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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톡파원① 프랑스 김돈건 르노 레지던트 엔지니어

포스톡파원① 프랑스 김돈건 르노 레지던트 엔지니어

2024/05/10


이국적인 환경에서 업무도 하고 여가도 즐기는 포스코 해외 주재원들의 삶이 궁금하신가요? 포스코뉴스룸이 해외 주재원들의 생생한 현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1편에서는 프랑스 르노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김돈건 포스톡파원을 만나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1년 11월부터 파리 근교(기양꾸르)에 있는 르노테크센터에서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레지던트 엔지니어 김돈건입니다. 포스코그룹은 2013년부터 르노그룹과 철강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차전지소재와 수소 분야까지 기술 협력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친환경차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미래소재 전(全) 분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해 탄소중립과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죠.

저는 2010년 포스코 광양 성형연구그룹(舊자동차가공연구그룹)으로 입사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송도 철강솔루션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도전과 낭만을 즐기는 회사원이라면 한 번쯤 해외 주재원 생활을 꿈꾸는데요. 저 역시 포스코에 입사하면서부터 해외 주재원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업무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연구소 소속이지만 2018년 자동차소재솔루션그룹으로 파견을 갔습니다.

그때 시작한 르노닛산 업무를 송도에서 이어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주재원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는데요. 르노 레지던트 엔지니어 자리에 많은 분들이 지원했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제가 해왔던 업무가 큰 도움이 되어 2021년부터 르노테크센터에서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르노의 부서마다 다르지만, 제가 속한 부서는 탄력근무제로 운영됩니다. 주 35시간 근무시간만 지키면 오전 7시에서 오후 8시 사이 개인별로 정해둔 스케줄대로 출퇴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생긴 제도인데 일주일에 2번 이상 출근했다면 나머지 근무일은 집에서 일해도 괜찮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당연히 포스코의 근로 시간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르노의 요청으로 별도 미팅이 없는 한 금요일에는 재택을 하고 있는데요. 이날은 직원 대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식당도 열지 않습니다. 하하.

프랑스 주재원이니 불어를 능수능란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실 텐데,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료들 대부분이 프랑스인이지만, 영어로 소통하는 편이거든요. 사실 프랑스에 막 도착했을 때 불어를 공부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인사말이나 간단한 안부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유용한 표현 중 하나는 “쥬 느 빠흘레 빠 프헝쎄(Je ne parle pas français)!”인데 이 말은 ‘저는 프랑스어를 못해요’라는 뜻입니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아들으시더라고요. 특히 광고 전화가 왔을 때 이렇게 말하면 금방 끊어서 좋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프랑스인이거나 캐나다인입니다. 한국인은 저 혼자고요. 처음에는 어떻게 대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프랑스인들이 사교성이 좋더라고요. 저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미국인 선생님이 하는 말씀이 한국인이랑 프랑스인의 성격이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관심이 많고, 대화하는 것도 좋아한다고요.

제가 겪어보니까 진짜 그렇습니다. 휴식 시간에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걸 무척 좋아해서 회의할 때보다 티타임할 때 더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업무 미팅은 공적인 자리이니 아무래도 표현이 제한되고 생각도 경직되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이것저것 사적인 얘기들로 수다를 떨다 보면 분위기가 풀어지면서 더 좋은 생각이 나와서 기회만 된다면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려고 합니다. 르노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친환경차 관련 전반적인 소재 필요성에 대한 니즈를 접할 수 있었고 2023년 11월 16일 르노 현지에서 포스코그룹 테크데이라는 행사도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통이 원활해지니 포스코가 공급하지 못했던 소재들도 공급할 기회가 생겼고, 다양한 분야로 기술 및 판매간 협업을 강화할 수 있었죠.

해외 주재원을 고민하는 분들께서 “현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쭈뼛쭈뼛 있으니 다들 말을 걸기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인사도 하고 말도 거니 그다음부터는 다들 편하게 대해주더군요. 한 번은 프랑스 안시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동료가 자기 고향이 안시라면서 자기 자리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따라가니 지도를 펼쳐놓고 여기가 좋고, 저기에 가야 된다면서 설명을 해주는 겁니다. 궁금한 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라며 한참 알려줬던 기억이 납니다.


프랑스에서 집을 구하고, 병원에 가고, 아이의 학교를 알아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집을 구하려면 전화번호와 통장이 있어야 하는데 전화번호와 통장을 만들려면 집 주소가 필요했습니다. 외국인이다 보니 그런 것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어요. 한국은 그런 절차가 굉장히 빠르게 이뤄지는 나라잖아요. 가끔은 “왜 이렇게 느리고 답답하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병원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필요한 물건은 어떻게 구하는 지 등 정보가 많아서 현지 생활에 적응하는 데 아주 유용했습니다. 동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여행이나 음식처럼 현지 관련된 것들은 적극적으로 묻고 의견을 구하다 보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주재원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인데요. 자녀가 있다면 아이의 학교생활이 주재원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미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제학교를 보내는데, 국제학교 공용어가 영어이니 언어를 미리 가르쳐두시면 자녀가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불어로는 ‘똘레헝스’라고 발음하는데 차이에 대한 이해 및 관용 등과 관련된 프랑스 문화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프랑스인들은 지하철노조가 파업해 출근을 못 해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고, 결국에는 내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그런지는… 하하!영어로는 It depends,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뜻으로 프랑스 행정이 느린 것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합니다. 서류 하나 만드는데 4주가 걸릴 수도, 4달이 걸릴 수도 있는 곳이라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면 ‘싸데펑’이라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인생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고민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고 기다려라’라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참고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거나 체류증을 발급받는 등 행정적인 일들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문화에는 사소한 것보다는 주위에 있는 내 사람에 더 신경 쓰고 즐거운 삶을 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물론 현실은 이와는 아주 다르지만요. ^^

 

①파리 시내 관광지

프랑스는 전 세계 제1관광대국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이 있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노트르담, 베르사유궁전은 물론이고 차로 1시간 정도 가면 지베르니(모네의 정원), 고흐의 무덤, 디즈니랜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직지심체요절을 전시했을 때는 직접 찾아가 관람하기도 했죠. 오르세미술관이나 루브르박물관 연간회원권을 끊어서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을까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요.

②파리 시외·유럽 관광지

마음만 먹으면 파리에서 차를 타고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10시간, 로마는 15시간이면 도착하죠. 비행기로는 유럽 내 웬만한 나라들을 4시간 이내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솅겐 조약*에 가입한 나라는 별도 여권 확인 없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 주재원이라면 이를 십분 활용해 볼만 합니다. 저는 네덜란드에 찾아가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과 <플란다스의 개> 주인공인 네로와 파트라슈가 마지막으로 본 루벤스의 그림을 관람했답니다.
*솅겐 조약: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무비자 통행을 규정한 국경 개방 조약.

③빵
빵은 프랑스어로 3가지로 분류되는데요, Pain-빵(바게트 등), Viennoiserie-비에누아즈리(크로아상 등), Pâtisserie-파티스리(케이크, 마카롱 등)가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데요. 파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동료들이 물어본 질문 중 하나가 “너만의 빵집을 찾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질문을 하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만의 빵집을 찾고야 말았죠. 사실 빵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파리에서 만든 바게트를 먹어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1.2유로대로 저렴해서 아주 만족스러워요. 바게트 외에도 다양한 빵들이 있으니 꼭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④프랑스 와인 투어
프랑스에는 유명한 와인 산지들이 많습니다. 파리에서 가장 먼 보르도도 차로 6시간 정도면 갈 수 있고, 샹피뉴, 루아르, 부르고뉴 등 다른 곳들도 3~5시간이면 도착합니다. 따라서 와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주말을 활용해 다양한 와인 투어를 즐기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⑤파인다이닝 코스 요리와 라끌레
한국에서는 파인다이닝 코스 요리가 적어도 20~30만 원대로 비싼 편인데, 프랑스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습니다. 꼭 미슐랭이 아니어도, 10만 원대 코스 요리들의 맛이 굉장하니 가성비 좋은 현지 식당들을 찾아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파리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라 그만큼 다양한 요리를 판매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유럽 사람들이 공통으로 즐기는 겨울 음식인 라끌렛을 추천합니다. 라끌렛은 녹인 치즈에 감자, 채소, 햄 등을 찍어 먹는 것으로 퐁뒤와 함께 스위스의 대표적인 치즈 요리입니다. 캐주얼 하게는 양파 수프, 송아지 요리, 오리 요리 등이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지난 4월 15일, 저는 송도 포스코인재창조원에서 열린 『부임 전/중 주재원 리더십과정』에 참석했습니다. 5일간 운영된 프로그램에 참석해 리더십, 글로벌 협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았는데요. 해외 주재원 대부분이 혼자 근무해서 이야기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한국과 본사의 변화와 동향이 궁금한 때에 이번 교육이 열려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참여형으로 사고를 전환하고 향후 커리어 비전도 리프레시 할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돼 업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죠.

향후 송도 철강솔루션연구소로 복귀하면 고객과의 기술 협력과 판매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을 주로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번 교육으로 습득한 글로벌 역량과 협상 능력이 고객사와 소통하고 함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임 전/중 주재원 리더십 과정은 통합 운영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다른 나라에 근무하거나 근무 예정인 분들과 소통하고 현지에서 겪는 경험을 나누며 공감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희의 경험을 후배 주재원분들께 생생히 전달할 수 있어 뿌듯함도 컸죠.

이제 주재원 생활이 1년 정도 남았습니다. 르노에서 업무적으로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에 최선을 다할 계획인데요. 개인적으로는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기고 싶습니다. 나중에 “프랑스에서 이런 추억을 쌓았다”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도록 여행도 많이 다니고 프랑스 곳곳의 풍경을 마음속에 잘 담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프랑스 르노 레지던트 엔지니어로 나가 있는 김돈건 포스톡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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