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주목해야 할 최신 글로벌 경제 및 산업 이슈는 무엇일까요?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문가들이 포스코그룹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글로벌 산업, 경제 동향을 심층 분석해 드립니다. 지난 6월, 서울시는 포스코와 협력해 노들섬에 직선과 대칭 중심의 건축물에서 벗어난 비정형 건축물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비정형 건축물 탄생을 앞두고, 비정형 건축물의 사례와 알맞은 철강 소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김훈상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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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전경, ⓒ gettyimagesbank
지난 6월 서울시는 노들섬에 국내 최초의 비정형 건축물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비정형 건축물이란, 직선과 대칭 중심의 정형화된 건축물에서 벗어나 곡선과 비대칭 등을 도입한 자유롭고 추상적인 형태의 건축물을 말합니다. 서울시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으로 노들섬에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및 조망시설 세워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계획인데요. 국제 설계 공모에서 뽑힌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의 건축물의 작품은 떠 있는 꽃잎 7개가 공중 정원을 이루는 형태입니다. 서울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비정형 건축물의 소핏(soffit·천장 하부 구조물) 디자인을 구현을 위해 포스코와 기술협력을 할 예정입니다. 서울시와 포스코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비정형 건축물의 적정 소재를 살펴보고 시공 가능성을 높여, 고난도 외장재의 기술적 완성도와 공공 건축물의 미적 품질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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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칸이 설계한 미국 예일대학교 미술관, ⓒ Gunnar Klack,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Kahn)은 “모든 건축 재료는 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며 건축을 의인화했습니다. 그는 건축 재료와 목적의 본질을 깊이 탐구한 건축가로 형태, 빛, 공간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살려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을 남겼습니다. 대표적인 그의 설계 작품으로는 예일대학교 미술관, 소크생물학 연구소, 피셔 저택이 있는데요. 최근에도 루이스 칸처럼 건축 재료의 본질을 탐구하는 질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콘크리트(Concrete) 중심 회색 도시의 삭막함을 극복할 수 있는 건축 재료로 철(Steel)의 물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철의 특성은 ‘지속가능성’입니다. 시멘트에 물을 넣고 섞어 현장 거푸집에서 양생하는 습식 공법의 콘크리트는 재료의 복구가 불가능한 반면, 철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건식 공법으로 언제든지 철거하고 다른 곳에서 조립해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즉, 소재의 재활용(Recycling) 측면에서 철은 우위에 있는 것입니다.

ⓒ gettyimagesbank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최근 기조에는 건식 공법이 더 맞는다고 보는 시각인데요. 나무를 깎고 조립해서 만드는 한옥의 방식도 큰 의미에서는 건식 공법으로 기둥과 서까래가 노출되어 보인다는 측면에서 하이테크 건축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의 벽식(조적) 구조*와 달리 철은 기둥 구조를 따르면서 외관(입면)을 자유롭게 연출하거나 기둥 자체를 노출시켜 조형물로서의 역할을 하며 새로운 도시 미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철의 가능성은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 건축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조적식 구조 : 벽돌, 블록, 석재 등을 몰탈(시멘트+모래+물)로 접착해 벽을 쌓아올리는 방식
I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 Sergio S.C,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물고기를 모티브로 한 독창적인 건축물로, 도시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으며, 티타늄과 철 등의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시공하여 완성되었습니다. 독창적인 건축 방식과 디자인 덕분에 매년 수백만 명이 방문하며, 빌바오의 경제적 재도약을 이끈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I 한국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Nestor Lacle,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 미래지향적인 곡선미와 독창적인 공간 구성으로 유명합니다. 내·외부를 감싸는 수만 장의 알루미늄 패널과 복잡한 곡선 철골 구조는 설계, 생산, 조립 전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이 긴밀히 협력한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건축 방식은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DDP의 상징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I 파리 퐁피두 센터

▲파리 퐁피두 센터, ⓒ RG72,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파리 퐁피두 센터는 에펠탑 이후 파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와 렌조 피아노가 공동 설계한 철골 트러스 구조의 현대 건축물로, 내부 전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구조체와 설비를 외부로 노출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기능별로 색을 구분한 외부 설비 또한 돋보이는데, 건축물 뒷면에 노출 시킨 상수도관은 녹색, 공조 덕트는 파란색, 전기선이 들어간 파이프는 노란색으로 노출한 것이 인상적이죠.

▲영국 런던 오르빗, ⓒ Cmglee,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I 아르셀로미탈과 오르빗(Orbit)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에 세워진 오르빗(Orbit)은 115m 높이의 비정형 조형물로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더불어 런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비틀림이 강조된 구조를 시공하기 위해 첨단 가공 기술과 설계 역량을 결집시켜 런던의 전통적인 건축물과 차별화했고, 런던이 역사적 도시임과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도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1500톤 이상의 강재(57% 재활용)를 공급하면서 철강의 조형성과 구조적 자유로움을 극대화하고 철강기업의 혁신성과 사회적 기여를 하는 동시에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조형성과 구조적 자유, 대규모 곡선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두께의 강재를 맞춤 제작·가공했으며, 3D 설계 및 공장 사전제작(Pre-fabrication) 방식을 적용해 현장 조립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건설기업의 공기 단축에 기여했습니다.
아르셀로미탈은 수주 기획 단계부터 이해 관계사와 협력하면서 솔루션 선제안, 조형물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는데요. 또, 엔지니어링·설계사무소(Arup Group)와 협력하며 발주사의 구조적·미적 요구에 맞는 강재 솔루션을 공동 기획했습니다. 애초에 철강을 단순 공급하는 정도로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설계 작업이 고도화되면서 구조적 해석부터 시공까지 설계자들과 긴밀하게 논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조형물의 기하학적 특성으로 인해 전체 설계 과정을 GSA*, Tekla** 등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가상 공간에서 수행했는데요. 세부 프로젝트별로 요구되는 강도, 내식성, 환경 인증 등을 고려해 맞춤형 소재와 가공 방식을 제안하면서 탄소저감 강재, 재활용 소재, 책임 조달 등 발주사의 요구를 충족시켰습니다.
*GSA(General Structural Analysis) : 구조 해석 전문 소프트웨어. 구조 엔지니어가 하중에 따른 구조물의 거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설계의 안정성을 검토할 때 사용
**Tekla : BIM 기반 구조 모델링 및 상세 설계 소프트웨어. 설계자, 디테일러, 시공자가 정밀한 구조 모델을 기반으로 협업하고, 제작 도면과 시공 정보를 자동화
I 타타스틸과 더 샤드(The Shard)

▲영국 런던 더 샤드(The Shard), ⓒ By Colin,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더 샤드(The Shard)는 유럽 최고 높이의 초고층 빌딩으로, 현대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건물명은 ‘유리 파편(Shard)’이란 용어에서 유래했으며, 약 1만 1000개 이상의 유리 패널(면적 약 5만 6000㎡)로 구성된 비정형 곡면 외피가 인상적인데요.
인도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철강 제조 기업 타타스틸(Tata Steel)은 1000톤 이상의 아연도금 강판을 공급, 곡선과 각이 복잡한 비정형 외관을 실현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복잡한 곡면과 비정형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맞춤형 강재 솔루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초고층 및 랜드마크 프로젝트에서의 철강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아연도금 강판, 고강도 특수 강재 등 다양한 소재를 조합하면서 초고층·비정형 외관을 구현해 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첨탑 부분 시공을 위해 약 530톤의 철강을 활용해 부재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조립한 뒤 현장에서 정밀하게 설치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러한 모듈화된 제작·조립 방식은 현장 작업의 안전과 속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첨탑 부품은 크기와 개수가 다양하고 볼트 체결 방식도 복잡해, 사전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작업자는 모든 볼트가 정확히 체결되었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타타스틸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발주사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주 경쟁 우위를 확보했는데요. 구조 해석, 시공성 검토, 소재 최적화 등 엔지니어링 컨설팅을 제공하고 빠른 시공과 품질 확보를 위해 모듈러 구조, 선 제작 후 조립(Pre-fabrication)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발주사와의 협의에서 용도, 예산, 환경 목표에 맞는 소재·공법을 제안하고 시뮬레이션과 워크숍을 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면서 친환경 소재, 저탄소 공정, 현장 교육 등 부가 서비스도 기획했습니다.
I 일본제철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

▲미국 LA 월드 디즈니 콘서트홀, ⓒ Visitor7,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문화적 랜드마크이자 세계적인 현대건축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자유 곡면과 독특한 비정형 철강 외관이 조화를 이룬 현대 건축의 아이콘으로, 외부는 스테인리스강으로 덮여 반사와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고 내부는 탁월한 음향 설계를 적용하여 콘서트홀로서 최고의 실내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독창적인 형태의 외관을 구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건축 설계 책임자인 프랭크 게리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일본제철의 첨단 가공 기술, 그리고 유연한 협업 전략이 있었습니다. 두 주체의 긴밀한 협력은 고난도의 비정형 디자인을 실현하면서도 공기를 준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죠. 프랭크 게리는 철골 구조 위에 스테인리스강 패널을 정밀하게 배치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와 크기의 외장 패널을 복합적으로 조립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컴퓨터 모델링 기술인 카티아(CATIA)*를 활용해 건축가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실험했고, 모델링을 한계까지 발전시켜 설계와 시공 방식을 혁신했습니다. 그 결과 과거에는 구현이 어려웠던 곡선 구조도 안정적으로 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카티아(CATIA) :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3D 컴퓨터 모델링 및 제품 설계 소프트웨어. 특히 항공, 자동차, 조선, 건축 등 복잡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공사 착공 전 설계 시뮬레이션을 무한 반복하면서 최적 설계 대안을 만드는 것에 정평이 나 있고, 이는 공기와 공사비를 준수하는 원동력으로 작용

▲미국 LA 월드 디즈니 콘서트홀, ⓒ Prayitno,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Generic license.
건축 설계의 비정형 입면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빌딩 정보 모델링)과 3D CAD 시스템으로 디지털화되어 일본제철에 제공됐습니다. 일본 제철은 이 디지털 설계 데이터를 활용해 강재, 부재를 정밀하게 가공해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설계 변경과 조정에 따라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최적의 강재 절단, 성형, 조립 공정을 계획했다고 합니다. 또한, 공장에서의 사전 조립 및 가공 품질을 검증하는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장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공사 진행 중 발생하는 설계 변경과 스케줄 변화에 맞춰 소재 생산·공급에 신속하게 대응했는데, 이는 전체 공기 준수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일본제철 엔지니어들은 현장 시공 및 설계팀과 긴밀히 협력하여 제조·조립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감지,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컨설팅했습니다. 반복 시뮬레이션을 통한 품질 관리로 설계 의도에 부합하는 강재 패널의 품질을 유지하고, 인증 절차까지 지원해 주면서 공사 일정 준수에 기여한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주요 랜드마크 건축물 사례처럼,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과 디자인 혁신이 결합된 건축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 노들섬에 들어설 새로운 비정형 건축물은 지속가능하고 심미적인 ‘철’과 만나, 서울의 도시 미학에 또 하나의 혁신을 더할 것입니다. 포스코는 주목받는 건축 재료인 철을 기반으로 기술과 소재의 경계를 넓히며, 미래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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