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주목해야 할 최신 글로벌 경제 및 산업 이슈는 무엇일까요?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문가들이 포스코그룹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글로벌 산업, 경제 동향을 심층 분석해 드립니다. 지난 10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 승인으로 한국도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방위산업·조선업·원자력 산업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예고되고 있는데요.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기회와 위험을 포스코경영연구원 정재호 수석연구원과 함께 알아봅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정재호 수석연구원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를 계기로 10월 29일 경주에서 ‘2차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그 다음날인 10월 30일, 미국으로부터 깜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요청을 하루 만에 전격 승인한 것입니다. 이 결정으로 우리나라 군사 안보 분야의 30년 숙원사업이었던 핵추진 잠수함(SSN) 도입이 가시화됐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구동하여 추진하는 잠수함으로, 장거리·장시간 작전과 은밀성이 필요한 해군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첨단 군사 장비입니다. 이번 승인 발표는 우리나라 군사 안보 역량 강화는 물론, 글로벌 방산·해양 산업에서의 위상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사업 결정 후 (제작까지) 10여 년 정도 소요될 전망으로 목표 전력화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로 예상되며, 5000톤급 이상으로 최소 4척 이상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척당 건조비는 2조 원에서 3조 원으로 추산돼, 개발비를 포함한 총 사업비는 20조 원을 초과하는 천문학적 규모로, 국방부 단독이 아닌 총리실 산하 범정부 사업단 형태의 추진 체계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전례 없는 규모와 기술적 복잡성을 지닌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히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을 넘어 방위산업과 조선업, 원자력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게임 체인저’로서 기회와 도전과제가 공존하죠.
사실 한국은 핵연료를 제외한 잠수함 건조의 핵심 기반을 이미 확보한 상태로, 사업 추진의 신속성과 성공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건을 이미 갖춰놨고, 마지막에 연료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기반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와 기술력의 결과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ADD)의 선행 연구와 한화오션의 ‘보일러 프로젝트’를 통한 설계 기술 축적,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 SMR) 기술력은 핵추진 잠수함 사업 성공의 결정적 기반이자 전략적 자산입니다.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전략적 가치와 산업 파급 효과는 건조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각 시나리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대비 전략이 요구되는데요.
먼저, ‘미국 필리조선소 건조’는 한미 양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 리스크가 있습니다. 또한 ‘국내 독자 건조’는 기술 자립과 산업 생태계 동반 성장 측면에서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미국의 최종 동의를 획득해야 하는 높은 허들이 남아 있죠. 반면, 미국 잠수함 직접 도입을 포함한 오커스(AUKUS)* 모델은 가장 신속한 전력화가 가능하나 국내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는 미미합니다.
세 가지 시나리오의 기회 요인과 리스크 요인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UKUS(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 : 호주·영국·미국 3국이 2021년 9월 출범시킨 안보 협력체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안보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특히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사이버전·양자기술 등 첨단 군사기술 공동 개발을 추진함.

종합적으로 볼 때 ‘국내 독자 건조’가 산업 생태계 동반 성장과 기술 자립 측면에서 최상의 시나리오이지만, 높은 허들이 존재합니다. 반면, ‘미국 필리조선소 건조’는 한미 양국의 정치경제적 이해 관계에 부합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실행 리스크가 남아 있죠.

핵추진 잠수함 사업이 본격화되면 방위산업, 조선업, 원자력 등 다양한 산업 생태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국내 방위산업과 조선업은 기술력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공급망 재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위가 격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방위산업계는 디젤 잠수함 ‘장보고-III’ 건조 경험을 기반으로 차세대 잠수함 핵심기술인 원자로 통합 설계, 고강도 방사선 차폐 기술, 고난도 특수 용접 등을 확보하여 글로벌 방산시장의 ‘하이엔드 잠수함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오션이 2024년 12월 인수해 운영 중인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사진 출처 : 한화그룹 뉴스룸 )
국내 최고의 잠수함 건조기술력을 보유한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로 설계부터 건조, 유지 보수까지 사업 전반을 주도하며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잠수함 건조는 특수강부터 첨단 센서 제품군, 보안 통신장비,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을 포함한 수많은 첨단 부품과 시스템의 집약체로, 고부가가치 공급망의 전략적 재편을 촉발합니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의 심장인 원자로 시스템은 원자력 산업과 직결되며, 이는 SMR 기술 상용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를 열어줍니다.
원자력 산업은 SMR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미래 핵연료주기(Nuclear Fuel Cycle) 생태계 구축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한국 SMR 기술을 잠수함용 원자로에 적용하여 SMR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입증하면, ‘SMR 추진 선박’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독보적 레퍼런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됩니다. 또,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Low-enriched Uranium, LEU) 생산 권한 확보 시 핵연료 생산-공급-관리로 이어지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탄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해군용 원자력 기술이라는 특수 분야의 R&D를 활성화하고, 원자력 공학·방사선 방호·원자로 운용 등 고도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외교적·기술적 리스크 등을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명분으로 ‘중국 잠수함 추적’을 직접 언급한 만큼,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편입되는 것으로 간주되어 경제적 보복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은 주변국의 군사 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 방위성 전문가 그룹은 2025년 9월 보고서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 검토를 공식 권고한 바 있으며, 실제 행동에 나설 경우 동북아시아 전체의 군비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국제 비확산 체제와의 조율도 큰 과제로 남아 있는데요.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핵 ‘추진’ 잠수함은 핵확산금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NPT) 위반은 아니지만, 농축 우라늄의 군사적 목적 사용 첫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문제와 핵공급국그룹(Nuclear Suppliers Group, NSG)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도 필수적입니다.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의 국내 생산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동의가 사업의 선결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2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만큼 경제 상황 변화나 정치적 변수에 따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위험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핵추진 잠수함 사업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은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첫째, 핵심 기술 R&D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잠수함용 SMR, 고효율 추진체계, 저소음 기술 등 미래 잠수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는 선제적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둘째, 미국과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AUKUS 사례 벤치마킹을 통해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자로 안전 관리, 국제 비확산 규범 준수 등의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입니다.
셋째, 투 트랙 운영계획 개발입니다. 필리조선소 건조와 국내 독자 건조 시나리오 모두를 대비해 각 시나리오에 최적화된 공급망 관리, 전문 인력 운용, 단계별 투자 계획 준비로 대응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기준 준수 등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회와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핵추진 잠수함 사업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다각도의 전략 수립이 병행될 때 비로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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