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한 번쯤은 갖고 싶었던 양철 로봇, 틴 토이(Tin Toy)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틴 토이는 일반적으로 양철 재질로 만들어진 장난감을 말한다. 플라스틱이 개발되기 이전에 주로 생산되었던 골동품 장난감으로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특수성 때문에 현재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 틴 토이의 이런 희귀성은 전 세계 컬렉터들의 수집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던킨도너츠에선 특별한 전시를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로봇을 테마로 그림을 그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에릭 조이너(Eric Joyner)와 협업을 진행한 것.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복합형 오픈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진행된 ‘DD X Eric Joyner’ 특별 전시회에서는 로봇과 도넛이 조화를 이룬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독특한 매력의 틴 토이를 언제든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포스코 뉴스룸에선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내 최초 틴 토이 개인 박물관 ‘틴 토이 뮤지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봤다.
┃문을 여는 순간 동심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
파주 헤이리 마을 게이트 9번을 따라 걷다 보면 틴 토이 뮤지엄을 발견할 수 있다. 1층은 카페, 2층과 3층은 틴 토이 박물관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나이 불문, 모두 어린아이가 된다.
들어서자마자 방문객을 맞이하는 미션지는 틴 토이 뮤지엄을 200%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재밌는 아이템이다. 층마다 전시된 틴 토이를 관람하다 보면 미션지에 빈칸을 채우는 일이 어렵지 않다. 미션지를 모두 채우고 나면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는데, 매달 증정되는 선물이 바뀐다. 이달의 선물은 사기 구슬이다.
계단마다 놓여있는 호두까기 인형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각양각색의 코카콜라 에디션과 추억의 못난이 인형, 자전거 뒷부분만 철로 만들어진 양철 자전거, 태엽을 감으면 움직이는 틴 토이 로봇, 로봇 태권 브이의 모습 등 다양한 장난감을 만날 수 있다. 구석구석 익숙한 얼굴의 피규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층에는 틴 토이와 함께 종이 인형, 딱지치기 등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장난감들이 가득하다. 특히 1960년대에 국내에서 제작된 틴 토이 캡틴 로봇 MTU와 비교적 최근인 2001년도에 제작된 한정판 로봇 R-1이 눈에 띈다. 일본 장난감 제작 회사 중 가장 유명한 오사카 틴 토이에서 만든 철인 28호와 아톰 로봇 등은 관람객의 시선을 오래 잡아끄는 인기 전시품이다.
┃손끝의 온기로 빚어지는 따뜻한 ‘철’ 장난감
틴 토이 뮤지엄은 김성진 관장과 부인 이민영씨가 오랜 기간에 걸쳐 수집한 소장품을 전시하는 국내 최초 틴 토이 전문 개인 박물관이다. 2007년 4월, 2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2012년에 현재 위치에 확장해 개관했다.
김성진 관장은 틴 토이라는 소재가 ‘참 재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구부려서 만들기 때문에 똑같은 장난감이 하나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같은 종류의 장난감이라도 만든 사람의 손맛에 따라 제각각 다른 개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라스틱 장난감은 시간이 지나면 산화되고 부서지기 마련인데, 틴 토이는 관리만 잘하면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틴 토이는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특징 때문에 투박한 매력이 있죠. 차가운 철에 사람의 손길로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철로 만든 장난감이라기보다 살아 숨쉬는 것 같은 생명력이 느껴진달까요.”
틴 토이 뮤지엄에 전시된 대부분의 틴 토이들은 과거 6~70년대 전 세계에 수출되었던 국산 틴 토이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틴 토이를 만들어 외국에 수출했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작은 양철 장난감 안에 담겨 있을 그 시절 노동자들의 땀과 열정도 느낄 수 있다.
┃플라스틱 장남감보다 틴 토이
김 관장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영향으로 틴 토이를 수집하게 됐다. 해외 출장이 잦았던 아버지가 전 세계 각국에서 사다 주신 선물 중 틴 토이가 있었던 것이다. 또 김 관장의 어머니 역시, 골동품을 수집하는 취미를 갖고 있어 자연스레 영향을 받았다.
“대학 시절, 팝아트 계열을 전공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5~60년대 틴 토이가 팝아트의 산물이더라고요. 틴 토이와는 자연스럽고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죠.”
그의 설명에 따르면 80년대 초반부터 가성비를 높인 플라스틱 장난감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관장도 처음에는 틴 토이보다 상대적으로 수집하기 어렵지 않은 국내 플라스틱 장난감을 수집했는데, 우연히 뉴스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영국 런던의 유명한 경매 회사인 소더비(Sotheby’s)에서 장난감이 고액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김 관장의 머릿속엔 어린 시절 갖고 놀던 틴 토이가 떠올랐다고 한다.
“당시에는 틴 토이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는데, 7~80년대 플라스틱 장난감을 틴 토이로 교환하면서 모으게 됐어요. 요즘 기준으로 그런 걸 키덜트라고 하죠? 일본 피규어를 모으던 젊은 친구들이 이곳에 와서 국산 틴 토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우리나라 장난감을 모으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매력적인 틴 토이, 많은 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
일본에서는 지금도 틴 토이가 생산되고 있고, 수집 활동도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반면 국내는 틴 토이 수집가들이 서로를 알고 지낼 정도로 시장이 작은 편이다.
“TV 드라마나 광고를 보다 보면 소품으로 사용되는 틴 토이를 종종 발견할 수 있어요. 레트로한 느낌의 장난감이 주는 매력이 있으니 소품으로 활용되는 거겠죠. 이번에 던킨도너츠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보고 틴 토이가 대중화되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틴 토이를 경험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계속 생산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틴 토이는 독일, 일본, 인도네시아 등 소수의 나라에서만 생산된다고 한다.
“방문객 중에 일본이나 홍콩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얼마 전에는 홍콩에서 장난감을 제작하는 분이 오셔서 장난감을 교환하고 가시기도 했죠.”
틴 토이 박물관에는 손톱만 한 작은 크기의 틴 토이부터 성인 키만 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장난감이 가득하다. 박물관 안에 전시된 것만 해도 무려 약 3천만 개에 달하고, 창고에 보관된 틴 토이까지 더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김 관장은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나중에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 한 틴 토이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수집가들은 장난감을 구매할 때 얼마냐고 묻지 않고, 몇 개냐고 물어요. 돈에 파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과 상대방이 가진 것이 서로 마음에 들 때 교환이 이뤄지는 것이죠. 나만 갖고 있으면 외딴섬에 있는 거나 다름이 없어요. 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것도, 장난감을 만들고 싶다는 것도, 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기 위해서죠.”
유년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틴 토이와 함께한 시간. 따뜻한 철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온 가족이 함께 틴 토이 뮤지엄을 찾아 향수와 재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틴 토이(Tin Toy)란?
일반적으로는 양철 재질로 만든 장난감을 총칭한다.
플라스틱이 개발되기 이전에 주로 생산되었던 골동품 장난감으로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특수성 때문에 현재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 틴 토이의 이런 희귀성은 전 세계 컬렉터들의 수집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1940~60년대의 틴토이들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6~70년대 대한민국의 틴 토이들은 당시 대표적인 수출품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며, 토종 브랜드로는 MTU, SU 등이 있다.
일본에서 생산된 ‘스모킹 로봇’은 현재 전 세계 장난감 수집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귀한 장난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