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名匠)이란 무엇인가? 이순신, 을지문덕, 강감찬 장군처럼 역사책에 나오는 위인은 아니지만, 산업현장이라는 전장(戰場)에서 총칼이 아니라 기술로 무장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최고의 자리에 올라 끝내 한 분야를 정복한 명장. 이분들이 바로 대한민국명장(大韓民國名匠)이다.
대한민국명장이란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 규정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1993년부터 올해까지 653명의 명장을 선정했는데, 사단법인 대한민국명장회는 매년 고용노동부에서 고시한 기계, 재료, 전기, 통신, 조선, 항공 등의 산업 분야와 금속, 도자기 등의 공예 분야 등 총 37개 분야, 97개 직종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자를 대상으로 대한민국명장을 신청받고, 사업장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장, 관계 중앙행정기관, 중소기업청장 등의 추천을 받아 명장을 선정한다.
올해 선정된 대한민국명장은 총 13명. 그중 포스코 직원은 2명이다. 포스코에서는 지금까지 9명의 대한민국명장을 배출했는데, 올해에만 2명이, 그것도 포항과 광양에서 각각 1명이 탄생한 것이다. 올해 포스코에서는 명장 2명을 포함한 총 9명의 *우수숙련기술인이 선정됐는데, 이는 단일기업 중 최다 인원이다.
*우수숙련기술인: 숙련기술장려법에 의해 선정 및 입상한 대한민국명장,기능한국인, 숙련기술전수자, 국제기능올림픽입상자등을 통칭하는 명칭
올해의 주인공 2명은 바로 광양제철소 선강설비부 연주기수리섹션 이선동 명장과 포항제철소 제강부 2제강공장 김영화 명장.
이선동 명장은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용강을 응고시켜 슬라브라는 반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설비인 연주기의 수명이 다했을 때 이를 정비하여 성능을 복원, 향상시키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 연주기에는 약 26,000개의 가이드 롤과 약 600대의 세그먼트가 있는데, 이선동 명장은 이 수많은 부품들을 스마트하게 관리하기 위해, ‘연주기 설비관리시스템’을 개발하였다. 또한, 연주기 주요 구성품인 가이드 롤 정렬 편차방지와 스프레이 노즐 장착 신뢰성 향상을 위해, 가이드 롤 정렬 자동측정기술 및 스프레이 노즐 비수분포 측정기술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하여 지난해 4월 포스코 최고 기술 등급인 Technical Level 5를 인증받았다. 이번에 대한민국명장의 숙련기술로 선정된 것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 정비를 실현하는 이 ‘연주기 설비관리 시스템’ 이다.
김영화 명장은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 34년간 근무하며 통상 1개월을 유지하기 힘든 무결함 제품생산 기간을 1년 이상 유지한 경험이 3번이나 되는 제강 기술의 명장이다. 성분 편차가 많고 결함이 있는 제품을 생산하게 되면, 추가적인 제강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무결함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생산 원가 절감 및 납기 단축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불순물 중 상온에서 깨지는 성질인 취성(Brittleness)을 일으키는 화학성분인 P(인)를 0.20%에서 0.005% 이하까지 제어하는 공정 기술을 특허 출원해 API강재와 LNG탱크 소재, 극저린재를 생산함으로써 제품 원가를 절감하고 납기를 단축시킨 공로를 인정 받았다. 지금은 포항제철소 2제강공장에 AI를 도입하여 작업을 표준화하고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고효율 제강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l 대한민국에 대한민국명장이 있다면, 포스코에는 포스코 명장이 있다!
포스코에도 명장이 있다는 사실은 아는가? 포스코는 철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겸비하여 기술경쟁력을 리딩하고, 현장의 창의적인 개선 활동을 선도하는 직원 2~3명을 매년 포스코 명장으로 선발하고 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선정된 포스코 명장은 총 19명. 포스코 명장에게는 1직급 특별 승진의 혜택과 2천만 원 상당의 부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향후 성과가 탁월한 명장은 임원까지도 성장이 가능토록 우대하고 있다. 실제, 제도가 신설된 첫해인 2015년 포스코 명장으로 선정된 손병락 명장은 2018년 정기인사에서 최초로 상무보로 승진하여 현재 포항제철소 EIC기술부 기술지원 업무는 물론, 사내대학인 포스코기술대학 겸임교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포스코 내 전동기(Motor) 기술 분야 일인자로 꼽히는 손병락 명장은 포항제철소 6천 개에 이르는 유도전동기 사양을 670개로 표준화하고 고압·특고압 전동기 코일 부분 수리 기술과 고전압 전동기 개선 기술 개발에도 앞장섰는데, 지난 6월에는 제21회 ‘철의 날’을 기념하여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운영기준, 업무표준, 작업절차, 실패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여 실패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미완성 기술은 앞으로 후배들이 완성해 갈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손 명장. 그가 지금까지 작성한 교육자료는 교류회전기기 종합지식(945쪽), 전동기 교육자료 (95건) 등 무려 1500여 건에 이른다. 이처럼 포스코 명장의 진정한 가치는 철강 분야를 리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자라는 명예를 넘어, 후배들에게 명장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여 그 가치가 후속 세대들에게 이어지도록 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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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명장 2관왕. 대한민국 명장이자 포스코 명장인 명장 오브 명장은 누구?
대한민국명장이면서, 동시에 포스코 명장이기도 한 포스코 직원이 있을까? 바로 여기 있다. 김공영 명장은 ’15년 대한민국명장으로 먼저 선발된 후, ’19년 포스코 명장에도 선발돼 명장 2관왕을 달성했다.
‘16~‘17년 2년 연속 포스코기술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김공영 명장은 STS정련 분야의 최고 기술자다. STS저취전로 환원재 저감조업, 노체관리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조업시간 단축과 원가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는데, 놀랍게도 김 명장은 이미 15년 전부터 STS정련분야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분석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빅데이터화, 알고리즘화, 인공지능화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명장과 포스코 명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난 2016년 포스코 명장에 선정된 김차진 명장. 세계 최고수준의 용광고(고로) 정비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김차진 명장은 포항제철소 제선부 직원들에게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김 명장은 늘 똑같은 정비업무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이런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것인가’
1,300도가 넘는 고로를 정비하는 업무. 뜨거운 열기로 인해 쉽게 열변형이 일어나는 설비를 사흘이 멀다하고 교체하고 있었던 것. 둥근 형태의 설비를 강도가 20배 높은 사각 형태로 교체하기 쉽도록 개선했는데, 이것이 김 명장이 처음으로 설비에 대한 개선 의지를 가지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했던 1987년의 일이다. 이후 김 명장은 수없이 많은 고로 설비 개선과제를 수행했는데, 지금도 포항제철소 1고로에 사용되고 있는 개공기 모바일보스(Mobile boss)라는 설비는 월 20회 이상 발생하던 돌발 상황을 월 1회 이하로 줄였던 설비로, 김 명장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이래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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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챘는가? 로봇은 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학습하여 모방할 수 있지만, 인간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은 모방할 수 없을 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명장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늘 똑같이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도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력.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문제를 개선해 내고야 마는 인간의 창조력. 덧붙여, 나의 세대에서 개선하지 못한 과제를 후속세대가 해결할 수 있도록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는 디딤돌의 역할까지. 이것이 바로 감히 로봇은 모방할 수 없는 명장의 가치인 것이다.
대한민국명장과 포스코 명장. 명장은 그 자체로 이미 최고 전문가로서의 존경과 명예를 상징하는 것이니만큼 가치와 의미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과거의 명장에게 뛰어난 전술이 있었듯, 대한민국명장과 포스코 명장은 뛰어난 기술로 오늘도 내일도 우리나라 산업 현장 곳곳을 묵묵히 지켜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