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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제일 뜨거운 기차, 포스코를 달린다

지구상에서 제일 뜨거운 기차, 포스코를 달린다

2019/06/28

용선운반중인 철도기관차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국이 세워진 날짜 6월 28일(1894년)을 기념하여 지정된 철도의 날. 교통수단으로서 철도의 의의를 되새기고 철도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포스코의 양 제철소 내부에도 철도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포항 44.3km, 광양 53.3km로 전체 길이가 97.6km에 달하며 이는 서울에서 춘천까지의 거리나 마찬가지다.

막대한 양의 원료를 사용하는 데다가 이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관제철소는 대형 선박은 물론 철송을 통한 운반이 불가피하다. 제품 또한 양이 많은 데다가 무거운 재료를 끊임없이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양호한 구내운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흔히 제철업을 ‘운송업’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제철소는 쇳물부터 최종 공정까지 공정 전 과정에 걸쳐 철도를 이용해 제품을 운반한다. 이는 신속하게 대량의 제품을 운반해야 하는 제철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면 포스코 양 제철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철도운송은 어떨까? 철도의 날을 맞이해 제철소 구내운송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포스코 뉴스룸에서 짚어 보았다.


l 포스코 기관차, 그 첫 시작은?

원료수송을 위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구내철도는 1968년 4월 첫 삽을 떴다. 하루 150량의 열차조차가 가능한 괴동역을 새로 짓고, 연장 15.2km에 이르는 철도를 부설해 연간 화물 150만 톤을 취급할 수 있는 규모였다. 1972년 4월 운행을 개시함으로써 포항 1기 설비 건설자재부터 원활하게 수송할 수 있었다. 본격 철도수송은 1973년 4월 전용철도 개통과 함께 시작됐다. 국내 철광석 450톤을 적재한 화차 9량을 반입한 것이 첫 수송 기록이다. 같은 해 7월 포항 1기 설비 준공과 함께 기관차 11대, 100톤 OLC(Open Ladle Car) 등 특수화차 55량으로 구내 철도 수송을 본격화했다. 1978년 3고로 준공 이후에는 TLC(Torpedo Ladle Car) 도입 등 장비 현대화와 설비 증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광양에서는 제철소 조업에 필요한 부원료와 제품의 육상수송을 위해 1983년 6월 광양역에서 분기해 제철소에 이르는 인입철도 부설 계획을 확정했다. 이어 1985년 7월 4개 공구로 나누어 착공해 1987년 9월 본선 19.7km를 개통했다.

그리고 오늘날 포항제철소는 기관차 33대, TLC 77대, OLC 27대를, 광양제철소는 기관차 33대, TLC 106대를 갖추고 있다. 철도 차량의 운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신호기, 선로 전환기, 궤도회로 장치, 건널목 보안장치 및 선로를 이루고 있는 각종 부대 설비도 설치되어 있다.

l 제철소에 웬 ‘어뢰’ 같은 게 다닌다고요?

<제철소에서 운행 중인 TLC 1, 2, OLC 1,2>

 

제철소 철도운송은 크게 각 고로에서 제강 공장으로 운행하는 구내 철도 운송, 원료 CTS(Central Terminal System)에서 괴동역(포항) 간 운행하는 원료 철도 운송으로 나뉜다. 포항제철소의 경우 선로의 길이는 44.3km이며, 2018년 기준 연간 물동량은 용선수송 1,200만 톤, 원료수송 70만 톤이다. 제철소 구내철도에서는 화차를 견인 및 추진하는 기관차와 토페도카, 오픈래들카 등 크게 3 종류의 열차가 운행된다.

TLC와 OLC의 용선 운송 프로세스.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실은 TLC는 용선성분측정을 받고 전로로 이동해 쇳물을 전달한 뒤 후배재장에서 TLC 내에 남은 쇳물을 제거하고 다시 고로로 이동. OLC는 바로 전로로 이동해 쇳물을 전달한 뒤 고로로 곧장 이동.

제철소 방문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은 단연 토페도카(TLC, Torpedo Ladle Car)다. 어뢰와 닮아 ‘어뢰차’라고도 불린다. TLC는 고로에서 생산된 용선을 제강공장까지 운반하는 열차로, 약 300톤 규모의 용선을 담을 수 있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용선)을 실은 영차(Loaded Car)는 용선 성분 측정설비에 들러 성분 측정을 받고, 제강공장으로 이동해 쇳물을 전달한다. 쇳물을 모두 비운 공차는 후배재장으로 이동해 TLC 내에 남은 쇳물을 제거하고 다시 고로로 이동한다.

용선 약 100톤을 실을 수 있는 오픈래들카(OLC, Open Ladle Car)는 작은 고로를 오고 간다. 이름 그대로 깊은 냄비처럼 생긴 래들을 싣고 다니는데, 이 안에 쇳물이 담겨 있다. 제강공장에 OLC가 가면 크레인이 쇳물이 담긴 래들을 그대로 들어올려 전로에 붓는다. 그래서 쇳물이 잔류하지 않기 때문에 고로로 다시 곧장 이동한다.

이렇게 한 사이클을 돌 때, TLC는 400분(6.7시간), OLC는 390분(6.5시간)이 걸린다. 우리 주위의 빌딩이나 자동차를 만들 때 쓰는 철은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고, 이동한다.

물론 기차가 혼자 자율주행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TLC와 OLC를 끌고 가는 기관차를 긴 시간 운행하는 ‘기관사’, 고객 주문과 생산 일정에 맞게 철도 운행 스케줄을 체크하고 운송현황을 모니터링하는 ‘관제사’, 그리고 기차들이 뜨거운 쇳물을 안전하게 실어나를 수 있도록 기차의 건강 상태를 책임지는 ‘정비사’가 있기에 제철소는 밤낮 없이 철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l 제철소의 대동맥, 관제사 (포항 생산기술부 구내운송섹션 철도운송지원파트 민용범 관제사)

시시각각 변하는 조업 상황에 대처하며 올바른 상황 판단력으로 제철소의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관제사’. 관제사는 고로의 조업 상황, 제강공장의 생산 스케줄, 현장 작업자의 업무부하 등을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다. 쇳물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고, TLC와 OLC의 한 사이클 시간을 단축시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관제사의 임무다.

포항제철소 구내운송섹션 민용범 관제사

▲포항제철소 구내운송섹션 민용범 관제사

포항제철소 생산기술부 구내운송섹션의 민용범 관제사는 철도 관제를 ‘제철소의 대동맥’이라 표현한다. 철도차량의 운행 제어, 통제 및 감시 등 구내운송의 근간이 되는 주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기차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철도 건널목 신호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등을 확인 관리하는 것 역시 관제사의 몫이다. 시시각각 고로 출선상황과 용선 성분을 체크하고, 운행 최적화를 위해 래들을 편성하는 페어링(Pairing) 등을 고려하며 작업지시를 내린다.

특이한 건 민용범 관제사는 포스코 입사 전 지하철 기관사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포스코는 다른 철도운영기관에 비해 선로 구성 및 작업이 복잡해서 업무 부하가 높은 편이에요. 대신 흔히들 ‘지옥철’이라고 말하는 러시아워나, 냉난방·제동장치 조작에 따른 민원처리 고충이 없어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근무계획표가 월말에 나오는 타 기관과 달리, 포스코는 근무 패턴이 정해져 있어 시간을 계획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관제사는 용선 온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시켰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용선 온도 1℃를 유지하면 이에 따른 재무효과는 약 11억 원. 회사의 원가 절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포항 구내운송섹션은 올해 용선 온도 하락을 7℃ 줄임으로써 80억 원 상당의 원가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경험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구내운송 프로세스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l 물류경쟁력 강화의 히어로, 기관사 (광양제철소 구내운송섹션 최건아 기관사)

TLC 무게 약 300톤, 1,500℃의 쇳물 300톤… 제철소 기관사는 이처럼 고중량·고온의 제품을 담은 열차를 운전한다. 워낙 그 양이 방대하고 주의해야 할 점이 많아 정확하게 신호를 확인하고 운전해야 하며, 매사에 안전사고를 철저히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양제철소 구내운송섹션 최건아 기관사

▲광양제철소 구내운송섹션 최건아 기관사

최건아 기관사는 2010년 8월부터 광양제철소에서 기관차를 운행해 왔다. 그가 하루에 운송하는 용선은 1,600톤, 운행거리는 약 30km다. 구내 운송에 있어 운전사 업무의 핵심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고로에서 생산된 고품질 쇳물을 제강공장까지 운송하는 것. 신호 구간이 짧고 여러 대의 기관차가 동시에 움직이는 제철소 철도 특성상 각별히 안전사고에 유의하고 있다.

열연코일 소재를 열연 창고에서 냉연 창고로 운송하고, 제철소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인 태금역까지 운송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제철소에는 철도 건널목이 매우 많습니다. 광양제철소 안에만 42개소가 있지요. 그렇다 보니 건널목에서 ‘일단정지’를 무시하고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방어운전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 일이 많지 않더라도, 언제 발생할 지 알 수 없으니까요.”

가장 안전한 운송 방법 중 하나로 철송이 꼽히지만, 실제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제철소 전용철도 기관사는 전용철도 구간에서 운전할 수 있는 구간인증 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운전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까다로운 업무 환경 속에서도 평균 근속연수 23.6년을 자랑하며 365일 밤낮없이 쇳물을 운반해온 117명의 광양제철소 철도운전업무 종사자들의 무사고와 안전을 기원한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4시간 쉬지 않고 달려온 포스코 철도. 하지만 포스코의 기차는 빨리 달리지 않는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안전하게, 오랫동안 달리는 게 최고의 생산성을 향한 지름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쭈욱 뻗은 철로처럼 안전과 저원가, 고효율, 친환경을 향해 달려나갈 포스코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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