비동맹·비식민·불간섭을 골자로 한 고립주의 외교 방침.

빙하가 녹으며 열리고 있는 북극 항로(Northern Sea Route)는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거리를 30~40%까지 단축시킬 수 있는 미래 물류 동맥입니다. 기존 상하이~로테르담 항로가 약 20,000㎞인데 반해, 북극 항로는 약 14,000㎞에 불과하기 때문인데요. 북극 항로가 활성화되면 그린란드는 과거 지중해 무역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나 현재의 싱가포르와 같은 ‘초대형 물류 허브’의 잠재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현재의 북극 항로는 러시아 해안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데, 미국이 그린란드를 거점으로 북극 항로의 서쪽 출구를 장악한다면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 루트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지구온난화로 새롭게 열리는 북극 항로가 러시아나 중국의 앞마당이 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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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소유권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임대나 조약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소유권에는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린란드 확보와 나토 유지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도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답하며, 그린란드 확보를 우선시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는데요.
미국에 그린란드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안보·자원·물류 차원의 핵심 요충지입니다. “국제법보다 내 도덕성이 우선”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그린란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비용도 감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입니다.
미국은 덴마크와의 조약으로 이미 기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임대’가 아닌 영구적이고 광범위한 군사·경제활동이 가능한 ‘소유권(Ownership)’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그린란드 주민은 “우리는 덴마크인도, 미국인도 아닌 그린란드인이다. 우리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은 원하지만,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 건데요.
2009년 제정된 그린란드 자치법에 따라 그린란드 주민은 스스로 독립을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그린란드 주민들은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원했지만, 그린란드 경제의 50% 이상을 덴마크 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독립을 추진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러 여론조사의 독립 지지율은 60% 이상이었지만, 독립으로 생활수준이 떨어질 것을 전제하면 반대 여론이 60~70%로 역전되기도 했고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시작되었고, 합의에 근접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직접적인 영토 소유에서 한발 물러서 전면적인 접근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국제법상 주권과는 별개로, 군사와 경제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국은 소유권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덴마크와의 협정을 통해 군사적 활동 권한을 넓히고, 자치 정부와의 자원 협정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후 변화와 국제 정치의 흐름에 따라 그린란드의 향방은 언제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