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철과 환경을 사랑하는 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스틸 덕후 강초록. 그리고 강초록에게는 이름마저 비슷한 친구가 있죠. 포스코 뉴스룸 애독자라면 이미 익숙할 그 이름 김철석. 김철석은 포스코 직원이자 스틸 척척박사입니다.
강초록이 오늘은 TV에 꽂혔네요. 돋보기를 들고 요리조리 TV 부품에 들어간 스틸을 살피다가 자그마한 너트를 발견! 단단한 스틸을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깎은 건지 궁금해진 그는 곧장 검색에 나섰습니다. TV에 들어가는 조그마한 너트는 ‘쾌삭강’으로 만든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쾌삭강에 ‘납’이 들어간다네요? 납은 인체에도, 환경에도 유해한데… 이대로 괜찮을까요? 강초록이 김철석을 만나 그에 대한 솔루션을 찾았습니다.
l TV, 자동차… 우리 주변에 널린 너트에 ‘납’이 들어간다고?
TV에 들어가는 너트 봤어? 너트를 가까이에서 보니 곡선이 깨알같이 새겨져 있더라고! 단단한 스틸을 어떻게 이렇게 깎은 건지 알아봤더니 ‘납 쾌삭강’이라는 특수강으로 만든 거라던데. 환경 유해 물질인 납 성분이 들어있다는 말이야? 납 쾌삭강 도대체 정체가 뭐야?
진정해 초록아. 천천히 설명해 줄게. 먼저 쾌삭강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겠다. 쾌삭강이라고 하면 좀 낯설지? 영어로 ‘Free Cutting Steel’이라고 하면 좀 더 느낌이 오나? 쾌삭강은 정밀한 절삭 가공이 가능한 특수강으로, 단면이 원형이며 가늘고 긴 선재 제품의 하나야. 철사와 스프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거야. 쾌삭강은 절삭을 쉽게 하기 위해서 주로 황, 납, 인 등을 첨가해 만들어. 나이프 등 절삭 공구가 가하는 힘이 쾌삭강에 첨가된 성분에 집중되어 균열이 유발되면서 쉽게 절삭되는 원리야.
쾌삭강은 전기, 전자, 사무 자동화 기기의 정밀 부품을 만드는 중요한 강재지. TV, 프린터, 자동차 부품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 장치 부품에 사용돼. 쾌삭강은 첨가 원소에 따라 여러 쾌삭강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납 쾌삭강은 가공성이 뛰어나 초정밀 부품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어.
하지만 납 쾌삭강은 인체에 유해한 납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납 성분이 인체에 축적되면 염증이나 신경계 손상 등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납 쾌삭강을 가공할 때 유해한 납 성분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실제 측정한 결과,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대기 중에 다량의 납 성분이 검출되는 것으로 확인 되었어. 또 이런 부품을 사용한 제품은 재활용이나 폐기를 할때도 유해 성분이 노출되어 심각한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해. 이런 납 쾌삭강을 우리나라는 심지어 전량 수입한데. 1년에 약 2만 3천 톤 정도를 말이야.
l 걱정 마! 포스코가 개발했어, 흑연 쾌삭강 PosGRAM!
환경을 오염시키고 작업자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데, 납쾌삭강을 왜 쓰는 거야…?
납쾌삭강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납 쾌삭강 사용이 줄고 있어. 하지만 여전히 납 쾌삭강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가공성이 우수한 쾌삭강이 없는 게 문제야. 그래서 유해 물질 제한 국제 지침인 RoHS와 ELV* 규정에도 철 합금의 경우에는 납 함유량 예외 규정이 존재해. RoHS와 ELV에서는 제품 내 납 함유량을 최대 0.1%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체 소재가 없는 쾌삭강만은 별도의 예외 규정을 두고 최대 0.35%까지 허용하고 있거든.
*ELV(End of Life Vehicle): EU 폐자동차 처리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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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려 0.35%의 납이 들어 있는 물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말이야?
아쉽지만 지금은 그래. 해외 철강사들도 납을 사용하지 않는 쾌삭강 개발을 시도했지만, 납 쾌삭강의 우수한 절삭성과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을 만한 제품은 도통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포스코 역시 납 쾌삭강을 대체할 수 있는 강종 개발에 몰두해왔어. 연구개발 기간만 3년이 걸렸다나. 결국 포스코의 연구진은 납 쾌삭강의 장점인 가공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독 성분이 전혀 없는 대체 물질을 찾아냈어. 그 물질이 바로 흑연이야! 이 흑연으로 납을 대체해서 지난해 세계 최초로 ‘흑연 쾌삭강’을 양산 개발했다는 거지. 이름하여 PosGRAM(Pos GRAphitic steel for Machinability)! 흑연 쾌삭강은 미세한 흑연을 강(鋼) 내부에 분포시킴으로써 쾌삭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강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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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연? 숯 같은 건가?
쉽게 볼 수 있는 건 샤프심! 그게 흑연으로 만들어진 거야. 흑연은 순수한 탄소로 이뤄진 광물인데, 탄소 층 간 결합이 약한 구조로 되어있어서 절삭이 쉬워. 샤프심 잘 부러지잖아? 그렇게 절삭성이 우수한데다가, 공구와 칩 사이에 윤활제로 작용해 마찰력도 감소시킬 수 있어. 즉, 흑연 쾌삭강을 공구의 마모가 줄어든다는 뜻이야. 또 납쾌삭강과 비교했을 때 칩분절성도 거의 유사하고, 조직이방성이 없어서 어느 방향으로 절삭해도 재질의 편차가 생기지 않아.
l 그럼 이제 납 쾌삭강 안 써도 되는 거야?
포스코가 PosGRAM을 개발해서 정말 다행이다. 납 쾌삭강 대신 흑연 쾌삭강을 쓰면 납 쾌삭강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맞아. 포스코가 납을 대체하는 PosGRAM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적인 친환경 소재 기술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유해 원소인 납 사용이 규제되고 있어. 때문에 글로벌 정밀 기계 업체 및 자동차사를 중심으로 납 등 유해 물질이 함유된 부품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거든.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춘 포스코의 솔루션이 지구를 납 오염으로부터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어.
전 세계 쾌삭강 수요는 100만 톤, 그중 납 쾌삭강 수요량은 연간 60만 톤 규모로 추정돼. 국내에서는 납 쾌삭강을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연간 2만 3천 톤가량을 일본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어. 납 쾌삭강에 평균 0.3%의 납이 있다고 하니, 이를 모두 PosGRAM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800톤(국내 69톤)의 유해한 납의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거야.
이런 친환경 PosGRAM을 ‘우리나라 기업’ 포스코가 개발했으니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할 수 있겠지? 무역 분쟁 시 공급 차질에 의한 시장 혼란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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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우리 주변에 납 쾌삭강은 없어지는 건가?
이제 제품을 개발했으니, 시장에 적용하는 일이 남았어. 포스코는 PosGRAM 개발 성공과 동시에 국내의 납 쾌삭강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펼치고 있어. 5년 안에 납쾌삭강을 국내에서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그동안 납 쾌삭강만 취급했던 고객사들이 흑연 쾌삭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최종 고객으로부터 제품 인증도 따내려고 노력 중이야.
예를 들어 우리나라 최대 쾌삭강 제품 생산 기업인 세아특수강이 납 쾌삭강 대신 PosGRAM을 취급할 수 있도록 이용 기술을 제공하고, 공동으로 가공 평가도 진행했어. 산업용 제품부터 차근히 시작해서, 점차 가전이나 자동차 시장으로도 납 쾌삭강 대신 흑연 쾌삭강이 들어간 제품이 확대 진출할 수 있도록 각종 인증 평가까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지.
포스코의 PosGRAM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 우리 주변 자동차, 가전, 사무기기 등에 더 이상 납 쾌삭강이 있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작업자들 역시 납에 노출되는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돼. PosGRAM으로 만든 제품을 폐기하거나 재활용해도 수질 오염이나 토양 오염 걱정이 없으니 PosGRAM은 한마디로 “지구도 살리고, 건강도 지키는” 길을 여는 거야. 이제 상~쾌하게 흑연 쾌삭강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납 쾌삭강 때문에 걱정이던 강초록이 포스코의 PosGRAM 개발 소식에 안심하고 웃고 있네요. 포스코는 우리 주변의 환경 이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탁월한 스틸 솔루션으로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철만 잘 만드는 줄 알았는데~ 정말 칭찬할 만하죠? 오늘도 포스코의 GPS는 안전하고 깨끗한 지구를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