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낳으면 다 알아서 혼자 큰다”는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어려운 취업 관문을 통과하고 결혼에 골인했지만,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하는 걱정에 막상 아이를 갖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회사가 육아의 짐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포스코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위기가 범국가적 문제라는데 깊이 공감해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회사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의 달과 스승의 날을 맞이해 맞벌이 부부, 워킹맘과 육아대디 곁에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주고 있는 포항, 광양 포스코어린이집 교사들의 경험담과 그들이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서울 포스코어린이집 편에 이어 담아 봤다.
┃포항 포스코어린이집 다람쥐반 남동우 교사
부모님과 헤어지기 싫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오랜만에 선생님들을 만나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로 포항 사내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분주하다.
귀에 들려 오는 상냥한 남성의 목소리, “예림아, 엄마한테 인사해야지”
보육교사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이 여성 교사의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보육교사는 여성들의 직업이라고 생각돼왔고 실제로 남성 교사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금남(禁男)의 세계에서 귀여운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포항 포스코어린이집 남동우 교사를 찾아 가봤다.
“아빠 같이 진심을 다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봅니다”
포스코 어린이집의 첫 남교사인 남동우 교사는 포스코 어린이집 6년 차로 만 2세 다람쥐반 담임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남 교사는 어린 사촌 동생들을 자주 돌보고 함께 놀아주다 보니 어린이집 보육교사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익숙하고 그것을 ‘잘’ 하다보니, 유아교육과 진학을 결정했을 때 담임교사가 “너라면 잘 어울리겠다. 해봐”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한다.
남성 보육교사라서 특별히 좋은 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체력이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돌보고 나면 저도 홍삼 생각이 절실합니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남 교사는 오히려 엄마보다는 아빠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남성 보육교사의 장점이 아니겠냐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아이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아이의 친아빠 같이 진심을 다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든 아이들과도 잘 통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아이들을 향한 ‘진정성’을 꼽았다.
“아이들로부터 받은 편지들을 다 모아두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것들에 아이들이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는 것을 보며 아이들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느껴요.”
남 교사는 아이들이 어버이 날을 위해 손수 카네이션을 만들려다 찢어지거나 망가지자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슬피 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만의 순수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어린이집 근무 1년 차 때부터 매년 스승의 날에 받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감사 편지들을 모두 모아두고 있다고 한다. 받은 편지들을 정리할 때마다 아이들이 ‘지금쯤 잘 크고 있을까?’, ‘지금쯤이면 초등학교 몇 학년일까?’ 등을 생각하며 그 아이들과 보냈던 소중한 추억들을 되새긴다고 한다.
한번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2년 정도가 지난 한 친구가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다시 인사를 하러 왔을 때 “남동우 선생님!”을 외치며 달려와 남 교사의 품에 와락 안겨 뿌듯함과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잘 정돈된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창의성을 키울 수 있지요”
도심 속에 있는 서울 포스코어린이집과는 달리 포항은 주변이 잘 정돈된 자연환경 속에 위치해있다. 남 교사는 직장 보육시설로 하루 대부분을 기관에서 생활하는 영유아들과 비교해 포항 포스코어린이집은 주변의 영일대공원과 지곡주택단지 안에 있는 산책로들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포항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바깥에 나가 계절마다 피는 꽃과 나무, 나비, 잠자리, 청설모, 박새 등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아이들과 산책길에 만개한 벚나무 터널을 지나가며 떨어지는 꽃잎들을 잡아보기도 하고 영일대 호수에서 거위, 잉어, 자라를 가까이에서 관찰 해봤습니다.”
그는 잔디밭 위에서 뛰고 구르고, 솔방울과 나뭇가지 등 자연물을 주워다가 창의적인 놀이를 아이들이 스스로 펼치기도 하고, 동물과 식물을 소중히 다루고 보호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어린이집 주변 환경이 아이들의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편 남 교사는 어린이집에서 행사나 참여수업을 진행할 때 부모들이 근무시간을 조정해 많은 수의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또 그는 효자아트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행사, 여름이 되면 다녀오는 포스코의 월포수련원에서 영유아들이 부모님들과 쌓은 즐거운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에서 포스코가 직원들의 일과 가정의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지원해주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예쁜 아이들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에게 양보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과정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그들로부터 되려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는 남성 보육교사라는 점이 어떻게 본다면 불안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텐데 지금까지 믿어준 동료 교사들과 부모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믿어주시는 마음에 꼭 보답하는 다람쥐반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예쁜 아이들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다람쥐반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면서 많은 추억들 만들어나가겠습니다.”
┃광양 포스코어린이집 나비반 김공은 교사
광양 포스코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출근 시간.
다른 교사들과는 달리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김공은 교사를 만났다. 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아이들을 담당 반에 맡기고 나비반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지 않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육교사이기 전에 진짜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 워킹맘, 광양 포스코어린이집 김공은 교사를 찾아 가봤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을 좋아해요’ 한 마디에 힘이 납니다”
광양 포스코어린이집 만 1세 나비반을 담당하고 있는 김공은 교사는 어린이집 근무 9년 차로 남편이 포스코에 재직중이라 자신의 두 아이 역시 포스코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워킹맘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오늘도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을 좋아해요.”라는 부모들의 말 한마디에 뿌듯함을 느낄 때는 본인이 영락없이 어린이집 보육교사라고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2010년 광양 포스코어린이집에 입사해 근무하는 동안 두 아이도 출산하고 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리고 오게되면서, 그 누구보다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주변환경에 저도 힐링을 하게 됩니다”
김 교사는 포스코어린이집이 다른 어린이집과 비교했을 때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들이 협조해주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한다. 특히 광양 포스코어린이집은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이 아닌 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의 등하원을 해주고 있는데 엄마들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등하원을 도와주면서 아이가 어떤 놀이를 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는지 눈여겨본다고 한다. 특히 아빠들이 어린이집 도서관에 있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등 아이들의 육아에 직접 참여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흐뭇해진다고.
그녀는 광양 포스코어린이집이 넓은 실내외 공간을 보유하고 있어서 넓은 잔디밭과 놀이터, 산책로에서 영유아들을 자유롭게 활동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광양 포스코어린이집은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텃밭에서 자란 당근, 상추, 꽃, 깻잎을 영유아가 직접 키우고 가꾸고 있고 주변에 배나무, 모과나무, 벚나무, 장미꽃 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살펴볼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과 산책을 하면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사계절 자연경관을 만끽하는데 그 틈에 저도 같이 힐링을 하게 됩니다.”
김 교사는 어린이집 인근에 백운아트홀과 어울림체육관이 있어 공연이 있는 날이면 가족들과 함께 하원 후에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고, 어울림체육관에 운동시설은 아이들과 견학을 갈 수 있어 또 하나의 체험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최근 EBS에서 주최한 ‘딩동댕 유치원’ 공연이 있던 다음 날 아이들이 공연 본 것에 대해 김 교사에게 열심히 자랑하며 신나해 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포스코가 철을 만드는 회사임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부모들이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것처럼 어린이집을 철을 이용해 튼튼하게 만들겠다고 흉내를 내는 놀이에 몰입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아이들이 인지능력에 또 한번 놀라고 한편으로는 부모의 직업을 제대로 알아줘서 뿌듯해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부모님들이 직접 써주신 편지에 오히려 제가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김 교사는 스승의 날을 맞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어보자 “모든 교사가 같은 생각이겠지만 아이들이 직접 쓰고 그린 그림 편지는 정말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과 감사함을 그림이나 글로 써 내려간 편지를 받으면 보람과 감동을 느껴요”라며 흐뭇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편지도 기분 좋지만, 아이들의 부모들이 직접 쓴 편지를 받았을 때 오히려 더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김 교사는 마지막으로 “항상 지금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엄마에게 안기듯 안기는 우리 아이들,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하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동안 어린이집을 끝까지 믿고 맡겨준 부모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