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 석유, LNG 같은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자국 상황에 맞춰 에너지 공급망 강화를 위한 ‘자원안보*’에 주력하고 있다. 멕시코의 리튬 국유화, 인도네시아의 주요 광물 수출 중단 조치 등 자원 무기화 기조가 강화되면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자원안보 : 핵심자원을 안정적인 가격에 중단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상시 및 비상시 대응능력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 및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자,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배터리 구성 요소 중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 및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이며, 리튬이 양극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l 소재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리튬의 안정적 확보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1GWh(기가와트시·전기차 1만 5000대 분량)를 생산하는데 700t가량 필요한데, 포스코경영연구원의 ‘글로벌 리튬 산업 7대 이슈’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 리튬 총수요를 82만 1000톤으로 내다볼 만큼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리튬 수요가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전 세계 리튬의 87%가 소금바다라 일컫는 염호에 매장되어 있다. 주요 리튬 공급처로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미국, 호주, 중국 등의 염호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리튬 수입의 95%를 중국(64%), 칠레(31%)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삼원계 배터리(NCA·NCM) 생산이 98%에 다다를 정도로 향후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수산화리튬에 대한 의존 구조가 더욱더 심화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자원 개발 사업을 뛰어들기 시작했다.
l 국내 기업 최초! 현지 리튬 상업화 도전
대표적으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010년부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리튬’으로 주목해 2018년 약 3천 억을 투자해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리튬 염호를 인수했다. 2020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채굴·제련하는 데모 플랜트 가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상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 1편 : 백색 엘도라도, 포스코아르헨티나 염수리튬공장에 가다
– 2편 : 해발 4000미터에서 꿈을 캐는 사람들
포스코홀딩스가 인수한 현지 염호의 면적은 서울 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 7,500ha(헥타르) 규모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추정된 매장량이 인수 당시 매장량 추정치보다 6배 늘어난 약 1,350만 톤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기차 약 3억 7천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옴브레 무에르토의 또 다른 장점은 아르헨티나의 다른 염호들과 비교해서 리튬 농도는 높고 불순물의 농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포스코그룹이 독자 개발한 리튬 추출 기술로 수율도 높이면서 생산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홀딩스 고유의 리튬 직접 추출 기술은 1ℓ당 평균 0.9g가량 리튬이 매장된 염수는 지하 수백 미터 속에 묻혀 있어 관정을 뚫어 땅 속에 고여있는 염수를 뽑아 올린다. 이후 바닷물을 건조시 소금을 만들어내는 염전과 비슷한 형태인 ‘폰드’에서 4단계에 걸쳐 건조 공정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농축된 염수는 상공정을 통해 칼슘·마그네슘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수분을 재차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산 리튬은 한국 광양과 살타시 인근에 건설 중인 하공정 공장을 통해 양극재에 활용되는 수산화리튬으로 제조되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수산화리튬까지 모두 생산하는 1단계 공장을 2024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착공에 돌입했다. 1단계의 연 생산량은 전기차 약 6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2만 5천 톤으로 계획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종적으로 2030년까지 리튬 생산 연 30 만톤 체제를 완성한다는 목표로 이차전지 공급망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포스코케미칼을 비롯해 국내 양극재 생산 업체에도 리튬 공급을 늘릴 수 있어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 국내 원료수급 안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광석리튬으로 15만 톤, 염수리튬으로 12만 톤, 3만 톤은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리튬 30만톤 생산 목표’ 달성을 이루고자 한다. 염호는 아르헨티나에서 직접 채취해 생산에 나서는 한편, 2018년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로부터 리튬 정광을 장기 공급받는 광석리튬의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더해 호주 광물개발업체 ‘진달리리소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광석과 염수에 이어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진달리리소스는 미국 현지에서 탐사 중인 광구에서 점토 리튬을 시추해 제공하고, 포스코홀딩스는 이를 활용해 RIST와 공동으로 최적 리튬추출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성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리튬 이외에도 △호주의 니켈 제련 회사 레이븐소프의 지분 인수 △탄자니아 흑연 광권 확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진출 등 원료 밸류체인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로써 포스코그룹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튬·니켈·흑연 등 2차전지 원료부터 전구체 및 양·음극재 및 차세대 소재까지 생산·공급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10년 이상 연구개발 끝에 친환경 리튬 추출 기술을 확보했으며, 전고체 전지용 황화리튬과 리튬메탈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도 진행해 미래 성장의 발판을 계속해서 마련하고 있다. 기존 철강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확보한 공급체계 구축으로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