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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또 다른 얼굴과 만나다 – 리처드 세라의 작품세계

철의 또 다른 얼굴과 만나다 – 리처드 세라의 작품세계

2016/01/27

 

△ <band>, Richard Serra, 2006, weatherproof steel / 이미지 출처 – 플리커

“네모반듯하고 딱딱하고 차갑다.” 우리의 머릿속에 형성되어 있는 철의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부드러운 모습의 철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가 있습니다. 철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해 낸 조각가 리처드 세라와 그 작품 이야기, 지금 ‘스틸캐스트’에서 만나보세요!

△ <Tilted Arc>, Richard Serra, 1981, weatherproof steel / 이미지 출처 – 플리커

 

1980년대 중반, 뉴욕 페더럴 광장에는 조각품 하나가 설치되었습니다. 거대한 철판이 휘어져 있는 형태의 이 작품은 광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를 정도로 큰 규모의 작품이었는데요. <기운 호(Tilted Arc)>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조각가 리처드 세라가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내후성 강판에 압력을 가해 살짝 휘어지도록 만들었고, 이를 다른 가공 없이 광장에 세웠는데요. 세라의 말에 따르면 관객이 이동하면서 조각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전체 환경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작품이 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과 움직임, 휴식을 방해한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는 청원운동까지 이뤄지게 됩니다. 결국 작품을 지키려는 작가와 작품을 철거하려는 이들의 싸움은 법정까지 가게 되었고, 지루한 공방 끝에 법원은 철거하자는 쪽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1989년 해체되고 맙니다.

 

△ <One top prop>, Richard Serra, 1969, 납 / 이미지 출처 – MOMA 홈페이지

 

거칠고 딱딱한 철로 유연하고 부드러운 형태의 조각을 만들어 내는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원래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예일대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이때 그는 생계를 위해 제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요. 이때의 경험이 그의 작품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 활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그는 고무와 네온관과 같은 재료로 추상조각 작품을 만드는가 하면, 용해한 납을 이용해 재료 자체의 모양이 드러나도록 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1톤의 기둥(카드의 집) / One Ton Prop(House of Cards)>입니다.

△ <The Matter of Time>, Richard Serra, 2005, weatherproof steel / 이미지 출처 – 구겐하임 홈페이지

그런 그가 철을 가지고 작업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습니다. 주로 거대한 철판을 이용해 만들어진 그의 작품은 작품이 설치된 공간과 작품 자체, 그리고 그 공간에서 작품의 영향을 받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후에는 철이 가진 속성을 변화시키는 작업에 집중했는데요. 철의 거칠고 강한 느낌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색다른 방법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작품의 거대한 규모에 압도되고, 이어서 휘어지고 구부러진 작품 속을 직접 거닐고 느끼며 새로운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공간적인 의미, 그리고 철의 변화된 속성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 바로 위에서 소개한 <기운 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터무니없는 이유로 결국 해체되고 말았지만 철의 새로운 소재감, 그리고 관객의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던 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던 조각가 리처드 세라와 그의 작품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기존의 습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모색할 때, 비로소 명작이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틸캐스트’에서는 다음 시간에도 ‘고정관념을 깨는’ 철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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