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론칭한 프리미엄 강건재 브랜드 ‘INNOVILT(이노빌트)’. 현재까지 3차례의 브랜드위원회를 통해 총 46개사 72개 강건재가 INNOVILT 인증 제품으로 선정됐다. INNOVILT 제품을 판매하는 포스코의 고객사는 ‘INNOVILT Alliance(이노빌트 얼라이언스)’의 자격을 얻고 포스코로부터 브랜드 사용권은 물론 네트워크 구축 및 건축 설계자동화 Data제공(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공동마케팅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우수한 제품이 시장에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브랜딩, 마케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일단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포스코는 고객과 함께 ‘INNOVILT 제품 개발’이라는 첫 단추부터 함께 채운다.
l 티슈 한 장에 그린 아이디어, 지반 공사의 새로운 기초가 되다
2017년 어느 겨울날, 도건이엔텍의 이종범 대표와 포스코 강건재마케팅실 이정해 대리, 철강솔루션연구소의 안동욱 연구원이 미팅을 마치고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건이엔텍은 포스코의 고객사로, 땅속 지반 공사 설계와 시공 전문 기업이다. 건축물을 올릴 때 지하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땅을 파고 지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땅을 파낸 자리의 양옆 토사가 무너지지 않게 막아주는 주요자재를 ‘지반 가시설(地盤 假施設)’이라고 한다. 지반 가시설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H를 옆으로 눕힌 모양새의 소형 RH(Rolled H) 형강.
포스코는 형강류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판재를 용접해서 제작하는 BH(Built-up H) 형강을 개발해 고객들의 형강 시장 진출을 함께 해오고 있다. 도건이엔텍의 경우에는 BH 형강 중에서도 지반공사에 최적화된 형강 개발이 필요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제품 개발 이야기가 한창이었는데, 순간 안동욱 연구원의 머릿속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스쳤다.
“꼭 H형강일 필요 없잖아요? 우린 용접으로 제작하니까… 웨브(Web)를 하나 더 넣으면요?
H형강이 아닌 ㅍ형강을 만드는 거예요.
강도는 올라가고, 부재 성능도 향상되고 경량화할 수 있어서 작업성능도 오를 것 같은데요.”
바로 커피숍의 티슈에 펜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기존 H형강을 ㅍ 형태의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것.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이들은 곧장 사무실과 연구실로 돌아가 제품 설계에 돌입했다. 고강도강을 적용해 강도는 기존보다 50% 이상 높이고 중량은 20%가량 낮췄다.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이정해 대리는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최적의 제작사를 찾아다녔다. 3달 만에 진천에 공장을 둔 제작사를 발굴하는데 성공, 그렇게 포스코, 도건이엔텍과 제작사인 동양이엔씨 까지 힘을 합쳐 ㅍ형강을 제작하게 됐다. 지반 가시설용으로 고강도 ㅍ형강을 처음으로 제작한 것. 이름은 웨브가 두 개인 것에 착안해 DIB(Double I Beam)이라고 붙였다.
실제 현장에 데뷔 전, 약 1년간 개발과 성능 검증이 이어졌다. 마침내 2019년 1월, 경기도 하남시 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에 초도 물량이 공급됐다. 1년 전 카페에서 조그만 티슈 위에 그려냈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고강도 강재를 사용하니 설치해야 하는 자재 수량이 줄어들어 공사기간이 줄어들고, 작업자들도 가벼운 자재로 시공하니 훨씬 일하기 편하다고 하네요.” 이후 DIB는 약 10여 개의 현장에 활발히 적용되었고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시장성과 차별성을 인정받아 지난 1분기에는 INNOVILT 인증 제품으로 정식 등록됐다.
l 이노빌트 인증 제품 절반이 ‘포스코-고객사 공동개발’ 성과
위와 같이 포스코가 고객과 공동으로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고 INNOVILT 제품으로 인증까지 마친 케이스가 현재까지 총 36개다. 올해 3분기 기준 INNOVILT 인증 제품 수가 72개이니, 절반에 달하는 수준. 대표적으로 한국소재의 SP-CIP 강관철근망, 대한가설산업의 고강도 잭서포트, NI스틸의 스틸커튼월, 도건이엔텍의 DIB 등이 이노빌트 후보 제품에서 인증 제품으로 거듭난 사례다.
지금도 포스코에서는 수많은 INNOVILT 후보 제품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철강사가 자사의 철강재가 아닌 고객사의 제품에 브랜드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 여기에, 자사의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고객사를 위한 제품 개발까지 힘쓰고 있다는 것은 더욱 남다른 행보다. 고객을 향한 ‘풀 레인지 솔루션(Full Range Solution)’이라 할만하다. 철강의 가치를 모두 담은 INNOVILT를 앞세워 빠르게 고도화되는 건설 산업에서 건설 자재의 고급화를 이끌고,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포스코의 강한 의지다.
l 시장분석, 제품개발, 현장 테스트까지… 포스코의 전문가가 함께 한다
INNOVILT 후보 제품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 포스코와 고객사의 협업이 필요하다. 시장의 요구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포지셔닝을 설정하는 ①시장분석, 각종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최적화 설계를 하는 ②제품설계, 국내 최고 수준의 포스코 자체 실험장비를 활용하여 제품 성능을 확인하는 ③성능검증, 학회와 협회 등을 통해 상품 성능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④사용인증, 원활한 상품 공급을 위한 ⑤Supply Chain(공급망) 구축, 시험 현장 적용을 통한 실제 현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⑥Track Record 확보,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현장 적용 확대의 ⑦양산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거쳐 비로소 후보 제품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제품이니만큼, 전 과정에는 포스코 강건재마케팅실과 철강솔루션연구소의 전문 직원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구원들은 제품 설계와 성능 검증 및 사용 인증, Track Record 확보까지 제품 개발 부분을 책임진다. 시장 진출 후에도 경쟁력을 분석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금 포스코의 연구과제로 전환해 보완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마케터들은 시장분석을 통해 신제품 니즈를 발굴하고 Supply Chain 구축, 양산 등을 통해 개발된 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수한 제품이지만 시장에서 인지도가 부족한 경우엔 박람회 참가를 제안하거나 공동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도 빼놓지 않는다. 즉, 제품 개발의 시작부터 양산 후 홍보와 마케팅, A-Z 전 과정을 포스코가 고객사와 함께 한다.
철강 소재 공급사에서 나아가 강건재 제작사들의 파트너로서 건설 산업 고도화를 이끌고 지속 가능한 건설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포스코가 INNOVILT를 통해 추구하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매 분기 브랜드위원회를 통해 INNOVILT 제품들을 선정하고, 이 제품들이 프리미엄 건설 자재로써 시장에서 활발히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전개해 나간다. 또 이런 혁신적인 제품들이 끊임없이 개발될 수 있도록 고객에 먼저 손 내밀어 연구개발 역시 주도적으로 이어나갈 예정. 이를 통해 비즈니스 파트너의 성공, 더 나아가 수요 산업 전체의 강건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남다른 발걸음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포스코 뉴스룸은 ‘INNOVILT LAB(이노빌트 랩)’ 시리즈를 통해 포스코가 실제 고객사와의 협업으로 INNOVILT 제품을 탄생시킨 개발 과정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