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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루프 시대, 포스코가 앞당겨 볼까?

하이퍼루프 시대, 포스코가 앞당겨 볼까?

뉴스룸 편집팀 2020/11/23

자동차 레이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릴 적 한 번쯤 봤을 애니메이션, 사이버 포뮬러(한국판 제목: 영광의 레이서). 이 만화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바로 주인공이 레이싱 도중 ‘부스터’ 기능을 사용할 때였다. 부스터를 쓰면, 차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고속주행 모드로 바뀌며 다른 차들을 모두 앞질러 가기 때문. 사실 자동차가 음속으로 달린다는 것은 매우 만화적인 설정이다. 실제, F1 경주용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약 350km/h, 음속은 여기서 무려 4배에 가깝게 빠른 1,224km/h에 달한다. 그런데 이 만화 같은 ‘음속’ 이동이 최소 10년 안에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로, ‘하이퍼루프’(Hyperloop)가 상용화된다면 말이다.

서울-부산 간 소요시간 및 속도 비교. 서울-부산 간 하이퍼루프(1200km/h - 20분), KTX(300km/h - 2시간 40분) '최고속도 비교 - KTX(300km/h) F1스포츠카(350km/h) 보잉787항공기(954km/h) 하이퍼루프(1,200km/h)'
하이퍼루프의 최고 속도는 음속에 버금가는 1,200km/h로, 보잉787 항공기보다 빠르다. 서울-부산 이동 시간은 단 20분. 해운대에서 강남으로 출퇴근이 가능해지는 시간이다. 2004년 KTX가 처음 도입되고 서울-부산이 1일 생활권에 들어왔다면, 하이퍼루프가 도입될 경우 1시간 생활권이 되는 셈.

하이퍼루프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언급하면서부터다. 지난 2013년 그가 처음 진공 튜브 안에 캡슐 형태의 고속열차가 움직이는 하이퍼루프 컨셉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일부 비평가들은 머스크의 아이디어를 공상과학이라 치부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언론과 미디어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 지난달에는 미국의 버진하이퍼루프원(VHO, Virgin Hyperloop One)이 라스베이거스 인근 네바다 사막의 실험터널에서 최초로 유인 시험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물론 아직 테스트 단계라 터널의 거리는 500m에 불과했고, 속도는 음속의 1/7 수준인 172km/h에 불과했지만, 사람을 태우고 진공 튜브를 달리는 이 컨셉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그런데 하이퍼루프는 과연 어떤 원리로 진공 튜브를 속을 이동하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 먼저, 하이퍼루프가 음속의 속도를 내는 과학적 원리를 살펴보자.

l 기차는 빠르다.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다~

비행기가 기차보다 빠른 이유는? 바로 어릴 적 불렀던 위 노래에 답이 있다. 물론, 비행기가 제트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기차는 지상에서, 비행기는 높은 하늘에서 이동한다는 교통 환경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보통 비행기는 상공 10km에서 순항하는데, 이때 기압은 지표면의 30~40%에 불과하다. 기압이 낮아지고 공기의 밀도가 줄어들면, 기체에 닿은 공기저항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보잉787기가 지표면 대비 30~40% 공기압에서 900km/h넘는 속도를 낼 수 있다면, 공기압이 1,000분의 1기압, 즉 0.1%의 진공 상태인 하이퍼루프 안에서는 이론적으로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여담으로, 흔히 항공, 로켓 분야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km/h라는 단위보다 ‘마하(mach)’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데, 상공에서는 기압, 온도 등 이동 환경에 따라 기체가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 이동속도를 비교해 줄 기준점이 필요하다. 그 기준이 되는 속도가 바로 ‘마하1’인 음속 1,224km/h이다.

l 하이퍼루프는 진공 튜브 속을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이제 하이퍼루프 차체와 진공튜브의 구조적 원리를 살펴보자. 사실, 하이퍼루프의 구조를 쉽게 이해하려면 ‘자기부상열차’를 떠올리면 된다. 열차 바닥과 레일에 자석이 달려있어, 서로 같은 극은 밀고, 다른 극은 당기며 앞으로 나가는 자기부상열차가 진공상태의 터널로 마치 미사일처럼 발사되어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하이퍼루프의 구동 원리. 인천공항과 중국 상하이의 자기부상열차는 차량을 트랙으로 당기는 방식, 일본의 SCMaglev 자기부상열차는 차량을 트랙으로부터 밀어내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트랙과의 마찰없이 부상하여 이동하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는 하이퍼루프도 마찬가지다. 빠르다는 것 외에, 하이퍼루프가 승객의 입장에서 일반 열차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하이퍼루프는 공기 저항과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캡슐 형태를 하고 있고, 창문이 없다는 정도. 하이퍼루프의 각 부분별 명칭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레일은 ‘트랙’(Track), 터널은 ‘튜브’(Tube), 차량은 ‘포드’(Pod)라고 불린다.

창문이 없는 하이퍼루프 포드(차량) 천장에 가상으로 구현된 하늘과 오로라 (※이미지 제공: Hardt Hyperloop) (왼) 밝은 하늘 속 모습 (오) 오로라 속 모습

▲ 창문이 없는 하이퍼루프 포드(차량) 천장에 가상으로 구현된 하늘과 오로라 (※이미지 제공: Hardt Hyperloop)

실제, 자기부상열차를 보유하고 있던 VHO가 실물 크기와 동일한 하이퍼루프 열차를 만들어 냈고, 2017년 무인 상태로 최고 속도인 386km/h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2019년 6월 유럽의 하이퍼루프 회사인 Hardt Hyperloop는 네덜란드에 길이 30m 규모 테스트 시설에서 세계 최초로 자기부상 열차의 노선변경 시스템을 시연해냈다. 기존의 노선 변경은 일반 기차와 같이 트랙을 이동하는 방식밖에 없었으나, Hardt Hyperloop는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요금소와 나들목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과 같이, 고속에서 노선 내 분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하이퍼루프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했다.

우리나라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8년 전, 세계 최초로 1kg 미만 모형 운송체를 700km/h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한 이래, 한국형 하이퍼튜브(HTX)와 초고속 캡슐 트레인 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 11일에는 실물 크기의 1/17 로 축소 제작한 시험에서 최고 속도 1,019km/h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l 하이퍼루프 상용화, ‘튜브’의 안정성과 소재 기술이 핵심

하이퍼루프의 장점은 빠른 속도뿐만이 아니다. 진공 튜브 안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소음이 없고, 안개나 태풍 같은 날씨에 대한 제약도 없으며, 당연히 CO₂ 발생도 없고, 1명이 1km이동하는 데 소비되는 에너지는 항공 대비 8%, 고속철도 대비 35% 수준으로, 운송 비용도 저렴하다.

그러나, 하이퍼루프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상상을 한번 해보자. 내부가 진공상태인 수십, 수백 킬로미터의 튜브, 그 속을 1,200km/h의 속도로 달리는 열차.

Hardt Hyperloop 외관 모습

※ 이미지 제공: Hardt Hyperloop

첫 번째 과제는 기밀성과 안정성 확보이다. 어떻게 하면 긴 튜브를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기밀성을 확보하면서,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의 안정성도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셈. 앞서 시속 167km로 500m를 가는 유인 열차 실험이 성공하기는 했지만, 1,200km로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이퍼루프의 트랙을 구성하는 튜브는 튜브 자체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 열차인 포드의 하중과 고속 주행에 따른 충격 및 열팽창을 견뎌야 하고, 심지어 대기압도 이겨내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기압도 내부가 진공 상태인 물체에는 견디기 힘든 압력이 되기 때문. 이러한 환경을 이기지 못해 자칫 튜브가 변형되거나 균열이라도 발생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튜브에 사용되는 소재와 구조 기술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두 번째 과제는 ‘칸트로비츠 한계(Kantrowitz limit)’를 극복하는 것이다. 앞서 튜브 안이 진공상태라고 했지만, 사실 튜브 안에는 미세한 공기가 남아 있다. 열차와 튜브 사이의 공간이 좁아지고 열차의 속도가 음속에 가까워지면 튜브 내 공기의 흐름이 어느 순간 막히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공기 질식’, 전문 용어로는 ‘칸트로비츠 한계’라고 부른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튜브 내에 공기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열차와 튜브 사이의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적의 직경을 찾기 위한 튜브의 대형화가 수반된다.

세 번째 과제는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다. 튜브 소재로서 그동안 콘크리트, 탄소섬유, 스틸 등이 검토되었으나 콘크리트는 비용이 저렴하나 소재의 기밀성이 부족하고, 탄소섬유는 고비용에 가공성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이에, 비용이 합리적이고 기밀성과 가공성이 우수한 스틸이 튜브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l 포스코-타타스틸유럽, 하이퍼루프에서 만나다

포스코와 타타스틸유럽이 공동으로 소재 개발에 나선 하이퍼루프 튜브 모식도

▲ 포스코와 타타스틸유럽이 공동으로 소재 개발에 나선 하이퍼루프 튜브 모식도

하이퍼루프 튜브를 스틸로 만든다면, 얼마나 많은 강재가 소요될까? 전문가들은 직경 4m의 튜브를 제작하는 데, 1km당 약 2,500톤의 강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하이퍼루프 튜브용 강재는 철강업계에서 미래 대규모 신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퍼루프 상용화의 지름길이 튜브 제작 기술에 달려있는 만큼, 안정적인 튜브용 특화 강재를 개발하여 시장 및 규격을 선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6일 타타스틸 유럽(TSE, Tata Steel Europe)과 협약식을 열고, 하이퍼루프용 소재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하이퍼루프 전용 강재 개발뿐만 아니라, 하이퍼루프의 안전성, 경제성 등을 고려한 최적의 구조 형식과 제작 방법을 도출하는 구조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프로젝트에도 공동 참여하는 등 사업분야 전반에 대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는 하이퍼루프 전용 강재 및 이용기술 솔루션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타타스틸 유럽은 튜브 구조 기술에 강점이 있는 만큼, 양사의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동시에, 글로벌 철강사 간 모범적인 개방형 협력 사례(Open Collaboration)로도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와 타타스틸 유럽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타타스틸 유럽 네덜란드 본사를 영상으로 연결해 하이퍼루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왼) 협약서를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타타스틸 관계자의 모습 (오) 협약서를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포스코 관계자의 모습

▲ 포스코와 타타스틸 유럽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타타스틸 유럽 네덜란드 본사를 영상으로 연결해 하이퍼루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VHO, HTT(Hyperloop Transportation Technologies), Hardt Hyperloop 등 많은 하이퍼루프 회사들은 지금 세계 각지에서 하이퍼루프 건설을 위한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미국 네바다주에서 세계 최초로 유인 실험에 성공한 VHO는 인도의 뭄바이-푸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아부다비를 잇는 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미국 HTT는 내년 10월로 연기된 2020년 두바이 세계박람회(Expo2020) 전시센터와 알막툼(Al-Maktoum) 국제공항을 잇는 세계 최초의 상용 구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유럽의 Hardt Hyperloop는 2019년에 최고 속도 700km/h, 길이 3km의 Hyperloop test center를 네덜란드에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속도라면, 언젠가 서울과 부산이 하이퍼루프로 이어지는 그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이퍼루프 개발에 포스코가 함께 한다면 그날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 도움말 주신 분:
철강솔루션연구소 구조연구그룹 조우연 수석연구원
강재연구소 열연선재연구그룹 양홍석 수석연구원
열연선재마케팅실 열연선재솔루션그룹 김한성 과장
포스코유럽 나승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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