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농기구와 무기를 나무로 만들던 시절부터 현대의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과 문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결정적인 소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철’인데요. 이번 편에서는 세계 분쟁과 무기, 산업 분야를 다양한 시각에서 취재해온 이세환 군사 전문 기자와 함께,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시대의 흐름을 뒤바꾼 철의 놀라운 역사 속으로 떠나봅니다. 철강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는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볼까요?
인류는 오랫동안 농기구를 나무로 만들어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다 청동이 등장했지만, 청동은 너무 귀하고 비싸서 주로 귀족이나 지배층의 장신구로 쓰였습니다. 게다가 열과 압력에도 약해 농기구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그런데 철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철은 청동보다 훨씬 더 강해서 농기구와 무기로 널리 보급될 수 있었고, 문명의 발전 속도도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빨라졌습니다.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명운까지도 철기가 좌우하게 되었죠.
히타이트 문명, 들어보셨나요? 지금의 튀르키예, 그러니까 고대 아나톨리아 반도에 기원전 1600년부터 1178년까지 존재했던 나라입니다. 이 히타이트 제국이 철을 제련해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철기혁명’이 일어났죠. 청동보다 훨씬 단단한 철기는 무기와 농기구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히타이트는 철제 전차를 앞세워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까지 세력을 넓힙니다. 하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 히타이트는 철기 생산 기술을 국가 기밀로 삼아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했지만, 결국 이 기술이 유출되면서 인류는 본격적인 철의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바로 新 철기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이죠.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이번에는 몽골제국 시대로 가보겠습니다. 몽골군은 철로 만든 등자와 마구를 활용해 기마 전술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로마 시대까지만 해도 등자가 없어서, 기병들은 말 안장의 손잡이를 잡고 검과 창을 동시에 써야 했으니 얼마나 불안정했겠어요. 하지만 등자가 등장하면서 기병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고, 몽골군은 이 작은 철조각 덕분에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며 압도적인 기동력과 타격력을 자랑했습니다. 정말 작은 철 한 조각이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제국이라는 수식어까지 안겨준 셈이죠.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는 철강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합니다. 무기, 선박, 철도, 포탄 등 전쟁과 산업을 움직이는 거의 모든 것들이 철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이때부터 철강 생산량은 한 나라의 국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철제 대포는 청동 대포보다 훨씬 더 강한 압력을 견딜 수 있었고, 증기기관의 발전으로 등장한 철도 인프라는 병력과 보급품을 신속하게 이동시키며 전장의 속도와 규모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철강이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라는 점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사례를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거함거포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각국이 앞다퉈 거대한 전함을 건조하기 시작했는데요.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941년 진주만 공습 이후, 일본은 길이만 263m에 무려 460mm 주포를 장착한 야마토급 전함을 만들어내는데요. 이 거대한 전함은 일본 해군력의 상징이었지만, 이런 거함 건조 경쟁은 결국 막대한 철강 낭비와 전략적 실패로 이어지고 맙니다.
*거함거포주의 : 거포와 중장갑을 갖춘 거대한 전함을 해군력의 중심으로 여기는 사상.
왜 그랬을까요? 사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은 철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전쟁 전만 해도 일본은 대부분의 철을 미국산 고철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을 도와주던 미국을 공격하면서 스스로 궁지에 몰리게 된 거죠. 철이 부족해진 일본은 1930~1940년대 조선에서 대규모 고철 공출을 강행합니다. 가정집 냄비부터 사찰의 종까지, 쇠붙이라면 모조리 가져갔고, 이로 인해 한반도의 산업 기반이 크게 무너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말기에는 철이 너무 부족해 항공기나 선박을 목재로 만들기도 했으니… ‘철이 곧 국력’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제 이해가 되시죠?
그렇다면 현대에 들어서 철강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20세기 후반 이후, 항공기나 미사일처럼 복합 소재를 사용하는 무기 체계가 등장하면서, 예전만큼 철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차, 함선, 탄약 제조 등 군사와 산업의 핵심에는 철이 자리 잡고 있죠. 게다가 철의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최근에 탄소섬유 합금, 초고강도 특수강 등 더 강하고 더 가볍고, 더 똑똑한 철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스코의 고망간강입니다.
고망간강이라고 하면 대부분 LNG 운반선에 쓰이는 소재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사실 그 진가는 훨씬 더 다양한 곳에서 발휘됩니다. 고망간강은 극저온 환경에서도 강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자성이 없다는 점이 큰 특징이죠. 이러한 특징 덕분에 바다에 심어놓은 기뢰*의 위협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기뢰(機雷) : 수중에 설치되어 함선이 접근 또는 접촉했을 때, 자동 또는 원격 조작에 의해 폭발하는 수중 병기.
기존에는 기뢰가 자성에 반응해 쇠로 된 배가 가까이 오면 폭발하는 탓에, 플라스틱(FRP)으로 소해정을 만들어 기뢰를 제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는 큰 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죠. 반면, 고망간강을 사용하면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성이 없는 선체 덕분에 기뢰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포스코 고망간강, 존재감이 남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겠죠?
이처럼 고망간강은 기뢰 제거 소해함은 물론, LNG 운반선, 전차, 잠수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군사 강국들 사이에서도 그 가치를 점점 더 인정받고 있습니다.
요즘 제일 잘 나가~ K-방산 이야기인데요! K9 자주포, K2 전차, 호주에 수출된 레드백까지, 우리나라 기갑 차량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방산 신화 뒤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도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요.
먼 옛날,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던 전략적 자원에서 이제는 국가 안보와 경제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철강! 이 공식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철강이 앞으로 또 어떤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게 무엇이든, 여러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았을 겁니다!
▼강철로 쓰는 세계사 영상으로 만나보기
1편 : 직원 복지 만렙, 최첨단 숙소 기가타운 랜선 집들이
2편 : 코로나19 위기에도 공사 기간 2개월 단축! 포스코이앤씨 베트남 LSP 프로젝트 성공 스토리
3편 : 판타스틸 왕국의 과거와 미래, 그 중심엔 철이 있다!
4편 : 국내 유일 음극재 플레이어 포스코그룹이 그려갈 미래
5편 : 전기차에 날개를 달아줄 구동모터코아의 모든 것!
6편 : 전기차의 심장을 뛰게하는 원동력, Hyper NO로부터!
7편 : 미래 건축 시스템의 스마트한 해답! 포스코A&C 이노하이브 A to Z
8편 : ‘인터배터리 2024’에서 맞춰본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풀밸류체인 퍼즐
9편 : 애사심 뿜뿜! ‘포잘알’ 3인과 포스코인터내셔널 사내 복지 파헤치기
10편 : 1만 4000톤 급 초대형 케이슨 예인! 포스코이앤씨 울릉도 사동항 2단계 동방파제 축조공사 성공 스토리
11편 : 고위험 현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 산업용 로봇 모음zip
12편 :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었어” 포스코그룹의 기술력이 집약된 캐딜락 리릭
13편 : 해외에서도 빛난 포스코이앤씨 제철 플랜트 기술력! 제철소 건설 사업 성공 스토리
14편 : 전고체 전지의 핵심 소재! 고체 전해질 파헤치기
15편 : 궤도가 알려주는 리튬의 모든 것 : 지구상 가장 가벼운 금속이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