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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그린워크 이야기] #4. 김정호부터 마르코폴로까지! 걷기의 달인들과 그린워크

[포스코 그린워크 이야기] #4. 김정호부터 마르코폴로까지! 걷기의 달인들과 그린워크

2013/04/16

 

 

걷기가 대세입니다. 한 해에 수백 개의 걷기대회가 열리고 서점에는 걷기전용 안내서들이 넘쳐나는데요. “이제는 걸어야 산다”가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이정표가 된 듯 합니다. 걷기 열풍은 나라 바깥에서도 시대적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독일에서 걷기는 축구 못지않은 인기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독일걷기협회는 2004년부터 ‘걸어서 학교가기’ 운동을 펼쳐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네요. 네덜란드도 독일에 못지 않은데요. 매년 7월 중순 나이메헨(Nijmegen)에서 열리는 나흘간의 걷기 행진(Vierdaagse)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걷기대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서고금을 통틀어 걷는 여행의 달인으로 누구를 손꼽을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조선시대 최고의 지도제작자로 알려진 김정호입니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조선 땅 전역을 답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가 그린 지도를 들여다보면 방방곡곡 구석구석까지 어떻게 걸어 다녔을까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김정호가 답사가 아니라 당시 지방마다 흩어져 있던 지리지와 지도를 총정리해 지도를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전국을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한평생 집에서 지도를 제작했다는 의견입니다.

 

 

논란의 대상인 김정호와 달리 신라의 고승 혜초는 걷기를 제대로 한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말이나 낙타의 힘을 빌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천 킬로미터의 여행에서 걷기는 불가피한 이동수단이었을 것입니다. 혜초는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인도와 간다라 중앙아시아 일대를 순례하고 돌아와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는데요. 왕오천축국전은 소실된 부분이 많아 혜초의 전체 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혜초가 쿠차에서 호탄까지 광대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넜다는 사실입니다.

 

외국인 여행가로는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 중국의 대항해가 정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에스파냐의 탐험가 마젤란, 이슬람의 위대한 여행가 이븐 바투타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견문록의 진위여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마르코폴로와 선박을 이용해 대륙을 넘나들었던 항해가들을 제외하면, 걷기의 달인으로는 이븐 바투타가 돋보이는데요. 이븐 바투타는 21세에 홀로 메카 성지순례와 이슬람 동방세계 탐험을 결심하고 대장정에 나서 30여년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 무려 10만km를 여행했습니다. 그의 여정은 북쪽으로 러시아 남부, 남쪽으로 아프리카 중부, 동쪽으로는 중국까지 달했다고 하네요.

 

 

21세기에도 걷기의 달인들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도보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흐름을 만들어낸 김남희가 있고 일본에는 전설의 방랑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후지와라 신야가 있습니다. 15년 넘도록 전 세계 38개국을 걸으며 나무를 심고 있는 영국의 환경운동가 폴 콜먼의 별명은 ‘지구를 걸어 다니는 사람(earth walker)’입니다. 우리나라 도보여행 동호회 회원 가운데는 매년 2천 킬로미터 이상 걷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걷기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또한 들꽃과 나무, 강물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환경주의자가 되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김남희는 여행을 하면서 적은 돈으로 사는 삶을 배웠다고 합니다. 적은 돈으로 가장 싼 숙소에서 가장 싼 음식을 먹으면서 비행기를 거의 타지 않는 여행을 하다 보니 미래가 덜 불안해지더라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들처럼 걷기의 달인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일인지도 모르죠.

 

 

걷기가 가져다주는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아닐까 합니다. 별다른 투자 없이 시간만 내면 되는데요. 걷기가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쌓이는 것을 막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루에 30분씩만 걸어도 두뇌회전을 빠르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소화와 심폐기능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걷기는 특히 ‘카쿤’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카쿤은 car(자동차)와 cocoon(누에고치)의 합성어인데요.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처리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자동차가 우리를 감싸는 고치가 되어가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건강한 삶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매일 피트니스 기계와 씨름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몸과 맑은 영혼을 유지하려면 우리들의 삶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매연과 황사로 희뿌연 도시 한복판에서 건강을 지키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하루 세 시간 이상 자동차 안에서 보내면서 부족한 운동을 보충하기 위해 걷는다 해서 과연 잘 먹고 잘 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내 건강만을 챙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잘 먹고 잘 사는 것과 거리가 멀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조건은 이웃과 함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린워크’가 단순한 걷기와 달라야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13년에는 ‘그린워크’에 더 많은 녹색을 입혀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시켜보면 어떨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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