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를 배우게 된 건 어릴 때 한약을 잘못 먹은 탓에 청력을 잃은 친척 때문이었습니다. 광양제철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수어를 배우려고 ‘소리빛’이라는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엄마가 장애인을 배려하는 제 마음씨가 기특하다며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던 당시 농인분들께서도 청인이 수어를 배운다며 무척 이뻐해 주셨지요. 그분들과 수어를 나누며 농인들이 겪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이후 수어 관련 봉사활동이라면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배워온 수어를 이번에 활용할 수 있어 무척 뿌듯했습니다.
포스코홍보관에 들어선 청각장애인들께서는 연신 ‘넓다, 너무 좋다’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열연공장을 방문했을 땐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철판의 온도가 따뜻해요’라며 연신 손을 뻗으셨어요. 그 모습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특별한 순간이라는 것을요.
청각장애인은 들을 수 없기에 시각적인 정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보 전달을 극대화하고자 기존 홍보 영상(철강생산공정)의 자막을 수정하고 모형대(LED효과)로 이해를 도왔는데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청각장애인들께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순간 그간 쌓인 피로가 눈 녹듯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견학을 마친 후 어머니께 농인들을 위해 수어로 제철소 견학을 진행했다고 전하니 ‘우리 딸 대견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저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게 느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