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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대담] 3편. 철강산업 미래 경쟁력, 에너지 전략에 달렸다!

대담한 대담

[대담한 대담] 3편. 철강산업 미래 경쟁력, 에너지 전략에 달렸다!

2025/07/07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와 산업계 변화 속에서 철강•에너지소재•인프라 등 포스코그룹의 주요 사업에 대한 현안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진단해 본다. 현재 가장 뜨겁고 중요한 이슈를 짚어보고, 분야별 전문가와의 심층 대담을 통해 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보자. 세 번째 대담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전력 사용이 많은 철강산업의 글로벌 수출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진단하고, 철강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국가적 지원정책을 알아본다.


최근 3년 사이에 산업용 전기 요금이 약 두 배 오르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포스코의 전력구입비용은 5,000억 원이 넘어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드는 수준이다. 탈탄소화 시대에 접어들어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제를 갖춘 현대제철의 경우, 매년 전력구입비용이 1조 원에 달하고, 전력구입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를 넘어섰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철강 산업 탈탄소화를 앞두고 산업용 전기요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값싼 산업용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다가올 저탄소 철강 시장에서 한국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점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 에너지 마스터플랜은 무엇인지, 거시경제, 에너지자원, R&D지식산업의 경제적 분석 분야 전문가로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전력거래소 전력비용평가위원, 장기천연가스수급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현재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을 역임 중인 단국대학교 조홍종 교수와의 대담으로 알아본다.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4년 11월 평균 1㎾h당 181.8원으로 직전 가격보다 9.7% 상승했습니다. 전기요금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올랐는데,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첫 번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입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가 줄어들면서 동북아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과 다른 연료 가격이 급등한 점이 전기요금 상승의 가장 주된 요인이 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양한 공급망을 교란시키면서 다른 물품 가격이 상승했고, 서비스와 인건비까지 상승하며 전반적인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야기됐습니다.

두 번째로는 에너지 전환 비용의 상승입니다. 사실 에너지 전환 비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해 보조서비스 비용이 상승하고 그로 인한 환경설비 개선 등에 천문학적 비용이 이미 지출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입니다.

세 번째 요인은 한전 적자 해소 정책과 불공평한 요금 인상입니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기 위해 부채를 발행했고, 그 결과 누적 적자가 200조 원을 넘어서며 이자 부담까지 떠안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2024년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하는 등 대폭적인 요금 조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은 정치적 부담으로 사실상 동결되면서, 산업계에만 비용 부담이 전가되는 불공평한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연료비 연동제 :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

전기요금 인상은 철강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을 떠안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전체 전력 소비자의 약 0.1%에 불과하지만, 연간 부담액이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코를 포함한 전력 사용량 상위 10대 기업의 추가 전력구입비용만 1조 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철강업계가 저탄소 전환을 위해 구축•운용하는 전기로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 원가 중 전력구입비용은 무려 10~20%를 차지합니다. 전기로는 철스크랩을 녹여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때 전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면서 전력구입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고로 등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이용해 자체 발전을 해왔습니다. 특히 포스코는 부생가스를 비롯해 LNG 자가발전 설비로 필요한 전기의 80%를 생산해서, 2023년 전력구입비용이 약 5천억원으로 현대제철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최근 전력구입비용 부담이 커지자 포스코는 부생가스ㆍ천연가스 등 자체 발전 비중을 높이고, 다른 철강업체 역시 주간 대신 전기요금이 저렴한 야간에 생산하는 등 원가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업계 전체를 살펴보면 수익성 악화가 더욱 명확합니다. 철강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2019년 8.5%에서 2024년 1.8%로 급락했고, 매출액 대비 전기요금 비율은 2019년 12%에서 2024년 25%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른 산업계 변화 양상을 보면 투자 위축 현상과 생산 체제 조정이 두드러집니다. 또한 전력 사용량이 많은 고급강 생산이 위축되고 범용제품 위주로 조정되는 흐름이 생기고, 일부 중소 철강업체들은 조업 단축이나 휴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철강업계는 국내 신규 설비 투자를 연기하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추세입니다. 국내 한 철강업체가 미국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전기요금 부담이 원인입니다. 루이지애나는 화석연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으로, 미국 내에서도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비교해 산업용 전기가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제조업이 전기요금이 저렴한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탓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고용은 대폭 줄어들고 말 것입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국만은 아닙니다. 지난해 영국의 경우, 전기요금이 프랑스와 스페인보다 높아지면서 철강업계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실제로 영국 전기요금은 평균 약 11만 7,000원/MWh 으로 약 4만 8,000원/MWh인 프랑스와 스페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UK스틸은 영국 철강 산업이 전기로 전환으로 전력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력 소비가 2배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에 에너지 비용 문제 해결을 촉구했는데요. 영국 정부는 이전부터 재생에너지 관련 세금과 부과금을 줄이는 ‘영국 산업 슈퍼차저’ 정책을 도입했지만 높은 전기요금의 영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은 에너지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철강업계는 에너지 비용의 급격한 증가와 인프라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철강업계에서는 전기요금이 1㎾h당 1원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은 200억 원 증가한다고 추산합니다. 대기업 기준으로는 원가 부담 3,400억 원이 추가로 늘어나게 되는 것인데, 이런 수익성 감소는 곧 생산량 저하로 이어지게 됩니다. 전기요금 상승에 따라 전기로를 운영하는 철강업체는 비싼 전기요금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전기로강을 찾는 수요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됩니다.

청정수소 공급 인프라의 부족도 시급한 문제입니다. 막대한 양의 수소가 필요하지만, 국내 청정수소 생산능력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또한, 수소의 운송과 저장 인프라를 구축하는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독일은 정부가 철강업계 탈탄소화에 총 10조 2,000억 원을 지원합니다. 직접 보조금 40~60%와 함께 세제 혜택, 저리 융자를 패키지로 제공하며, 수소 인프라 구축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 민간 부담을 경감하는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기업 단독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대규모 저탄소 전환 사업에 대해, 3조 5,000억 원 규모의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을 조성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저탄소 전환은 개별 기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임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전환 설비에 대한 투자 지원책 마련과 함께, 탈탄소 R&D 예산 확대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직접적인 투자비 지원뿐 아니라 탈탄소 기술 개발을 위한 전용 R&D 기금 마련, 저탄소 설비의 조기 도입을 위한 운영비(OPEX) 지원 제도 도입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무탄소 전력과 수소 인프라 확충도 중요합니다. 현재 2,685억 원 수준인 탈탄소화 투자 정부 지원을 최소 5조 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서 설비 투자의 30~50%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철강을 국내에 유지하는 최소한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합니다. 이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는 청정수소 생산과 공급 인프라 구축, 그리고 원전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과 전력 공급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됩니다.

더불어 규제 개선도 이어져야 합니다. 산업 탈탄소 전환을 규제가 아닌 경제 관점에서 지원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수소환원제철 관련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이 대표적입니다. 탄소배출권 할당 방식을 조정해 탈탄소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탈탄소 정책을 규제 일변도로 지속할 경우 기업들은 해외 이전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최근 철강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 수소, LNG,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탈탄소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산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략은 청정하고 저렴하면서 견고한 에너지 공급 방식입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비용효과적인 에너지 전환 과정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열에너지를 상용(常用)하는 난감축산업의 경우에는 탈탄소화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수반해야 합니다.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였던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이를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국가적 지원으로 R&D 투자, 인프라 투자를 해서 수소환원제철을 조기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실증에 성공해야 합니다.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편식을 줄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분간 LNG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LNG는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탄소배출량도 석탄 대비 약 50%가 적습니다. 따라서, 화석 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역할을 하는 ‘브리지 에너지’원으로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무엇보다 발전 측면에서 보면, 출력 조절이 용이하기 때문에 ‘부하추종(負荷追從 ; 전기 수요에 대응해 발전기의 출력량을 조정하는 운전)’이 가능하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재생 에너지 발전원의 특성 상 발전량이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도 적합합니다.

청정 전원이지만 간헐성과 변동성에 취약한 재생 에너지는 전력계통 운영을 위해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시스템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인 스마트 그리드, 현재 전력량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전기 사용자가 사용량을 조절하는 수요 반응(DR) 등의 보완 기술과 송전망 구축이 핵심적으로 뒤따라야 합니다. 또 망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감소 규제가 필수적입니다. 이런 비용 증가는 천문학적인데, 앞으로도 이런 부담이 지속된다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모든 원자재와 부품이 중국의 공급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에너지 전환 환경 속에서, 포스코와 같은 철강기업들은 이 문제에 다음 방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과 경제성을 균형 있게 고려한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문제는 치고 나가서 선도하면 그만큼 위험이 커지는 분야입니다. 열역학 법칙을 어기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이렉스(HyREX) 기술의 실증, 확산, 상용화 순서를 명확히 하고, 2030년까지는 경제성 확보에 집중하며, 2050년까지 글로벌 경쟁 기업들의 전략을 잘 파악하면서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수소, LNG,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로 위험을 분산하고,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는 물론 기업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에너지 믹스와 현실화ㆍ합리화를 추구하고, 이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투자와 기술적 고도화를 지원해야 합니다. 또 해외 LNG, 호주 수소, 몽골 태양광 등 해외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전략적 해외 이전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제 에너지 문제는 기업의 생존과 국가의 번영, 국민의 풍요로운 삶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탈탄소 시대, 질 좋은 철강을 만드는 한국 철강기업이 국내에서 계속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탈탄소 기술 혁신 지원 정책과 각 기업의 효과적인 에너지 전략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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