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정말 더 친환경적일까? 언뜻 생각하면 답은 간단해 보인다. 전기차는 매연을 뿜지 않으니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훨씬 친환경적일 것 같다. 하지만 비교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전기차는 주행 시 매연이 나오지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가스가 발생한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제대로 얘기하려면 전기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전 과정을 포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차량의 제조와 사용, 폐기까지의 전 단계를 모두 고려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차’에 대해 논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라이프사이클(Life Cycle)’ 접근의 기본 개념이다. 라이프사이클 접근은 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 채취에서부터 제조, 수송,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연료와 원료 및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접근방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바라본 철의 친환경 경쟁력을 포스코경영연구원 진윤정 수석연구원이 분석해봤다.
l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방법
라이프사이클 접근은 최종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가 핵심이었던 기존의 접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철강 제품 경량화를 위해 생산 공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더라도 제품을 통해 자동차 주행 시 연비가 크게 개선된다면 전체 환경 관점에서는 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라이프사이클 접근은 이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본질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통합적인 문제 해결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철강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l 우리가 몰랐던 철의 친환경성
철은 일반적으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생산공정 특성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환경오염 물질도 다량 배출하는 업종으로 꼽히는 탓이다. 생산단계에서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용과 폐기단계까지 살펴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철강 제품의 다양한 강점들을 찾을 수 있다.
1. 생산단계 : 경량화로 최종 제품의 환경성 개선
철은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공정상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효율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부산물이 슬래그(slag)인데, 이는 시멘트나 도로용 골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부생가스 역시 연료로 재활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철은 무겁다”는 고정관념을 깬 지속적인 경량화 노력 역시 최종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강판의 경우 40% 이상 경량화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되는데(’12년 기준, worldsteel), 가벼워진 자동차강판은 자체 무게를 줄여 결과적으로 연비 효율이 높아지고,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2. 사용단계 : 긴 수명으로 제품을 오래오래
철은 수명이 길다. 이 점은 사용 단계에서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이나 각종 인프라에 사용되는 철의 수명은 100년에 가깝다. 자동차나 기계에 사용되는 철 역시 수명이 10년 이상이다.
3. 폐기단계 : 양(量)과 질(質) 모두 우수한 철의 재활용
철의 재활용률은 90% 이상으로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등 다른 소재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철은 본래의 특성과 품질을 유지한 채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고, 타 소재 대비 불순물도 적어 순환경제 모델에 가장 적합한 소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l 철 vs 알루미늄, 더 친환경적인 소재는?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을 철보다 친환경적이다’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사용’단계에 있다. 기본적으로 비중이 낮아 가벼운 소재인 알루미늄은 사용 단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부각시켜 친환경 소재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나 세계철강협회(worldsteel)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체 과정의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철은 알루미늄 대비 사용 단계를 제외한 제조, 폐기 단계에서 모두 환경 영향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l 지속 가능한 철의 미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관점에 기반한 환경규제는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친환경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역시 그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철이 환경적 측면에서도 매우 경쟁력 있는 소재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저탄소, 자원순환형 사회’의 핵심 소재로서의 철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