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걷다 보면 지하보도가 퍽 반가운 때가 있다. 도로 앞에 서서 언제 바뀔지 모를 신호등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지하보도를 통해 한 방에 이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 칼바람을 잠시 피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지하보도는 일반적으로 횡단보도나 육교에 비해 넓게 설치할 수 있어 편하고,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다. 환경적으로도 매연이나 소음을 막아주고, 시가지의 경관도 해치지 않으니 꽤나 이로운 시설물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 법. 지하 특성상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노후되기 쉽고, 인적이 드문 밤에는 쉽사리 발걸음 하기 어렵다. 영화에서 지하보도는 어두침침한 곳으로 묘사되기도 하니.
서울 포스코사거리에도 ‘선릉지하보도’가 있다. 왕복 10차선이 늘어진 사거리를 편리하게 건널 수 있도록 9개의 출입구가 설치된 지하보도다. 출입구 하나는 포스코센터로 연결되어 있다. 이 보도도 지은지 40년 가까이 되면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았는데, 이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보도 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2016년 그린오아시아 프로젝트)를 벌이기도 했다.
사실 이 보도는 공공시설물일 뿐 포스코의 사유지는 아니다. 하지만 더 나은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에 응답하고자, 이번에 기업시민 포스코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포스코사거리 지하보도, 그리고 이 보도와 포스코센터를 잇는 썬큰(Sunken)가든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한 것. 철강기업답게 프리미엄 스틸을 내외장재로 사용해 공간의 격도 높였다.
리모델링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포스코센터와 지하보도의 출입 관문인 썬큰가든이다. 손바닥만 한 포스코 스테인리스 미러를 10,504개 달아서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아름답게 흔들리는 벽을 탄생시켰다. 실제로 보면 그야말로 ‘빛이 파도치는 지하’다. 하나의 예술품이라 할만하다. 주변의 경관을 반사하는 스테인리스 미러가 시시각각 다른 무드를 연출한다. 이 길을 따라 곧장 포스코미술관을 방문할 수도 있으니, 감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틸로드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이외에도 지하보도 통로는 포스코의 고내식 강판 포스맥(PosMAC)을 적용해 모던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대리석 무늬를 프린팅한 포스아트(PosART)는 곳곳에서 무게감 있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한쪽 벽면도 스테인리스 스틸을 활용해 아트월로 꾸몄다. 845평 규모에 총 60여 톤의 스틸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들은 심미성 뿐 아니라 기능성도 우수한데, 스틸 패널은 교체가 용이해 향후에 노후된다 할지라도 방치될 염려가 없다. 쉽게 부식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지하보도가 지하보도지 뭐’ 라고 생각했다면 오해다. 기업시민의 애정을 담은 지하는 이렇게도 아름다워질 수 있으니. 지금 포스코사거리에서는, 포스코센터의 경관조명과 함께 저녁이면 형형색색의 파도가 치는 지하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