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과학, 기술, 산업, 문화, 사상을 아우른 ‘철의 문명사적 궤적’ 포괄 집필
l 반 백 년 철과 함께한 통찰과 인생 소회도 담담하게 밝혀
권오준 포스코 前회장이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는 묵직한 책을 펴냈다.
‘철의 문명사적 궤적’이라고 붙인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을 통해 권오준 前회장은 철과 인간의 만남, 철의 기원과 과학, 철과 인류문명, 산업으로써 철의 역사, 나아가 사상과 예술, 전쟁과 문화 속의 철 등 시공을 가로지르며 철(鐵)에 관한 ‘철학(哲學)’을 펼친다.
“나에게 철은 우주의 신비, 인류의 문명, 그리고 사상의 흐름으로 다가가는 창이었다.”
이같이 시작하는 책머리 고백이 시사하듯,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는 철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고 30여 년을 포스코에 몸담으며 담금질한 내공을 총망라하고 있다. 책의 첫 장 <철과 인간의 만남>을 시작하는 대목을 보면 주기율표상 원자번호 26번(Fe)에 딱딱하게 갇히지 않은 그의 통찰과 글맛을 알 수 있을 터.
철은 건축물의 뼈대인 구조재로 쓰이는 일에서부터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인체 혈액 속 산소를 운반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지구에서 삶을 떠받치느라 분주하다.
철은 생명체의 활동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지구 중심에 대부분이 위치한 철은 자전하는 지구 주위에 자장을 형성하여 태양풍을 차단함으로써 각종 방사선의 유해한 효과를 막아주어 인간을 포함한 살아있는 동식물의 생명을 보호해 준다. 또 무선 인터넷 통신을 가능하도록 하여 인간의 정보문명의 혜택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식물에서 철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지구에 공급하는 엽록소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물에서 철은, 폐로부터 세포조직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속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의 구성요소다.
우리 몸속에는 3g 정도의 철이 들어 있다. 미량이지만 이 3g의 철 때문에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철은 호흡을 통해 흡입한 산소를 체내 세포기관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찾는다. 피가 붉은색인 것은 적혈구 속에 들어있는 철분 때문이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묵직하게 전개되는 대목도 있지만, 때론 가볍고 경쾌하게 넘어가기도 하고, 때론 시간을 멈추고 곱씹어 음미하기도 하는 그만의 철에 대한 시선과 통찰이 곳곳에 숨어있다.
∆인류역사와 함께한 철 ∆지구의 생성과 철 ∆지구의 자력(磁力)이 낳은 장관, 오로라 ∆고대 한국의 제철 ∆지금도 풀지 못한 다마스쿠스 검(劍)의 비밀 ∆철 문명의 발상지 히타이트 ∆다이아몬드 세공에 철을 사용했던 알렉산더대왕 ∆자본주의 출현을 도운 철 ∆세계사를 바꾼 철 조각, 훈족의 등자(鐙子) ∆전시(戰時) 철강생산의 극한을 보여준 미국 등 철에 다가가는 통찰이 무수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이 외에도 철강산업의 미래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고, CEO 재임 시절 역점을 두어 추진한 주요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특히, 제철소의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추진 사례는 당시 고민과 추진 전략을 인터뷰 형식으로 실었다. IoT, Big Data, AI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용광로를 비롯한 제철소 주요공정을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함으로써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일명 다보스포럼)과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맥킨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등대공장’(Light House)에 우리나라 최초로 포스코가 이름을 올리는데 주도한 바로 그 얘기다.
책을 펼쳐 든 포스코 철강사업부문의 한 임원은 “철을 우리가 아는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인류의 삶과 문명, 사상과 문화, 나아가 지구와 우주라는 큰 통찰 속에서 종횡무진 관계망을 읽어내는 지식과 통찰에 감탄했다”며, “철강인으로 업(業)에 대한 자부심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철을 보니 세상이 보인다」를 따라가 보니, 철은 그냥 철이 아니었다. “철은 신이 인류에게 베풀어준 가장 큰 축복이자 인간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권오준 前회장이 내린 결론처럼 철은 철강인에 한정된 축복이 아니라, 인류의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