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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는 수제자전거를 만드는 청년이 있다

홍대에는 수제자전거를 만드는 청년이 있다

2016/02/15

Steel Column 수제자전거 만드는 김두범씨  홍대에는 수제자전거를 만드는 청년이 있다  상수동은 홍대 문학의 영향을 받는 곳으로 음악, 파인아트, 디자인, 푸드스타일 등의  영역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다양한 창작 작업들을 벌이는 곳이다.  이 상수동 한 켠에 '수제자전거'를 만드는 젊은 청년이 있다.  수제자전거 공방 '두부공'을 운영하는 김두범 대표(34)가 바로 주인공.  자전거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미국에 유학을 다녀왔다는 그의 이야기를 만나봤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가 자전거를 만들기로 결심을 한 것은, 인문학적인 성찰의 결과일까. 그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인간의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사회구조나 현실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한때 학생운동을 했다고 한다. 졸업 즈음에 그와 같은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몸’이라는 순수한 동력을 쓰는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을까 싶어 자전거 만드는 일을 택했다고. 자전거 만드는 일이야말로 철이라는 특수한 소재가 갖는 물성에 정직하게 대응하는 노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수제 자전거 공방 내부

 

철이 가진 우직함으로 손맛이 깃든 수제자전거를 만들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쇠나 철에 끌렸다고 한다. 나무나 돌에 비해 철이 가지고 있는 우직함과 강직함에 매료됐다는 것이다. 그가 수제자전거 공방 두부공을 운영한 것은 5년째다. 상수동에서 공방을 운영한 것은 4년째.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할 때 자전거라는 것이 기계적인 조립품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자전거와 두부공에서 제작되는 수제자전거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것이다. 그에 대해 김두범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두부공에 자전거 제작을 주문하는 고객들의 가장 큰 욕망은 세상에서 단 한 대뿐인 자신만의 자전거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이란다. 김두범 대표는 그것을 인문적 감수성을 통해 섬세하게 이해하면서 자전거를 제작한다고 한다. 그가 표현한 손맛이라는 것은 바로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고객이 느끼는, 자기 몸에 최적화된, 자전거와 하나가 된 일체감 같은 것이라고.

걸려져 있는 공구들

 

철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세상에서 단 한 대뿐인 자전거

수제자전거 제작공정은 대략 대여섯 단계를 거쳐서 진행된다. 먼저 고객으로부터 주문표를 받는다. 두부공에서 사용하는 주문표를 보니, 제품의 사이즈, 치수, 디자인 등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주문표가 작성되면 그것에 맞춰 소재를 결정하고 전문공장에 튜빙(파이프)을 주문해서 받는다. 튜빙이 오면 디자인된 사이즈에 맞게 커팅하고 마이터링(mitering, 을모내기)을 한다. 그런 다음 임시용접에 해당하는 가접을 한단다. 그리고 시트, 탑, 헤드, 다운, 기어 순서로 정식용접을 하고 사상작업과 표면작업, 도색 등을 거쳐 자전거가 완성된다.

수제자전거의 장점이라면, 여전히 정통 방법 그대로 철을 주재료로 자전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근년 들어 자전거 소재로 카본 같은 합금이 많이 사용되면서 철을 주재료로 만들어진 자전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김두범 대표는 합금이 아니라 철이라는 소재로 자전거를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철은 인위적인 특성을 가진 것이면서도 자연성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필요에 따라 제련을 하지만 생물처럼 녹이 슬고 낡아간다는 것이다. 그것을 몸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철을 만지는 장인으로서 남다른 경험이라는 것이다.

수제 자전거 공방 내부

 

철을 통해 삶을 성찰하는 행복한 자전거 청년

그가 일 년에 만들어내는 자전거 대수는 평균 일곱 대 정도. 한 대당 가격이 90~100만 원(프레임 기준) 수준을 웃돈다. 물론 제작(빌딩) 및 판매만 하는 건 아니다. 그는 수리와 정비까지도 하고 있다. 그가 처음 공방을 차리면서 했던 생각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5년만 끌어보자는 것이었단다. 그의 말대로 5년 동안 그는 행복하게 일을 했다. 그리고 지금의 목표는 앞으로 10년을 더 이끌어가고 싶다는 것. 아직 큰 수익은 나지 않고 투자하는 단계지만, 그는 큰 욕심 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자신의 노동을 쓰는 지금의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물론 일을 하면서 느끼는 애로 사항이 전혀 없지는 않다.

"사람들이 돈이라는 잣대로 제가 하는 일이나 제 직업을 대할 때가 가장 힘들어요.  일의 가치를 매기는 것은 다양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철이라는 가장 정직한 재료를 만지면서 삶을 인문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즐겁거든요."

인터뷰 하는 중간에 늦은 점심식사가 배달되었다. 음식은 식고 있었지만, 그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은 작은 공방을 내내 훈훈하게 데웠다.

수제 자전거를 만들고 있는 김두범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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