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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센터 개관 20주년 특집 5] 포스코센터가 만난 사람들

[포스코센터 개관 20주년 특집 5] 포스코센터가 만난 사람들

2015/09/17

포스코센터가 만난 사람들

 

 

 

 

 

 

 

 

 

 

테헤란로를 20년간 지키면서 포스코센터는 수많은 임직원과 시민을 만났다. 테헤란로 일대 하루 유동인구가 50만 명. 그 중 절반인 25만 명이 포스코사거리를 지나간다고 가정하면 1년에 9125만 명, 20년이면 18억 2500만 명이다.

 

‘포스코사거리’라는 이름까지 명명될 만큼 포스코센터는 테헤란로의 명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대에 지어진 주변의 다른 건물과 비교해봐도 약관(弱冠)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세련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20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굳건하게 서 있는 것은 완벽한 설계와 시공, 그리고 언제나 건물을 내 몸처럼 세심하게 살피는 손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기획 연재물의 마지막으로 포스코센터를 탄생시키고 건강하게 만들어준 ‘어머니’ 같은 존재들을 인터뷰했다.

 

 

■ 원정수 간삼건축 상임고문 (당시 S&G 컨소시엄 대표)

 <시대 변화와 호흡하는 포스코센터>

 

 

 

20년 전 테헤란대로에 쌍탑의 유리빌딩이 세워졌습니다.

  

‘왜 국내 굴지의 철강회사 빌딩이 권위의 상징인 석조 대리석 외관의 건물이 아닌가?’

 

공장처럼 지붕에 철골 구조를 노출시킨 유리 외장의 빌딩을 포스코의 품위로 보는 데 혼란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넓은 중앙 홀에 돌아가는 기계가 노출된 엘리베이터는 어지러운 공장 같은 인상을 준다면서 설계 의도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는 건축’을 실현했던 포스코센터가 이제는 20세의 성년이 되었습니다. 포스코센터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천 역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당시 포스코는 1970년대 포항항만과 포항제철소 건설, 1980년대 광양제철소와 국내 최정예 연구교육시설 포스텍 건설을 거쳐 미래 산업인 정보화 시대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자동화·전산화로 대변되는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 관계기관과 24시간 업무 지속성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일반 사무소 업무기능에 새로움을 더한 변화의 빌딩이 요구된 것입니다.

 

20년 전, 컴퓨터 브라운관 모니터가 사무공간의 주인공이 되면서 인간은 조연(助演)의 지위로 바뀌었습니다. 모니터를 극진히 모시기 위해 사무공간의 기둥을 없애고, 컴퓨터의 감도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에어컨·전기·통신 등 모든 설비는 이중구조 바닥을 통해 컴퓨터에 연결되게끔 설계하고 방화 차단도 해야 했습니다. 컴퓨터 브라운관이 최고 상전이 되면서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최선으로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20년의 세월 동안 모니터가 종이처럼 얇아지고 소위 노트북·아이패드 등이 등장하면서 브라운관 모니터가 주인공 자리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포스코센터도 미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할 때가 올 것입니다.

 

이를 예측하는 건축설계가 바로 인텔리전트 빌딩 개념입니다. 포스코센터 건축은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하며, 새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구조이자 가변적 공간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빌딩 높이 전면의 슈퍼그래픽 영상이 출현하고 유리 구조도 새로운 전도제품으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포스코센터 공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400대의 자동차도 빌딩의 주인공이므로 출입시간 등 까다로운 통제·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새 시대의 건축이 해야 할 일입니다.

 

▶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포스코센터 빌딩 외벽을 가득 채운 축구 국가대표 슈퍼그래픽 영상.

 

포스코센터 건축은 백년대계의 기념비적 조형물이나 시각적 상징물 정도에서 평가하고 선호하는 ‘취향’을 넘어 새 시대의 새로운 환경에서도 최선의 효율과 기능으로 편리하게 변화하며 거듭나는 힘을 담고 있는 빌딩입니다.

 

국력을 이끌어가는 산업의 주역인 철강산업이 미래에 적응하며 새롭게 진화하는 포스코의 역사와 함께 항상 동행할 수 있도록 건축 설계된 포스코센터는 건축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입니다.

 

 

원정수 고문은

 

193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57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부터 1999년까지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건설부·한국건축가협회 등에서 전문위원으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1966년부터는 부인인 지순 씨와 함께 일양건축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 최초로 부부 건축전을 열었다. 현재는 부부가 함께 간삼건축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건축물로는 △한국은행 본점 별관 △경암빌딩 △포스텍 △포스코센터 등이 있다. 2000년에는 건축가로서 최고 명예로 꼽히는 미국건축사협회(AIA) 원로회 명예회원(FAIA)으로 선임됐다.

 

 

■ 정은순/ 아워홈(급식 전문 외주파트너사)

 

 

 

주부로 지내다가 소개를 받아서 2001년부터 포스코센터 직원식당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조리원으로 입사했고 지금은 찬모(饌母)가 되어 주방 조리 책임자를 맡고 있어요. 밖에선 보이지 않는 주방 안에서 음식을 준비합니다.

 

저희는 6시부터 아침밥을 지어요. 아침 저녁엔 300인분, 점심엔 800인분 정도 준비해요.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대량으로 밥 짓는 데 적응하는 게 그리 힘들진 않았어요. 식사하러 오신 분들께서 워낙 잘 대해주시기도 하고요.

 

7~8년 전만 해도 아침에 고기 반찬을 찾는 사람도 많았는데, 요즘은 확실히 샐러드 같은 웰빙 식단이 인기에요.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이런 변화도 눈에 보이나 봐요.

 

예전에는 아침 배식업무를 했었어요. 그래서 가끔 식사 공간 쪽으로 나가면 오며 가며 뵈었던 직원들께서 ‘어디 갔다 오셨냐’ ‘다른 곳으로 옮긴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하세요.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참 기분 좋죠. 열심히 밥 지어드린 보람이 있구나 생각하지요.

 

 

 

저도 기억나는 얼굴들이 많아요. 옛날에 배식업무를 하던 때에요. 한 번은 여직원이 식사를 하다가 봉지에 뭘 담아서 갖고 오신 거에요. 원래 날마다 식사하러 오시던 분이라 얼굴을 알고 있었어요. 주방 쪽으로 오시더니 ‘매일 맛있게 잘 먹고 있어서 감사 표시로 드려요. 나중에 일 마치시고 드세요’ 하면서 냉장고에 넣고 가시더라고요. 그때 바로 확인하진 못하고 조금 지나서 열어봤더니 아주 튼실한 홍시들이었어요.

 

오래 근무하신 분 같았는데 요즘은 안 오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당시 같이 식사하시던 동료 직원께 여쭤보니 그때 홍시를 주고 그만 두셨다고 하더라고요. 홍시 잘 먹었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그분 얼굴이 기억나요. 성함도 모르지만 어찌나 고맙던지요.

 

저희의 최고 보람은 역시 칭찬이에요. 저희도 웃으면서 반찬을 건네드리죠. 그렇지만 잘 모르는 사람과 인사가 어색해서인지 가끔 저희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어요.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저희는 ‘뭔가 잘못 하고 있나’ 하고 조바심이 들기도 해요. 저희의 인사를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따뜻하게 받아주시면 더 즐거운 식사시간이 될 것 같아요(웃음).

 

 

■ 고신석/ 삼호실업(미화 전문 외주파트너사)

 

 

 

저는 135m 높이서부터 곤돌라를 타고 유리창을 닦습니다. 2000년 3월에 입사했으니 벌써 만 15년이 넘었네요.

 

포스코센터 외벽 유리는 네 명이 책임지고 청소합니다. 작업 날짜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진 않지만 1년에 네 번 건물 전체를 닦아요. 한 번 작업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리는데,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작업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다른 동료들을 도와서 건물 안에서 미화작업을 하지요.

 

외벽 유리는 누가 더럽히는 건 아니지만 황사가 지나고 봄비가 내리면 닦아놓고도 다시 지저분해져요. 그럴 땐 닦은 유리도 다시 올라가서 닦고, 또 닦고 합니다.

 

유리창 청소는 고소(高所) 작업이다 보니 뭐니뭐니해도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항상 하는 일이니 이젠 무섭지도 않지만 잠깐의 실수로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유념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안전교육을 받고 유리 작업을 시작합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한 명은 옥상에서 곤돌라 하강을 봐주고, 한 명은 지상에서 봐줍니다. 두 명이 너비 4m 정도의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며 유리창을 닦지요.

 

 

 

깨끗한 물로 닦아야 유리창도 투명하게 잘 보이기 때문에 곤돌라에는 큰 물통 4개를 싣습니다. 29층부터 쭈욱 내려오면 지상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내려오는 길에 창문 가까이서 근무하는 직원들과는 눈인사를 하곤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에서 격려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작업이라서 저희에겐 일기예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침마다 날씨를 체크하고 작업을 진행하지요.

 

단순한 청소로 느낄 수도 있지만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청결하고 깨끗하게 하는 거잖아요. 깨끗한 유리를 보면 모두가 기분 좋고요. 저희 손길이 지나가고 나서 투명해진 유리를 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 오문자/ 삼호실업(미화 전문 외주파트너사)

 

 

 

포스코센터가 벌써 개관 20주년이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1995년 9월 개관 때부터, 더 정확하게는 6월부터 건물 미화를 해왔거든요.

 

지인의 소개로 삼호실업에 와서 21년째 야간 근무를 하고 있어요. 야간 근무조는 동·서관으로 나뉘는데, 저는 서관 쪽 17명을 통솔하고 있습니다.

 

우리 야간 근무조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건물 구석구석에서 미화작업을 합니다. 사무실에서 근무시간 동안 생긴 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원, 흡진 작업을 하는 직원, 카펫을 청소하는 직원 등 업무도 다양해요. 계단 같은 곳에 왁스 작업을 해서 반짝이게 만들기도 하고, 빌딩 주변 연석이 닳으면 연마(硏磨)도 합니다.

 

 

 

여름철엔 야간에 에어컨이 꺼지기 때문에 청소하다 보면 땀이 줄줄 흐릅니다. 야간 근무조라 아침에 퇴근해서 집에서 자고 낮 시간 볼일도 보고 저녁에 다시 출근하는데, 밤낮이 뒤바뀐 생활도 쉽진 않지요.

 

직원들이 정오에 점심을 먹는 것처럼 야간 근무조 직원들은 자정에 식사를 합니다. 지하 6층에 회사 사무실이 있는데, 그 안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모여서 같이 밥을 먹어요. 밥솥이 구비돼 있어서 각자 집에서 반찬을 가져와서 나눠먹을 수 있거든요. 같이 이야기하며 식사하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저는 감독 역할을 맡고 있어서 다른 직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오후 6시에 일찍 출근합니다. 어떤 작업을 할 때 솔선수범하고 직원들이 따라오게끔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제 이야기를 잘 따라주어서 항상 감사해요.

 

저희의 업무는 사실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입니다. 옛날에는 청소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날이 갈수록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요즘에는 같이 밝게 웃으며 격려를 많이 해줍니다.

 

청소라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방금 청소했어도 뒤돌아서면 금세 지저분해지고, 그러면 청소를 하지 않은 것처럼 되니까요. 하지만 제게 주어진 일이므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칠흑 같은 밤에 청소를 마치고 깨끗해진 빌딩을 보면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구나’ 하고 빙그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렇게 매일같이 어루만져 주니까 포스코센터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멋있게, 새 건물처럼 굳건히 서 있는 것 아닐까요?

 

 

■ 남승철/ 프로에스콤(보안·관제 전문 외주파트너사)

 

 

 

저는 2002년 8월부터 포스코센터 주차보안 업무를 해오고 있습니다. 프로에스콤에서 나이는 제일 많고 서열은 세 번째에요(웃음).

 

이전에는 서점을 운영했는데, IMF를 겪으면서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서점을 하면서 웃으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서인지 저를 ‘스마일맨’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같이 웃어주시면 저도 기분이 좋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처음에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계속 서있어야 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다리도 붓거니와 여름에는 땡볕에 얼굴이 새카매지고, 겨울에는 추워서 얼굴이 새빨개지거든요. 가끔 지나가며 ‘털모자 같은 것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지금은 안내사원이 서있는 곳에 난로를 설치하는 등 하나씩 보완되어서 괜찮습니다.

 

지금 포스코센터 주차장 입구에는 캐노피(canopy)가 있어요. 캐노피가 없을 때는 우산을 쓰고 손님을 맞고, 손님은 차에서 내리면서 빗방울에 젖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캐노피 덕분에 저희도 손님도 비를 맞지 않고 편하게 출입할 수 있어 좋습니다.

 

주차관제실에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3년쯤 전 어느 날 퇴근시간에 관제실 모니터로 술에 취한 직원을 발견했어요. 언뜻 보기에도 술에 많이 취해 있었는데 운전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차 키를 억지로 달라고 하고 댁으로 전화를 걸어서 가족이 데리러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고맙다면서 인사하러 오셨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차 위에 컴퓨터 키보드나 다이어리, 커피 등을 올려놓거나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줄 모르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분도 꽤 많습니다. 출입부스에서 나가는 분들께 인사하려고 차량을 보면 그런 모습이 다 보이거든요. 그럴 땐 차량을 세워 알려드리고, 타이어 바람 빠진 차량은 후진시켜 주차한 다음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조치한 후 운행하시라고 알려드려요.

 

요즘엔 사내 결혼식이 생겨서 주말이 평일보다 더 바빠요. 아무래도 평일에는 건물을 잘 아는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주말에는 결혼식 하객들이 많아서 설명하고 안내하다 보면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지방에서 출발하는데 포스코센터에 어떻게 찾아가야 하느냐, 주차요금은 얼마냐, 서관은 어디로 들어가느냐 등등 질문도 다양하지요.

 

 

 

프로에스콤 직원들은 일주일에 하루를 쉽니다. 토요일 당직을 서서 밤을 새면 주말 이틀이 없어지니까 개인시간을 갖기가 어려워요. 지하주차장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매연 때문에 목이 칼칼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가끔 창문을 열고 ‘수고 많다’ ‘고맙다’ 이야기해주실 때는 힘든 것들이 눈 녹듯 사라지지요. 저희가 더 바라는 게 있겠습니까. 그런 말 한 마디에 보람을 느끼는 거죠.

  

끝으로 차량을 이용해 포스코센터에 오시는 직원과 방문 손님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근무자로서 밝은 미소와 친절한 안내로 늘 즐겁게 근무하려고 합니다. 포스코센터에 오신 여러분, 오늘도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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