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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에 옻칠을 하면? 조금은 특별한 금속 공예전

금속에 옻칠을 하면? 조금은 특별한 금속 공예전

2018/07/19

서도식 공예 작가의 금속 오브젝트 클로즈업

공예작가 서도식 서울대 미대 교수가 8년 만에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시 제목은 < On The Road>로, 오는 8월 12일까지 서울 갤러리로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 교수의 작품 제작 과정은 우리가 흔히 아는 금속공예와는 다르다. 성형이 끝난 금속용기 표면에 옻칠을 해 금속 특유의 차가운 성질을 부드럽게 마감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 금속의 단단한 느낌과 옻칠이 주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이 이루는 대비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지난해 11월 포스코1%나눔재단과 한국문화재재단이 함께한 ‘이음 전(展) – 철공예와 식문화’ 총괄 감독을 맡아 포스코와도 깊은 인연을 가진 서 교수의 7번째 개인전을 포스코 뉴스룸에서 찾아가 봤다.

 

투박한 금속이 옻칠을 만나 이야기가 되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형태는 같지만,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있는 여러 오브젝트와 마주하게 된다. 항아리를 닮은 금속 용기(容器)는 선사시대 토기와 비슷한 형태다. 작품 안쪽이 감겨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고 물결이 치는 모양 같기도 한 것이 특히 눈에 띄는데, 서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겉에는 금속 소재를, 안쪽에는 3D 프린팅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프린트 한 플라스틱 소재를 접합한 작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철과 함께 구리, 알루미늄 등 여러 금속 소재를 사용해 옻칠로 마무리한 오브젝트들의 다양한 컬러 변주도 독특하다. 일정한 폼(form)에 넣는 컬러에 따라 작가가 담고자 한 시간의 색을 나타냈다고 하는데, 주황, 노랑처럼 밝은색에서 의외의 아쉬움이나 회한이 느껴지는가 하면, 푸른색에서 우울한 듯 경쾌한 에너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

금속을 재단하고 두드려 만든 둥글고 깊숙한 형태에 다양한 색으로 작가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담아냈다고 하는데,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을 마주할 때 나름의 해석을 더 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둬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길 위에서 마주했던 순간의 기록

금속 오브젝트 넉 점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각 오브젝트의 내부 질감을 달리 하고 저마다 다른 색으로 작업한 용기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작품 감상 후 서도식 교수를 만나 이번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전시 주제인 ‘On The Road’는 문자 그대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 위에서 마주했던 자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차곡차곡 쌓아낸 창작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젊고 힘이 넘치는 시절에는 앞을 내다보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미래에 대한 것보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전시 준비 과정은 저에게 익숙한 도구와 재료로 익숙한 몸짓에 상상을 더해 과거의 시간을 오롯이 담아낸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작품들이 기존 작품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나선형이나 질감, 색감들이 조금씩 달리 표현된 것은, 과거의 시간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그 순간 느낀 기억에 대한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최선의 소재에서 시각적인 언어를 찾아 창작 활동을 맘껏 펼쳐 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보다 스스로 느끼는 기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고통이 치유되는 보람을 몸소 체험한 거죠.”

 

금속 공예가가 말하는 철의 매력

서도식 작가의 금속 오브젝트

그동안 서 교수는 동, 구리, 은,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을 많이 다뤄왔다. 그가 주철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바로 포스코와의 인연 때문.

“작년에 포스코1%나눔재단과 이음전을 준비하면서 주철을 처음 사용해 봤는데 느낌이 아주 좋더라고요. 철이 주는 묵직함 외에도 약간 거칠고 투박한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볼(Bowl) 형태로 만든 철 안쪽에 옻칠을 해 색감과 질감의 대비를 시도해 보았는데요. 철 특유의 투박한 느낌이 가볍고 경쾌한 느낌과 만나 의외의 조화를 이루어 내더라고요. 구리합금이나 은도 사용해 봤지만, 재료 자체가 가진 금속의 딱딱하고 단단한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거든요. 약간 단조롭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서 교수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컬러에 대한 숙제도 금속 소재와 옻칠의 만남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소 단조롭게 보였던 제 작품들에는 언제나 컬러가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금속에 부분적으로 옻칠을 해 절묘한 색감이나 질감의 변화를 주어 기존의 금속 오브젝트가 주는 느낌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환기시켜 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죠. 옻칠의 컬러나 텍스처를 보니 금속 소재와 함께 결합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것이 지금은 제 작업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서도식의 이번 전시는 형태 짓기의 행복으로 나아가는 오솔길을 선보인다. 그 길은 목적지가 닿는 것이 중요치 않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산책로다’라고 평가한 강정호 미술학 박사의 말처럼 이번 전시에서 서도식 교수가 걸어온 아름다운 산책로 같은 길을 다시 걸어보고 나만의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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