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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교수가 말하는 탄소중립과 철강의 미래 ④ 수소 사회와 철강

포항제철소 종합준공 50주년 특집 칼럼

이준호 교수가 말하는 탄소중립과 철강의 미래 ④ 수소 사회와 철강

이준호 교수 2023/09/12

타이틀 이미지. 제목 이준호 교수가 말하는 탄소중립과 철강의 미래 ④ 수소 사회와 철강. 산과 도로가 있는 이미지 위에 H2가 써져있는 이미지

2023년 7월 3일,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기술 개발을 통한
그린스틸 생산 등 탄소중립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에 나섰다.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이준호 교수와 함께
다가오는 탄소중립시대에서의 철강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

바야흐로 수소 사회다. 고체 연료인 석탄에서 액체 연료인 석유로 전환된 것이 불과 150여 년 전 일인데 이제는 인류가 석유와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한때 가스 연료인 천연가스가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지구 온난화 가속화로 이제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바로 문 앞까지 다가왔다.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그래프  (단위: 백만 톤) 가로축 2018년 686.3/ 2023년 633.9/ 2024년 625.1 / 2025년 617.6 / 2026년 602.9/ 2027년 585/ 2028년 560.6/ 2029년 529.5/ 2030년 436.6  ※자료 :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최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발표했다. 특히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이는 매우 도전적인 것으로 해당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화석 연료의 종말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것은 수소이다. 수소는 그 자체로 청정에너지일 뿐 아니라 현재 주력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해 줄 유일무이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수소 경제의 성장

수소 경제 추진은 전 세계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수소 경제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Hydrogen Insight’ 보고서를 발표하고, 글로벌 수소 경제가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렸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046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2022년 5월 이후 8개월 동안 총 투자는 약 35% 성장했다. 또한 2030년까지 32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가 진행되어 전해조 용량 기준 그린수소 생산이 약 230GW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생산량의 약 300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그 성장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전세계수소프로젝트현황 지도

그리고 이러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바로 사회정책적 지원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을 제정해 그린 수소 생산에 대한 3달러/㎏의 세액 공제를 지원하는데 이는 미국에서의 청정 수소 생산 가속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올해 3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소수급실무위원회를 발족하고 수소사업법 제정 등을 통해 수소경제 성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수소 경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

수소 경제를 달성하려면 사회정책적 지원과 함께 기술적 난제 극복이 중요하다. 핵심 기술은 3대 분야로 요약할 수 있는데 ①수소 생산, ②저장·운송, ③활용 부분에 대한 요소 기술 개발이다.

수소의 생산
먼저 수소 생산에서는 생산 단가를 낮추고,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수소는 원자번호 1번인 주기율표의 가장 첫 번째 화학원소로 우주의 75%를 구성하고 있으나 지구상에서는 대부분 탄소나 산소와 결합해 메탄 또는 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메탄가스의 개질이나 물의 분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메탄으로부터 얻은 수소를 ‘블루수소’, 물로부터 얻은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블루수소의 생산은 수증기 메탄 개질, 부분 산화 개질, 메탄 건식 개질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건식 개질이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건식 개질에서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과 수소 생산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코크 형성으로 촉매가 비활성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CCS로 포집하는데, 분리 효율 증대와 경제성 향상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바다 위에 수소포집 장비가 떠있고 주변으로 풍력발전기가 있는 사진

태양광을 활용해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기술은 주로 광전기화학 방식과 광전지-전기화학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알카라인 수전해 기술이 가장 기술적 성숙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이 경우에도 낮은 전류 밀도와 느린 응답성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미래 기술로 고분자전해질, 음이온교환막, 고체산화물 수전해 방식도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열악해 태양광을 활용한 수전해 상용화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중동지역이나 호주에서 수전해로 그린수소를 생산한 뒤 이를 국내로 운송하는 방법이 더 경제적이다. 하지만 중동지역은 용수가 부족해 해수 담수화 기술로 용수를 확보한 후 수전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 해수 내에 포함된 이온성 물질 사용에 따른 전극 열화 현상을 억제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 수소 가격은 6000원/㎏으로 연간 47만 톤을 공급하고 있는데, 2040년까지 3000원/㎏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연간 526만 톤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2월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골드 수소(Gold Hydrogen)는 천연 상태에서 채굴 가능한 수소로, 석유의 발견에 버금갈 만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구 지각에 수 조 톤의 수소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남호주지역에서는 최대 500m 깊이에서 80% 순도의 천연수소 존재를 확인했다. 최근 미국, 말리, 호주 등에서 천연수소 시추가 추진되고 있는데 실제로 수소를 천연가스 상태로 채굴한다면 수소의 경제성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의 저장과 운송
수소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면, 다음 단계는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수소는 끓는점이 -252.9℃, 녹는점이 -259.2℃로, 상온에서는 가스 상태로 존재한다. 수소를 소용량 단거리로 운송할 때는 압축 기체의 형태가 가장 유리하며, 소용량 장거리에서는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가, 대용량은 파이프, 해상운송에서는 LOHC 또는 암모니아로의 변환이 가장 경제적이다. 다만 암모니아를 이용한 수소화와 탈수소화 반응은 500℃ 전후의 높은 반응 온도와 귀금속계 촉매가 필요하며, 추가적인 정제 비용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LOHC는 상온 상압에서 수소를 저장하고,방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존의 가솔린과 유사한 액상 유기화합물을 사용해 현존하는 화석연료 저장·운송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단, LOHC로 방향족 물질을 사용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소 충전·방전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단점이 있고, *헤테로고리 화합물을 사용할 경우 충전·방전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가역성, 안전성, 경제성을 모두 만족하는 LOHC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충전·방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적절한 촉매 개발도 필요하다. 수소의 저장과 운송이 파이프와 선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주목하면, 핵심 소재는 단연 철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헤테고로리 화합물(heterocyclic compound) : 고리 모양의 구조를 가진 유기화합물 중에서, 그 고리를 구성하는 원자가 탄소뿐만 아니라 탄소 이외의 질소나 산소 등의 원자를 함유하는 화합물

포스코가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수소 이송용 배관(왼쪽)과 모빌리티용 연료탱크. 사진

▲포스코가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수소 이송용 배관(왼쪽)과 모빌리티용 연료탱크.

수소의 활용
마지막으로 수소 활용 기술이 완성되면 수소 사회의 퍼즐도 모두 맞춰진다. 대량 생산한 수소는 연료전지 기술, 가스터빈 발전 기술, 석유 대체 방향족 화합물 생산 기술, 미생물 개량 기술은 물론 철강 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소환원제철 기술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발전과 자동차 분야에서는 연료전지의 분리막 기술이 매우 중요한 요소 기술이다. 포스코는 연료전지 분리판 개발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2018년 수소전기차 ‘넥쏘’에 적용된 초고내식 스테인리스 스틸 기반의 분리판 소재인 ‘Poss470FC’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포스코가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 소재 Poss470FC. 사진

▲포스코가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 소재 Poss470FC.

고내식성과 높은 표면 전기전도성을 갖는 Poss470FC는 국제스테인리스스틸협회(ISSF, International Stainless Steel Forum) 2018년 신기술상(New Technology Award) 부문 금상을 비롯해 2019년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 산업을 이끄는 산업기술성과 15선’에 선정되며 그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포스코가 수소 활용 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HyREX 공정은 전 세계 어느 철강사도 도전하지 못한 기술로, 유동환원기술을 기반으로 일반 광석을 사용해 고품질의 철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 다음 편에서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에 대해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최근 수소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 쥘 베른이 1874년 발표한 《신비의 섬》에서 “언젠가는 물이 연료로 쓰여,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가 단독으로 또는 함께 열과 빛의 무한 공급원이 될 것”라고 한 예언이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준호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취득 후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철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표 저자로 기획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 서적인 과 국내 우주 기술 연구자들이 함께 펴낸 등이 있다.

 

[이준호 교수가 말하는 탄소중립과 철강의 미래 모아보기]
– 1편 : 우리가 꿈꾸는 미래 탄소중립사회
– 2편 : 미래 도시와 철강
– 3편 : 미래 모빌리티와 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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