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 강화,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대한민국 철강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각국의 무역장벽, 막대한 탈탄소 투자 부담까지, 철강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으로서 철강산업의 역할은 막중하다.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국내 철강산업의 현 상황을 살펴보고, 정부와 철강업계의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I 中 철강 공급 과잉, 탈탄소 전환 과제… 국내 철강산업이 흔들린다
지금 대한민국의 철강산업은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저가 수출로 국내 시장을 내주고 있고, 각국의 철강산업 보호 강화로 수출은 위축되었는데,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자 탄소 감축을 위한 상당한 투자비까지 감당해야 한다.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과잉 생산 물량을 대한민국 및 해외에 수출하여 해소하고 있다. 작년에 수출한 물량만 약 1억 1천만톤이었는데 이는 한국 철강 생산량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한국이 전 세계 철강 생산량 6위인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엄청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저가로 수출을 하고 있어 대한민국 시장을 잠식하고 가격을 교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저가 수출이 정부 차원에서의 유무형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중국 철강 기업들의 약 40%가 적자일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철강 생산량은 연간 10억톤 내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로 작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40%, 80% 급감하였다.
올해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산 일부 철강재에 대하여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점은 늦었지만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철강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이미 20%를 차지하고 있고 품목에 따라서는 50%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덤핑방지 관세의 대상을 확대하고 공정하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I 높아지는 무역의 벽, 철강산업의 위기는 국가 산업 경쟁력에도 직격탄
한편 미국의 철강 관세 장벽, 유럽의 철강 세이프가드와 탄소 장벽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까지 가세하여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조사를 살펴보면 전 세계 덤핑방지관세와 상계관세에서 철강이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다. 그만큼 각국 정부들은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철강산업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무역장벽을 해결하기 위해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만으로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철강산업이 한국 수출의 중추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정부도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한다. 철강 만으로도 작년 225억 달러를 수출하여 한국 수출 품목 중 일곱 번째를 기록하였고,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이 수출 품목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도록 기여하였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전방산업 연쇄효과 계수는 1.52로 제조업 평균 1.05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철강산업 없이 수요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및 가전 등도 성장할 수 없는 것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현상의 지속, 해외 저가 철강재의 공세, 설비 노후화 등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난해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어 11월 최종 1선재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대한민국의 대표 철강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마저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금은 자산 매각과 설비 가동 중단으로 버티고 있지만 향후 인력 감축까지 진행된다면 실업 문제로 이어지고, 해외 무역장벽으로 인해 국내 생산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게 된다면 전방산업의 경쟁력 약화로도 연결되어 국가 경제에는 큰 손실이 될 것이다.
I 철강산업의 탈탄소, 정부가 함께 파트너로 나아가야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투자비도 철강산업에는 큰 부담이다. 우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철강산업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7%를 차지하므로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강산업의 탄소 배출 감축이 반드시 필요하고 정부의 목표에 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기술로 전환된 미래 제철소의 모습이 구현되어 있다. 지난해 열린 2024 기후산업국제박람회 현장 모습.
문제는 철강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철강 생산 설비인 고로 1기를 건설하기 위하여 3조원 이상이 필요한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인 수소환원제철은 1기 건설에 고로의 1.3~1.5배의 투자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고로 생산능력이 약 5,000만톤 정도이니 약 50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산의 저가 공세와 전 세계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환경에서 대한민국 철강 기업들의 이익 창출 능력은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이 정도의 투자비를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각국 정부들은 철강산업에 관련 지원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철강 기업들의 탄소 감축을 위한 투자비의 50% 내외를 정부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고, 일본 정부도 녹색 전환 추진기구를 설립하여 10년간 3조엔 규모의 민관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저탄소 강철을 사용한 청정에너지 자동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위하여 철강 기업들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국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철강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미국, EU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려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