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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면서 유연하게, 지진을 이기는 철

강하면서 유연하게, 지진을 이기는 철


포스코리포트. 강하면서 유연하게, 지진을 이기는 철. 과거에도, 현재에도, 다가올 미래에도,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철에 대한 이야기를 각 분야 전문가가 들려 드립니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인 철의 가치를 좀 더 특별하게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들만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에서 바라본 철에 대한 이야기. Hello, 포스코 블로그와 함께 보시죠!

l 글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이재인 교수

l 내진용  철의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지난 7월 5일 20시 33분 03초에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연평균 30회 이상의 지진 발생 빈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를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울산에서 발생한 진도 5.0의 강진은 처음이었다. 그릇과 창문이 깨지기도 하고, 고정되지 않은 물체는 넘어지기도 하며, 거의 모든 사람이 지진의 충격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진에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가을 8월에 지진이 났다." (삼국사기)고구려 유리명왕 21년 (서기 2년) 고려 시대에는 지진이 150회 이상 발생했다고 (고려사)에 기록. 조선 시대에는 1500건이 넘는 지진 기록. (조선왕조실록)

최근 발생한 이탈리아 지진 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지진 관련 뉴스를 보면, 어떤 나라는 진도 8.0의 강진에도 건축물 일부만 붕괴되는 것에 그치는가 하면, 또 어떤 나라는 커다란 인명피해와 함께 도시 전체가 파괴되기도 한다. 이는 신축 건축물의 내진설계나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에 따른 결과로, 철근이나 철골 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현대 건축물에 있어 내진용 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 쓰촨성 지진(규모 8.0)에 의해 부서진 마을의 모습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2008년 쓰촨성 지진(규모 8.0)

2010년 칠레 지진(규모 8.8)으로 일부가 붕괴된 21층 규모의 오히긴스 타워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2010년 칠레 지진(규모 8.8)으로 일부가 붕괴된 21층 규모의 오히긴스 타워

따라서 다음의 글을 통해 내진설계와 내진보강의 개념을 설명하고, 진화하고 있는 내진용 철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한다.

 

l 지진을 이기는 건축설계

지진은 건축물에 하중으로 작용하는데, 지진하중은 지반운동에 따른 관성력(慣性力)으로 건물이 수평 혹은 수직 비정형이거나 비구조 요소의 예기치 못한 작용으로 인해 특정 층이나 특정 구조부재에 하중이 집중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내진설계 대상 구조물과 그 구성부재는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일정 강도(强度)가 확보되어야 함은 물론이요, 지진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성(延性, Ductility)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진설계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나 발생한 이후에도 구조물이 안전성을 유지하고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시에 지진하중을 추가로 고려하여 설계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내진구조, 제진구조, 면진구조가 있다.

 

내진설계의 3가지 종류와 개념

△ 내진설계의 3가지 종류와 개념 ⓒ이재인 (우측 ‘댐퍼’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내진구조는 지진으로 인한 건물의 좌우 진동으로부터 견디는 힘을 강화하기 위해 건축물 내부의 가로축을 튼튼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튼튼하고 안정적인 반면 건물의 무게를 증가시키는 단점이 있어 고층 건물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제진구조는 건물과 가로축 사이에 지진의 진동을 줄여줄 수 있는 특수장치인 ‘댐퍼’를 부착하여 건물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구조에 댐퍼를 추가로 부착할 수 있어, 비교적 자유롭게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면진구조는 지진으로 흔들리는 지면과 건물을 분리하는 기초공사를 통해 지진 하중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면진기초가 적용된 건물은 지면이 심하게 흔들리더라도 건물 자체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데, 특히 고층건물이나 교량 등에 많이 활용된다.

좌)바르셀로나의 약 144m(33층 규모) 아그바 타워(Torre Agbar) 우)런던의 92층 스위스 르 빌딩

△이미지 출처 – 좌)위키미디어 / 우)위키피디아 좌)바르셀로나의 약 144m(33층 규모) 아그바 타워(Torre Agbar) 우)런던의 92층 스위스 르 빌딩

일반적으로 규모가 있는 고층 건축물들을 보면 대부분 평면 혹은 원기둥, 사각기둥, 사각뿔 등 단순한 형태로 디자인된다. 모서리가 많은 복잡한 형태의 디자인은 형태적으로는 아름다워 보일 수 있겠지만 지진에는 취약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설계는 지진으로 인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l 기존 건축물의 내진성능 향상법

버클리 기숙사, 전단보강 트러스(부재가 휘지 않게 접합점을 핀으로 연결한 골조구조)가 삽입된 모습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버클리 기숙사 전단보강 트러스(부재가 휘지 않게 접합점을 핀으로 연결한 골조구조)가 삽입된 모습

우리나라에서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을 제정한 것은 1988년이다. 2015년 10월 기준으로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은 10만 5,448여 개에 달했지만,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4만 4,732개로 대상 시설물의 42.4%만이 내진설계가 되어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민안전처 자료)

버클리 주차장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의 외부 가새(기둥의 상부와 하부를 대각선으로 잇는 경사재) 보강

△이미지 출처 – 플리커/ 버클리 주차장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의 외부 가새(기둥의 상부와 하부를 대각선으로 잇는 경사재) 보강

때문에 기존 건축물을 증축하거나 용도변경 등을 할 경우에는 절반 이상의 건축물들이 내진보강을 해야 한다.

기존 건물의 3가지 내진성능 향상법

  • 새로운 내진 요소 부재를 만들고 설계 강도를 크게 한다.
  • 보강으로 기존부재의 인성을 향상시켜, 인성이 열악한 내진 요소부재를 제거한다.
  • 불필요한 부위를 없애, 건물 중량을 경감한다.
버트레스: 외벽면에서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벽체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부벽 △ 내진보강공법의 종류

△ 내진보강공법의 종류

*버트레스: 외벽면에서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벽체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부벽

좌)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내진보강용 스틸 자켓을 씌운 기둥, 우)일반기둥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좌)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내진보강용 스틸 자켓을 씌운 기둥, 우)일반기둥

 

l 쓰촨성 지진의 교훈과 철의 진화

최근 건축물들이 대형화 고층화됨에 따라 내진설계에 있어 강성과 연성을 지닌 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져, 초고장력 철근이나 내진철근 개발이 활발히 전개 중이다.

이러한 내진용 철의 진화에는 2008년 발생했던 중국 쓰촨성 대지진의 교훈이 크다. 쓰촨성 대지진은 규모에 상응하는 만큼 도시를 파괴하고 인명피해를 동반했는데,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직도 지진에 대비하고 있지 않는가? 혹은 좀 더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은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타이페이 101  92층과 87층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동조질량댐퍼(Tuned mass damper)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타이페이 101 92층과 87층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동조질량댐퍼(Tuned mass damper)

고층부의 흔들림을 제어하는 타이페이 101의 동조질량댐퍼 강철공(댐퍼)은 타이페이 101의 최대 진동치를 1/3 이상 줄여주며, 직경 5.5 m, 중량 660톤으로 세계 최대이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고층부의 흔들림을 제어하는 타이페이 101의 동조질량댐퍼 강철공(댐퍼)은 타이페이 101의 최대 진동치를 1/3 이상 줄여주며, 직경 5.5 m, 중량 660톤으로 세계 최대이다.

이전에는 통상적으로는 일반 구조용 압연 강재(SS · Steel Structure)나 용접 구조용 압연강재(SM · Steel Marine)를 사용하였고, 내진용으로는 내진 건축구조용 압연강재(SN · Steel New)를 많이 썼다.

그러나 쓰촨성 대지진 이후 잇따라 발생한 지진으로 고층 건물의 내진설계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내진성능과 용접성능이 모두 우수한 TMCP강이나 초고층 건축물에 적합한 HSA강 등의 진화된 내진강재가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HSA800은 기존 건축구조용 강재보다 최소인장강도가 40% 높고 중량은 30% 가벼워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을 이기는 철,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건축물 잠깐 상식!> 

 

지진볼트, 건축물 장식이 아니라 내진보강재?

1886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톤 지역의 지진 이후 이 지역에서는 지진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에 포스트텐션 방식의 지진볼트를 적용했다고 합니다.

 

지진 볼트(earthquake bolts)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 지진 볼트(earthquake bolts)

* 포스코리포트는 해당 분야 전문가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포스코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이재인.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 서울시 공공건축가(MA&MP), 주요저서:'건축 속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르 코르뷔지에 건축가의 길을 말해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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