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불가사의, 하늘 위의 공중도시, 잃어버린 도시… 페루 마추픽추를 설명할 때 늘 따라붙는 수식어입니다.
마추픽추는 15세기 잉카인들이 스페인 정복자들을 피해 깊은 산 속에 건설한 도시입니다. 문자가 없던 잉카인들이 어떠한 기록도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신비하게 느껴지는 곳이죠. 이번 ‘꽃보다 남미’ 2편에서는 ‘마추픽추’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추픽추를 가기 위한 길은 역시 멀고도 험난하다!
젊은이의 객기로 일부러 험난한 코스를 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노노.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지 않는 이상, 이것이 통상적인 방법입니다.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까지는 콜렉티보(미니 밴) 또는 택시, 기차 등을 타고 가는데, 택시를 탈 경우 바가지를 엄청 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가격을 미리 흥정한 후에 타는 것이 좋습니다.
오얀따이땀보역에는 마추픽추의 설렘을 가득 품은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이 곳에서 기차를 타야지만 마추픽추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잉카레일을 탈지, 페루레일을 탈지는 자유입니다.
마추픽추행 기차에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 좋게 천장에도 창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도 명당이 있었으니, 바로 왼쪽 자리입니다. 마추픽추에 갈 때는 왼쪽이 더 멋진 풍경이 많으니, 좌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좌측, 순방향으로 타는 것이 좋습니다. 기차표는 성수기에는 필히 예약해야 하고, 가격은 날짜마다 달라서 가격비교 후 한국 여행객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페루 레일이 아닌 잉카 레일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기차의 시설이나 서비스는 비슷하며,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제공합니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잉카레일을 타고 마추픽추 아래에 있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스페인어로 뜨거운 물, 즉 온천을 뜻함)’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시골 마을인 이 곳은, 전 세계에서 마추픽추를 찾아온 수 천명의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합니다.
쌈바축제에서 봄직한 미녀들과 ‘리오넬 메시’ 같은 청년들을 페루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면, 그 헛된 마음은 살포시 접어둬야 합니다. 페루인들은 잉카인의 후예답게 키가 매우 작고, 흡사 오뚜기의 모습과 비슷한 체형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그 남미사람들을 만나려면 남쪽나라(브라질, 아르헨티나)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페루의 시골마을 사람들은 참 순수했습니다. 타지 사람에 대한 약간의 경계는 있지만 알고 보면 남미사람 대부분이 맑고 친절한 편이죠. ‘여자 둘이 가기엔 너무나도 위험한 곳’이라고만 들어왔던 남미는 실제로 가보니 많이 달랐습니다. 이래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입니다.
이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관광객 대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페루의 기념품은 딱히 없습니다. <꽃보다 청춘> 남미 편에서 유희열이 애지중지했던 덕에 ‘라마 인형’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졌으므로, 하나 구입해서 페루를 추억하는 것도 좋겠죠. 라마 인형이 달린 볼펜 등은 선물하기에 좋으며, 간편히 들고 다닐 수 있는 뜨개질해 만든 가방 등도 저렴합니다. 두꺼운 옷을 안 가져갔다면 알파카 스웨터를 구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남미의 전반적인 물가는 매우 싼 편이지만 그래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은 늘 바가지가 있으니, 일단 흥정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하루 밤을 보낸 다음 날 새벽 5시. 엄청난 굉음에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창 밖을 보니, 이럴 수가. 비가 옵니다. 그것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죠!! 페루여행은 ‘마추픽추를 위한, 마추픽추에 의한’ 여행이었는데,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날씨가 흐리면 마추픽추는 구름에 잠겨 볼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아침식사를 대충 때우고 부랴부랴 길을 나섰습니다. 오전 7시 경이였는데도 마추픽추 입구는 이미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북적거렸습니다.
라마 vs 알파카
페루에서 라마인 줄 알고 사 온 인형이 한국에 와서 보니 알파카 인형이었습니다^^ 그만큼 처음에는 두 동물의 구분이 쉽지 않고, 페루 안데스 산맥 지역에는 라마만큼이나 알파카도 무척 많죠.
알파카는 라마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목이 짧고 조금 작은 편이며 털이 더 북실북실하게 많습니다. 귀엽게 생긴 라마와 알파카이지만 음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역시나. 흐린 날씨에 마추픽추는 안개로 가득해서 한 치 앞이 안보일 정도였습니다. 마추픽추보다 훨씬 높이 있는 ‘와이나픽추’에 올라가면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와이나픽추는?
흔히 우리는 ‘마추픽추’만 알고 있지만 마추픽추는 ‘늙은 봉우리’,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라는 뜻으로 두 개의 봉우리가 있습니다. 마추픽추 일일 입장객이 최대 2,500명인 반면 와이나픽추는 워낙 등산로가 가파르고 위험해 하루 400명으로 입장객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수기에는 몇 개월 전에 예매를 하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죠.
우리는 운 좋게 7~8시로 예매를 할 수 있었는데, 그날 아침부터 비가 와서인지 2~3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했습니다. 꼭 아침 일찍 올라가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와이나픽추에 올라 내려다보는 전경이 정말 장관이니, 여건이 된다면 꼭 한 번 올라가 보길 권합니다!
와이나픽추로 가는 길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경사가 워낙 가파른데다가 비까지 내려서 올라갈 땐 네 발로, 내려올 땐 엉덩이로 내려오는 수준입니다. 등산장갑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해발 20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는 건장한 청년이어도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어지럽습니다. 쉬다 가다를 반복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리니, 시간을 안배하며 움직여야 합니다!
마추픽추는 상당히 보존이 잘 되고 있는 유적지이기 때문에,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매점 같은 곳이 없습니다. 입구에 작은 매점이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죠. 정상에서 일행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될 경우도 있고, 등반을 해서 배가 고파지기 때문에 반드시 시내에서 먹을 것을 사가지고 올라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를 등반할 때 큰 힘이 되어준, 한국에서 어머니가 챙겨주신 홍삼절편. 이거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 내에는 정말 음식을 전혀 팔지 않아서 힘들어서 죽기 전에 배고파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2시간쯤 산을 올랐을까요?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온통 구름이 가득하여 앞뒤 분간조차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정상에는 이미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올라온 것 같은 사람들은 맨바닥에 누워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포기하고 하산을 결심하기도 했죠.
하지만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꼬박 이틀을 걸려 이곳에 온 한국인! 이대로 하산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기다린지 2~3시간 지났을까요? 먼 산 뒤로 햇빛이 비추더니, 구름이 서서히 걷히려고 했습니다. 같이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구름이 빨리 걷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입으로 후후~ 바람을 부는 귀여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서서히 구름이 걷히면서 눈앞에 마추픽추가 나타났습니다. <꽃보다 청춘>에서 출연자들이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것이 기억나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첩첩산중에 숨어 있는 마추픽추의 모습이 몹시 경이로운 반면, “왜 잉카인들은 이 공중도시에서 숨어서 지냈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등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하면서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는 뿌듯함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서 결국에는 마추픽추를 봤다는 이 기쁨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구름이 걷히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을에서부터 버스로 올라왔던 구불구불한 길을 보니 아찔해졌죠. 기다렸던 시간만큼 오랫동안 멍하니 마추픽추를 음미했습니다.
생사여부를 확인하려는지 입장할 때와 하산할 때 신분증 확인과 함께 서명을 받습니다. 험준한 산세에 비까지 내려서 꽤나 힘들었던 와이나픽추.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마추픽추 투어가 남아 있기 때문에 올라왔을 때 보다 더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멋있는 마추픽추! 비가 그치니 좋긴 한데, 너무너무 더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은 해발 2,200m의 고산지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태양과 가까워졌다는 것이죠! ‘태양의 나라’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상상이상으로 태양이 뜨겁고 자외선이 강렬했습니다. 이 때 화상을 입은 저의 콧등은 아직도 회복이 안 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마추픽추를 버드아이뷰로 봤으니, 이제 구석구석을 탐험할 차례입니다. 마추픽추 입구로 다시 나가면 가이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영어가 가능한 (발음이 좋은지도 미리 확인해보면 더 좋습니다) 가이드와 투어 가격을 협상한 후 2시간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가이드는 팀당 투어비를 받기 때문에 여러 명이 팀을 꾸리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운 좋게 호주인 커플을 만났습니다. 영어발음이 좋지 않은 현지 가이드의 말을 커플이 다시 통역해줘서 한결 수월했죠.
마추픽추에 간다면 돈이 들더라도 꼭 투어를 할 것을 권장합니다. 책과 지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유적지 답사에 흥미가 많지는 않지만, 이 곳은 ‘세계 7대 불가사의 마추픽추’ 이니까요. 물론 가이드의 설명이 모두 정답은 아닙니다. 잉카인들은 그 어떠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고고학자들이 추측한 잉카인들의 공간, 문화, 생활방식 등을 알게 된다면 한 걸음 더 그들의 삶에 가까이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길지 않은 여행 일정에, 바로 쿠스코를 거쳐 볼리비아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페루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놀이동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루 한 나라에서만 엄청나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일정으로는 매우 아쉬울 수 있으니, 페루여행을 계획하신다면 페루 1개 국가만, 그리고 되도록 여유 있게 일정을 잡고 가시길 바랍니다.
‘꽃보다 남미’ 다음 편은 고산병의 지옥을 맛봤던’초’고산지대인 쿠스코, 그리고 볼리비아 ‘태양의 섬’입니다. 그 두 곳에서 고산병을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꽃보다 남미! 다음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