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로 선정된 포스코. 그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에서도 인정한 포스코의 인적역량. 뉴스룸에서는 앞으로 포스코의 세계 경쟁력을 이끌어 나갈 패기넘치는 현장의 새내기 인재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l 철물점 소년, 철강인이 되다
포스코 뉴스룸이 광양제철소에서 만난 박진수 사원은 포스코에 2017년에 입사해 현재 압연설비부 열연정비 2섹션에서기계정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저는 어려서 손재주 많은 꼬마였습니다. 철물점을 하셨던 할아버지의 어깨너머로 기계 만지는 법을 배웠고 고장난 기계 뜯어보기가 취미였죠. 장래희망은 당연히 훌륭한 기술자가 되는 것이었고요. 마이스터 공고에 진학해 기계분야를 전공했습니다.”
그는 취업시즌이 되자 학교에서 성실하고 실력 좋기로 유명한 선배들이 모두 포스코에 가장 먼저 지원하는 것을 보고 처음 포스코라는 기업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자세히 찾아보니 세계 철강업계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우직한 회사더군요. 저도 선배들처럼 포스코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했고, 마침내 합격했습니다. 물론 저의 영원한 정비 짝꿍인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셨죠. 아직도 우리 손자 포스코 다닌다고 자랑하고 다니신대요.”
l 제철소 허리를 책임지는 ‘주치의’
박진수 사원이 일하고 있는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은 슬래브를 압연해 다양한 규격의 열연 강판을 생산하는 곳이다. 열연공장에서는 두꺼운 널빤지 모양의 슬래브를 1100˚ C 이상 가열해 회전하는 롤 사이를 통과시키면 얇고 긴 철판이 만들어진다. 그런 다음 이를 쉽게 보관하고 운반할 수 있도록 코일 형태로 마는 권취(捲取, Coiling) 작업을 한다. 박진수 사원은 이렇게 말린 코일을 이송하는 설비인 팔레트식 컨베이어 설비(pallet type conveyor)의 점검, 자재관리 등을 책임지는 지구정비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4열연공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정은 좋은 철을 판매할 수 있도록 상품화하는 첫 단계로 제품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제철소를 지탱하는 허리’라고 부르죠.”
그는 인턴으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무척 들떴다고 한다. 선배들에게서 박진수 사원에게 어려서부터 꿈꿔온 뛰어난 전문가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살갑게 이것저것 알려주시다가도 현장에서는 한없이 진지한 모습으로 업무에 임하는 선배님들의 반전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죠. 이곳에서 실력을 갈고닦는다면 반드시 뛰어난 전문가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6월, 제 바람대로 당당히 열연정비 2섹션에 들어와 ‘제철소의 허리’를 지키는 ‘주치의’로 임명되습니다.”
l 현장이 곧 나의 선생님
박진수 사원이 담당하고 있는 팔레트식 컨베이어는 포스코 열연 공장에서는 최초로 도입된 설비다. 중국에서 공사해 현장에 이 설비를 잘 아는 전문가가 많지 않아 설비를 시공한 중국 담당자와 손짓 발짓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점검, 보수의 기초를 잡아놓은 선배에게 집중적으로 업무를 배워야 했다고 한다.
“어미를 따라다니는 아기 오리처럼 그 선배님 곁에 꼭 붙어 다녔죠. 하루에도 몇 번씩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물어보고 나서 직접 몸으로 부딪혔습니다.”
박진수 사원은 현장에서는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는데 그 문제들을 해결하다 보면 항상 얻는 게 있다고 한다.
“특정 설비에는 쓰이는 볼트의 종류, 어떤 기계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압력 등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4열연공장에서의 일분 일초는 모두 강도 높은 수업 시간이고, 선배들은 저에게 물고기를 그냥 주는 대신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그는 처음 열연정비 2섹션의 일원이 된 날, 설비를 일일이 만져보며 확인하느라 처음 받은 장갑이 까맣게 변했던 것을 회상하며, 아직도 그 장갑을 보관해두고 해이해지거나 초심이 흐려질 때 몰래 꺼내본다고 한다.
l 정비의 ‘진수’를 보여주다
“열연정비 2섹션 팀원들은 잠귀가 밝습니다. 항상 자신이 맡은 설비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죠. 4열연공장은 고객 신뢰와 직결되는 중요한 곳으로 어느 곳보다 신속하고 긴박하게 돌아가거든요.”
그는 올해 설날에 갑작스럽게 실린더가 동작을 멈춘 적이 있었는데, 연락을 받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설비를 전부 분해하고 모두 닦아서 다시 조립하니 그제야 실린더가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문득 내려다보니 작업복이 그리스가 묻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박진수 사원은 그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이 밀려왔다고 한다.
“그리스가 묻어 검게 변한 근무복은 우리에게 훈장이나 마찬가지거든요. 평소 35년 차 베테랑인 윤형로 파트장님의 근무복과 저의 깨끗한 근무복을 비교하며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많았는데, 그날만큼은 어깨가 으쓱해졌죠.”
박진수 사원은 설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어떤 상황에서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울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무거운 책임감 만큼 설비의 진정한 주인임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열연 정비의 매력이라고 느낀다고 한다.
l 목표는 최고의 설비전문가
지난 4일, 그는 OJT(on-the-job) 교육에서 전수받은 노하우와 앞으로의 목표를 발표했다. 떨렸지만 그동안 배웠던 것들과 세운 목표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공장 선배 동료 뿐만아니라 많은 협력사와 함께 일하고 다양한 현장 상황을 경험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4열연공장의 주역이 되어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강한 설비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포스코와 함께 최고의 설비전문가가 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