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은 모두 아이언맨 아닌가요?”
포항제철소가 위치한 포항시는 명실상부 철의 도시. 이곳에서 매년 특별한 경기가 펼쳐진다. 바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 3종 경기다. 철의 도시에서 열리는 철인 3종 경기다 보니 ‘진짜 아이언맨’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지난 5월 20일 열린 제6회 포항시장배 전국 철인 3종 경기 현장에서 만난 이정훈 포스코 노무외주실 리더가 바로 포스코 뉴스룸이 찾은 ‘진짜 아이언맨’이다. 이번이 벌써 20번째 대회 참가라는 그를 만나 한계를 넘어서려는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철의 도시 포항, 가슴 뛰는 아이언맨들이 모였다
바다 수영, 도로 사이클, 마라톤으로 구성된 철인 3종 경기의 고향은 미국 하와이로 알려져 있다. 통상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6시간 내 완주하는 아이언맨(iron man) 코스와 대중화를 위해 거리를 줄여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10km로 운영하는 올림픽 코스로 나뉜다. 대부분 국내 대회는 올림픽 코스로 줄여 진행되고 트라이애슬론이라고 부른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상공원에서 지난 20일 열린 전국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한 인원은 약 1500여 명에 달했다. 이날 대회는 해상 누각 앞바다 수영 1.5km를 시작으로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경기가 시작되자 바다 건너편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바라보는 이정훈 포항 노무외주실 리더의 눈빛이 빛났다. 이정훈 리더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3~4회 철인 3종 경기 올림픽 코스에 도전해온 베테랑 참가자다. 이번 대회는 20번째 참여하는 경기로 엔지니어링솔루션실 장창성 리더의 첫 도전을 함께하여 의미를 더했다.
“철인 3종 경기를 하게 된 건 행운인 것 같습니다”
경기 전 미리 만나본 이정훈 리더는 자신이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해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철인 3종 경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0년 경이다. 당시 금요일 퇴근길에 찾은 서점에서 전신 마비 장애인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아버지는 휠체어를 밀며 보스턴 마라톤 대회 풀코스와 하와이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딕 호이트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 ‘나는 아버지입니다’를 우연히 보게 됐다. 이정훈 리더는 “서점에서 서서 절반가량을 읽고, 책 구매 후 귀가하는 지하철에서 나머지 절반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사실 책을 덮고 나니 안산까지 내려와서 집으로 가기 위해 되짚어 타야 했죠”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한 기억이 잊혀 갈 때쯤, 그는 작은 사건을 접하게 된다. 이정훈 리더는 “2012년 말이었을 겁니다. 포항으로 근무지를 옮기고 난 후였는데, 막내 녀석이 다니는 어린이집 체육대회에 ‘아빠 계주’에 이름을 올려놨다고 해요. 남은 시각은 겨우 보름이었는데 아버지 체면에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없어 퇴근 후 아파트 뒤 테니스코트에서 연습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테니스코트를 2바퀴도 뛰지 못하고, 심지어 허벅지 근육을 다치는 일이 발생하자 그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 책장에 꽂혀있던 그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 이거다! 이왕 하는 거면 아이들에게 자랑거리가 되어야지’라고 다짐 후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했어요. 2013년 봄에 포항에서 제1회 철인 3종 경기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도전을 결심했죠.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벌써 5년 차가 되었네요”
“우리가 사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균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죠”
철인 3종 경기는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균형 있게 해야 하는 운동으로, 한 종목에서 무리하게 되면 다음 종목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는 철인 3종 경기가 우리네 사는 모습과 같다고 말한다.
“업무상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거나, 피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때도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낸다는 철인 정신을 떠올리며 꾸준히 끌고 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과제라 하더라도 일단 겁 없이 시작하고, 버티면서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개인-가족-일의 균형이 중요하잖아요.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할 수 없죠. 저는 철인 3종을 하면서 몸은 바빠졌지만, 자신과 가정, 회사에 대해 더욱 충실해지고 밀도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정훈 리더는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주중 2번 정도 새벽에 집을 나서 회사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기나 자전거를 한 시간씩 탄다고 한다. 주말 중 하루는 달리기-수영, 자전거-달리기, 이런 식으로 3~4시간 정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그는 “순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일과 가족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잖아요. 그래서 밀도 있게 시간을 보내려 노력합니다. 저녁에는 일정관리가 쉽지 않으니 새벽형 인간이 되어야 하죠”라고 준비과정을 밝혔다. 주말 운동도 새벽 6시 이전에 시작해 오전 11시 전에 끝낸다.
이정훈 리더는 철인 3종 경기는 시간 투자가 필요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3종목을 모두 연습해야 하니 단일 종목보다는 3배의 시간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회 2주 전에는 경기 거리에 맞춰 연습합니다. 그리고 대회 1주일 전부터는 술이나 저녁 회식을 자제하면서 컨디션을 잡아주죠. 평소 꾸준히 한다면 이 정도의 훈련으로도 철인 3종 경기 완주가 가능합니다”
“2015년 첫 아이언맨 코스를 완주했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철인 3종 경기의 매력은 단연 성취감이다. 그는 맨몸으로 바다와 땅에서 버텨내는 운동이라 구기 종목과는 다른 원초적인 성취감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중에는 온 힘들지만, 완주 후 느끼는 성취감 때문에 다음 철인 3종 경기에 등록을 한다. 중년의 초입에 이렇게 운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덤이다.
그는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단언컨대 결승선에 들어올 때입니다. 특히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보이면 저도 모르게 함박웃음이 터집니다”라며 “지난 2015년에 첫 아이언맨 코스를 처음 완주할 때에는 결승선에서 온 가족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에 대해 고마움과 스스로에 대해 대견함,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뒤섞여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Unlimit the Limit’ 한계를 뛰어넘는 포스코인
철인 3종 경기에서 1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경기 기록과 상관없이 완주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메달이 주어진다. 1등과 100등 모두, 같은 메달을 갖게 된다. 이정훈 리더는 살면서 한 번씩 힘든 일을 겪게 될 때 아이언맨 코스를 처음 완주했을 때의 감정을 떠올리면 자신을 추스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고 밝혔다.
“매 경기 출전할 때는 같은 생각을 합니다. 일단 시작은 했으니 사고 없이 반드시 끝까지 해낸다. 포항대회 같은 올림픽코스나 장거리인 아이언맨코스에 출전할 때도 항상 같은 마음입니다. 이번에도 사고 없이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저 자신과 가족들에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체력을 관리하며 60살까지 매년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 57세의 장창성 리더는 주변인들이 그 나이와 그 체구에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경기 내내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무사히 완주해냈다.
“책임감 가지고 끝까지 해내는 철인 3종 경기의 정신은 포스코가 가진 Unlimit the Limit 비전과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포스코인은 모두 아이언맨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