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명 인사들의 인생이야기를 듣는 피플 人 피플! 오늘은 2014년 청마의 해를 이끌어 갈 인물을 만나볼 예정인데요. 바로 창의, 창조, 혁신의 대명사인 광고인 박웅현입니다. 그의 인생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들어볼까요? 😀
창조적 히트 메이커, 廣告人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정확히 어떤 일인가요?
TV, 신문, 길거리에서 보는 광고물은 여러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됩니다. 이럴 때 최종 판단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선택하는 누군가가 필요해지죠. 그게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방송국의 PD와 비슷하고요.
직접 담당했던 광고는 무엇이 있나요?
저는 88년부터 일을 시작했고 현재 27년째입니다. 최초로 사람들 반응이 있었던 광고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란 카피인데요. 이걸 93년도에 썼고, 95년도에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광고를 만들어서 욕을 참 많이 먹었었고요^^; 2000년 경에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에 도전한다’ 정도의 광고가 히트했습니다. 2005년 경에는 ‘잘자 내 꿈꿔’, ‘현대생활백서’, ‘사람을 향합니다’가, 최근 광고 중에서는 ‘Ask innovation’과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를 담당했습니다.
‘口語(구어)가 文語(문어)인 사람, 말을 하면 곧 책이 되는 사람’이란 말을 듣고 계신데 기분이 어떠세요?
제 직업이 광고주 앞에서 짧은 시간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그렇다 보니 말이 흩어져 있으면 저한테 기회가 없어지는 것인데요. 경쟁 수주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3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30분 내에 지난 한달 동안 고민한 것을 집약해 임팩트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말을 어떻게 정리해야겠구나, 어떤 말을 앞세워야겠구나 또는 그 다음엔 이런 말이 들어가야겠구나’라는 구성 훈련을 20여년째 하고 있고요. 그게 아마 영향을 준 것 같아요 : )
또 한가지는 ‘말을 잘한다는 것’이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언어는 생각의 집이다’인데요. 생각이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은 눈빛이나 바디 랭귀지보다 언어가 더 정확하거든요. 이런 생각들이 저의 한 축을 잡은 것 같고 제 직업도 한 축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을 하면서 구성을 하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크리에이티브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신다면?
뭔가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싶다면 촉수가 예민해야 되는 것 같아요. 무덤덤하게 보지 말아야 되고요. 계절의 변화, 햇살의 움직임, 사람의 대화, 나비의 몸짓. 이런 것들을 무덤덤하게 보지 말아야 해요. 사과를 씹을 때의 그 느낌, 사과의 촉감,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보면서 이게 무엇인지를 관찰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에요.
내가 창의적이라면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에서 음악을 만들 것이고, 내가 창의적이면 먼지 뿌옇게 낀 서울의 스모그 속에서도 그림을 그릴 거에요. 내가 창의적이라면 집까지 가는 지하철 안의 풍경으로 소설을 쓸 겁니다. 그게 창의적인 사람들의 특징이죠.
창의적인 사람과 평범한 사람이 보는 것은 같아요. 그럼 무엇이다를까요? 보는 눈이 다른 거죠.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란 책을 보면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란 말이 나와요. 말을 바꾸면 ‘창의적인 사람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자두를 보고 감동하고 수박을 보고 감동하고 그냥 자연의 변화에 감동할 줄 아는 이런 사람들이 창의적이라고 생각해요.
‘見자를 크게 쓰시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어떤 뜻이지요?
여기서 見(견)은 視(시)랑은 다른 것이죠. 視聽(시청)은 흘려보고 듣는 것이고 見聞(견문)은 깊히 보고 듣는 것인데 우리는 모두 시청을 하죠. 그런데 창의적인 사람들은 똑같은 사물을 견문해요. 그래서 見(견)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겁니다.
고전에서 답을 찾다, 박웅현과 책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은데, 책 읽기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까요?
책을 몇 권 쓰면서 제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는 오해가 생겼어요.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독서량이 많지 않아요. 일년에 36권 정도니까 한 달에 평균 3권 정도. 물론 평균 독서량보다는 많죠 : ) 제 책 읽기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걸 깨달은 지 꽤 됐어요. 언젠가 봤더니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면 권수만 채우고 있더라고요.
100권을 읽었다고 해서 나한테 무슨 자극을 주었느냐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다음부터 책을 읽을 때 많이 안 읽어도 좋으니까 한 줄 한 줄을 곱씹으면서 읽자 라는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줄 치면서 읽고 타이핑도 하고, 그 페이지가 좋으면 다시 가서 읽고요.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됐죠.
제가 젊은 사람들에게 늘 말하는데 고전을 궁금해하는 것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해요. 도대체 뭐가 있길래 400년 전에 쓰인 책을 지금도 읽고 사람들이 언급할까? 200년 전 러시아 농노제에서 사회주의로 넘어갈 때 썼던 그 책을 왜 사람들이 지금도 얘기할까? 저는 그 궁금증을 고등학교 때는 안나카레리나로 대학교 때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풀어냈어요.
저서 [여덞 단어]를 보면 인생을 8단어로 압축하셨어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요?
여덟 단어를 먼저 골라놨던 것은 아니고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들을 써봤어요. 열 몇 개가 나오더라고요. 그 다음에 그걸 묶어봤더니 한 여덟 개 정도가 된 거죠. 그래서 자존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인생까지 갔습니다.
사실 여덟 개가 머릿속에서 혼재되어 있을 거에요. 굳이 그렇게 물으신다면 첫 번째 단어(자존)가 제일 중요한 단어 같아요.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스스로의 재능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잖아요. 스스로의 재능을 존중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을 때 자존이 제일 중요하죠.
다른 축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었던 말은 권위라는 단어에요. 권위. 사람들이 이 권위에 너무 쉽게 굴복하는 것 같아서요. 근데 그게 건강하지가 않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와줘야 되고 그래야 사회가 역동성이 생기는데 그런 면에선 권위란 단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과의 소통에 능하다고 표현되는 박웅현CD에게 소통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면요?
말이 소통이에요. 그런데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니까 내가 던진 말하고 이 사람이 받은 말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거죠. 나중에 보면 너는 왜 그 말을 그렇게 생각했니? 라고 되는 거죠. 그래서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고요.
그 사람 입장이 되어 보는 게 제일 중요해요. 물론 매번 성공할 수 없고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 수 있겠죠. 그래도 그 자세를 갖는 건 중요해요. 저 사람은 저 나이 때 저런 직업에 저런 환경이면 어떤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럼 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같은 노력 말입니다. 여기서 말한 노력은 정말 중요해요. 특히 힘 있는 사람들이 이런 노력을 할 때 굉장히 멋있어 보이거든요. 그리고 거기서 진짜 존경이 우러나오기도 하고. 직장인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역지사지가 있죠.
또 한가지는 진정성이에요. 사심 없이 진심으로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어요. 언제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 생각이 틀린 거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고요. 그런데 내 생각과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에요. 나와 다른 의견을 내면 저 사람이 말한 장점은 무엇인지, 또 내 의견의 장점은 무엇인지, 설득을 해야 할지 등 진심으로 노력하고 고민해야 소통을 할 수 있어요.
딸이 직접 쓴 책, ‘인문학으로 콩갈다’에 대해 설명 부탁 드려요 : )
제 딸은 단점이 많고,장점도 많은 아이에요. 엄청난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장점을 가진 아이입니다. ‘인문학으로 콩갈다’는 사실은 ‘인문학으로 광고 하다’는 제 책을 패러디 한 거에요. 진지한 인문학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집은 콩가루 집안이다를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엽기적인 책인 거죠.
인문학에 대한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어떤 부분은 저보다 깊고 또 어떤 부분은 아직 표피적인 것이고요.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내가 낳았을지언정 아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에요. 아이는 나랑은 완전히 다른 삶의 세계를 펼쳐나갈 다른 유기체죠. 전 세계에서 제 딸에게 저만큼 영향력을 주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그러니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내 맘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하거나 내 꿈을 투영하거나, 내 생각을 반영하거나 할 것이 아닌거죠. 물론 이야기를 할 때는 진심으로 해주고. 30여년은 더 살았으니까요. ‘이렇게 행동하면 이런 결과가 있을 것 같아. 나는 이게 옳다고 생각해. 하지만 판단은 네가 해라.’ 라고 해줘야 돼요.
청춘에게 고함! Best One보다는 Only One!
최고의 실력을 가진 광고인이 스펙쌓기를 멈추라고 말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에서 말하신 거죠?
‘스펙쌓기를 멈추라’는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취업은 힘든 것은 알겠어요.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힘든지.. 신입사원이 지금 멸종 위기 천연기념물이 되어가고 있잖아요? 이건 알겠는데 그래도 내 딸이라면 또 내 아들이라면 스펙을 잘 쌓으라는 말은 못하겠어요. 그게 답이 아닌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거든요.
스펙은 포장이에요. 내 실력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문제이고. 입사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잖아요. 누군가 열심히 스펙을 쌓아서 포스코에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30년, 40년동안의 세월을 포스코에서 자기 실력을 입증해야 해요. 거기에서 실력이 없으면 나가떨어집니다. 그러니 그 장기적인 체력을 쌓으려면 뭐가 필요하느냐? 실력이죠.
내 실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스펙이지, 나의 대학생활 전체를 스펙 쌓는데 보내는 것은 미련한 짓이에요. 젊은 시절의 저는 철도 없었고 야생마처럼 뛰어다니기나 하고. 하지만 속 깊이는 느꼈던 것 같아요. ‘아 여기서 지금 내가 읽어야 되는 것은 고전이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Best One보다는 Only One이 되겠다’라고 말하는 청춘이 좋다고 말씀하셨죠?
우리 사회는 줄을 세우거든요. 가장 좋은 대학이 있고 그 다음 대학이 있고, 또 그 다음 대학이 있고. 한 줄만 세우다 보니까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행복할지언정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들 약간의 패배감을 갖고 사는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와 서구 사회가 무엇이 다를까를 봤더니 그들은 각자의 재능 포인트를 다르게 잡고 있는 거에요. 공부는 쟤가 잘하지만 머리 만지는 건 내가 제일 잘해. 예를 들어서 축구는 내가 제일 잘해 아니면 애들 웃기는 건 내가 제일 잘해 노래는 내가 제일 잘해.. 뭔가 다 다르잖아요. Only One이 됐을 때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고, 그랬을 때 우리 사회에서 창의성이 퍼져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죠.
마지막으로 2014년 청마해에 포스코패밀리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좋은 일만 생기는 한해는 없어요. 죄송합니다. 덕담을 못해서^^; 좋은 일만 생기는 한해는 기대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힘들 겁니다. 2014년이라고 2013년보다 덜 힘들 이유가 없어요. 힘들 거에요. 그것을 떳떳하게 받아들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정면 돌파하려고 생각하세요. 하면서 일이 꼬일 것이고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상정해 놓고 하루하루를 맞으면 문제가 터졌을 때 ‘아 이제 왔구나’하고 생각이 들 거에요. 이럴 때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창의, 창조, 혁신하면 떠오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씨를 만나보았는데요. 올해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일상을 조금 더 창의적으로 들여다 보아야 겠습니다 : ) 여러분들도 올해는 한 뼘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