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2015년부터 최고의 철강 기술인을 발굴해 ‘포스코명장’으로 선정하고 지속적인 개선활동과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명장’은 철강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이름 그대로 ‘명장’에 걸맞은 우수 기술인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올해 그 영광의 주인공 이경재 명장, 배동석 명장, 한병하 명장을 포스코뉴스룸에서 차례로 만나봤다.
ㅣ명장의 좌충우돌 신입시절
대부분의 생산직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배동석 명장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사했다. 포스코라는 대기업에 근무하게 됐다고 하니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해줬고 스스로도 큰 꿈을 품고 1982년 광양제철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살 사회 초년생에게 교대 근무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혼자 생활하며 늦잠이라도 자는 날에는 선배들이 하숙집으로 전화해 깨워줘야 겨우 출근을 할 수 있었고, 업무에 온전히 적응할 때까지 혼도 많이 났었다고 한다. 명장이 된 지금와서 돌아보면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 신입 시절을 회상하며 배동석 명장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ㅣ기성(技聖)의 뒤를 이어 명장(名匠)이 되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회사 적응기를 보낸 배동석 명장은 당시 가깝게 지냈던 김일학 기성을 보고 배우며, 회사 생활에서 보람을 찾고 후배들에게 덕망받는 자리에도 올라가 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고 한다. 포스코는 ‘포스코명장’을 선발하기 전인 1975년부터 2003년까지 지금의 명장에 부합하는 우수 기술인을 ‘기성’으로 선정했는데, 포스코 역대 기성 21人 중 한 명이었던 김일학 기성은 바로 배동석 명장의 오랜 롤모델이었다.
당시 파트장을 맡고 있었던 김일학 기성은 70kg에 달하는 철봉장착방법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작업을 반자동화 방식으로 개선하여 ‘자주관리활동’ 부문 전사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동석 명장의 남다른 용접실력도 보탬되었는데, 김일학 기성과의 개선 프로젝트가 바로 명장의 개선과 기술개발 열정을 불태우는 첫 불씨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김일학 기성은 배동석 명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데 가장 큰 동기부여를 해 준 셈이고, 그 결과 기성에서 명장으로, 기술인으로서의 최고 영예가 후배에게 되물림 될 수 있었다.
“업무가 주어지면 절대 허투루 하는 법이 없어요. 밤샘 일을 하더라도 끝까지 해결하고 현장에 문제점이 생기면 기어코 개선하는 자세가 상당히 돋보였습니다. 항상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세도 좋고, 창의성도 뛰어난 친구였죠.” (김일학 前 포스코 기성)
ㅣ현장의 어려움을 혁신의 기회로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쇳물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업을 출선작업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쇳물을 빼내는 출선구를 뚫는데 보통 세네 명이 2~30분씩 잡고 씨름을 해야 어렵게 관통시킬 수 있었다. 배동석 명장에게 출선작업의 어려움은 그냥 넘길 수 없는 개선의 대상이었고, 그는 출선작업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늘 고민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해결해 보겠다는 명장의 의지가 바로 ‘일발 개공 & Parallel 개공 기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특히 광양이나 포항의 고로들이 전부 대형화되고 쇳물 양이 많아지면서 쇳물을 빼내는데 어려움이 더 컸었는데, 양쪽에서 동시에 대각선으로 뚫어 출선을 가능하게 한 배동석 명장의 ‘일발 개공 & Parellel 개공 기술’로 초대형 고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출선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광양제철소에는 낡은 고로가 많아 정기적으로 노벽 보수를 해 줘야 하는데, 노벽 청소로 장기 휴풍을 하게 되면 쇳물 온도가 떨어져 배출이 잘 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의지를 갖고 접근하는 배동석 명장의 특기가 다시 한번 발휘되어 배출 온도를 확보하는 ‘가두리 출선’ 기술이 개발됐다. 쇳물을 바로 출선하지 않고 용광로 속에 가둬놨다가 온도를 높여 출선하는 방법이다. 복잡하거나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바꿔보자는 의지만으로 시작했던 개선책들이 하나 둘 쌓여가면서 배동석 명장만의 혁신 창고를 이루게 된 것이다.
ㅣ미래의 포스코명장 후배들을 위하여
포스코명장은 최고의 기술인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인 만큼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배동석 명장은 미래의 포스코명장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적어도 10년 이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동석 명장 역시 하루 아침에 명장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포스코명장이 되기 위해 무려 3번의 도전 끝에 결실을 맺게 된 것. 3번이라는 도전 과정이 고되고 힘들었을 수 있지만, 명장은 오히려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져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미진했던 기술개발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명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항상 힘이 되어주었던 후배들에게 이제는 본인이 앞서서 밀어주고 미래의 포스코명장으로 키워내고 싶다는 배동석 명장.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틀림없이 본인보다 더 좋은 기술개발과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에게 보내는 후배들의 존경과 선망은 다름 아닌 명장의 따뜻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배동석 명장님은 정말 리더다운 리더에요. 어려운 일은 먼저 나서서 해주시고, 동료들이 편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고, 필요할 때는 엄격한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참 리더죠.” (정봉길 광양제철소 제선부)
ㅣ명장의 원동력, 가족
배동석 명장이 말하는 제1의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다. 고마운 마음은 한이 없지만 회사 일에 집중하다 보니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때가 많았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여행 한 번 안가고 회사 일에만 매달리는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당연히 가족들에게 원망도 듣곤 했지만, 그래도 몇 십년 동안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늘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 준 가족뿐이라는 명장은 “복순여사, 고마워요!”라는 수줍은 한마디를 환한 미소와 함께 전하기도 했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함께하는 MTB 산악 라이딩은 배동석 명장을 뛰게 하는 숨은 원동력이다. 자전거길이든 험한 산악길이든 길이 난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라이딩을 즐기는 명장은 동호회에서 갈고 닦아 온 실력과 체력을 자랑하는 고수다. “숨을 헐떡이며 페달링을 하다 보면, 기가 막힌 아이디어나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마도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효과인 것 같아요.”라며 틈만 나면 MTB 라이딩의 장점을 홍보하고 나서기도 한다. 온 가족이 함께하면 가족 간의 갈등이나 대화 단절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어 회사 일로 바쁜 와중에도 가족과 함께 하는 라이딩은 빼먹지 않으려고 한다.
배동석 명장은 포스코를 가족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 가족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온 포스코에 남다른 애정을 자랑하는 명장이 현장의 어려움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회사를 위해,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해결하려는 명장의 한결같은 노력이 3번의 도전 끝에 결실을 맺은 데 대해 큰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