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이 시점에, 여성 리더 육성에 꾸준히 앞장서 온 포스코에서 최근 3인의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 바로 최은주 상무이사, 유선희 상무, 양호영 상무보가 주인공인데요. Hello, 포스코가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 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3인의 여성임원으로부터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 )
오늘 첫 번째로 만나 뵐 분은 포스코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임원 1호 최은주 포스코A&C 상무이사인데요. 따뜻한 인간미와 뜨거운 열정이 동시에 느껴졌던 그녀와의 인터뷰, 지금부터 함께 보실까요?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계기부터 들려주세요~
여성 공채 입사 광고를 보는 순간 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1990년 여성공채 입사 신문 광고를 보여주시며) 여기 보면 ‘기획 재무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죠?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카피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당시에 철강업계에서 여성직원을 뽑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고, 굉장히 신선한 일이었습니다.
이 광고가 모든 중앙지 1면에 났었는데 이 광고를 보는 순간 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 철강업계에서 여성 인재를 뽑는다는 말에 이상하게 가슴이 뛰더라고요. 당시 저는 은행에 먼저 합격을 해서 연수를 받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이 광고를 보고 그 길로 포스코에 지원해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철강업계에서 여성을 뽑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 공채 시험을 본 날 9시 뉴스에 나오기도 했었죠.
입사 후 처음에는 어떤 업무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결국 일의 의미라는 것은자기가 그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사 후 9년 동안 광양 제철소에서 원가, 재무분석, 기획 업무를 했어요. 광양에서 8년 반동안 재무 담당 일을 했고, 일년 반 동안 교육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그룹사 관련 기획과 투자 업무를 하게 되었죠. 이번에 그룹사로 나가게 되면 제철소, 서울, 그룹사에서 모두 일을 해본 셈이 되네요 ^^
당시 재무 기획파트에 대졸 여직원은 처음이어서 남자 직원들이 여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까 여자 남자 이런 구분보다는 동료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서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원가 일이 숫자를 계산하고 결산하는 것이다 보니 이런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일의 의미라는 것은 자기가 그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들어오는 후배들은 멋있어 보이는 일만 하려 하고 고생스러운 일은 마다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젊었을 때 제철소에 다녀 오지 않으면 언제 다녀오겠어요~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하는 것이 좋은 듯 합니다 ^^
포스코에서는 감사나눔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감사할만한 일은?
자기가 자기 몫을 잘 해야지 엄마가 회사 생활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어요.
그 동안 저와 일했던 동료, 선배, 후배 모두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여자가 오랫동안 한 기업에 다니는 것에 어려운 점이 많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일단 저는 성격이 낙천적인 편입니다. 어떤 일을 주어지더라도 ‘하면 되지. 시간이 부족하면 저녁에 남아서 하면 되지 뭐. 더 부족하면 주말에 좀 나와서 하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주위 사람들하고도 잘 지내는 편이라, 같이 일해도 동료들은 제가 여자라는 느낌보다는 부담 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고 해요. 농담으로 중성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었죠 ^^
예전에 육아 문제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아는 분에게 아이를 맡겼었는데, 아이들이 아프거나 할 때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항상 옆에 있어주지 못해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고 나니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아이들도 자기가 자기 몫을 잘 해야지 엄마가 회사 생활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어요. 엄마로서 모자란 부분들을 아이들이 잘 이해해줘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남성인재에 비해 ‘이런 점이 여성의 장점이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여성의 경우 포용력과 배려, 소통과 들어주는 것이 강점인 듯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거기서 답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토요토미 히데요시 책을 보면,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많더라고요. 일화로 주인이 차를 달라고 했을 때는 처음에는 주인이 목이 마를테니까 미지근한 차를 주고, 두 번 째 차를 줄 때는 차 맛을 느껴보시라고 차를 진하게 주었다는 얘기가 있죠.
일단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큰 장점인데, 특히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우니까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이 더 잘되는 점이 있죠. 남녀의 장점을 잘 조합하면 더 좋은 대안이 나오는 것처럼, 남녀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조직이 훨씬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자신만의 소통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남자들과도 상생하는 법을 같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입사하는 여직원들을 보면 모두 능력이 출중합니다. 다들 전문분야가 있거나 흔히 말하는 ‘스펙’도 좋고요. 그런데 저에게 와서 상담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멀리 보지 못하고 단기간에 승부를 걸려고 하더라고요.
조직은 마라톤과 같아서 1~2년이 아니라 20~30년을 다녀야 하는 직장인데, 여직원들은 좀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남자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조직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기다릴 줄도 알고 천천히 가는 법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여직원들은 본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더 빨리 인정받고 싶어하고 빨리 승부를 내고 싶어하는 느낌이 들어요. 본인이 자기 그룹이나 팀에서 일을 열심히 잘 하고 있는데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고들 하죠.
하지만 모든 것을 장기적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남자들과도 상생하는 법을 같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남자들은 경쟁에서 이길 상대가 아니라 나와 같이 가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나와 같이 힘을 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죠. 남자보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옆의 동료가 힘들면 내가 먼저 해주겠다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해요.
그룹사 업무를 할 때 나는 남들이 내게 부탁하는 일은 내 일보다 먼저 해주었어요. 당시 제 별명이 그룹사 헬프였죠. 그룹사에서 모두 저에게 전화를 걸어 요청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정보들이 내게로 모이게 되고 결국 자연스럽게 소통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일부 여직원들을 보면 보통 자기 일을 먼저하고 남의 일은 다음에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본인 일을 할 때 별로 도와주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공채 출신 여성 첫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안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그룹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생각하니 신입사원이 된 것처럼 설렙니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부담이었죠. 하지만 도전은 항상 절 설레게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 포스코가 아닌 그룹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셈인데요. 지금까지 했던 일은 포스코에서 했었던 일을 바탕으로 열심히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룹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생각하니 신입사원이 된 것처럼 설렙니다.<
특히 후배들의 눈망울이 생각나네요. 저 간다고 울어주는 후배들도 있었고, ‘선배님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 또 보여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후배들의 말이 저에게는 채찍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도전에 열심히 임해서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나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포스코 전략기획을 담당하면서 포스코 그룹 간의 시너지를 내는 일을 제가 첫 번째 주자로 진행했습니다. 예전에는 각각의 그룹사를 최적화하는 것이 제 1 목표였는데, 이제는 전 그룹사를 위한 최적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보고서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패밀리 경영’이라는 회장님 경영 방침에 따르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고안해내는 것이 예전에 비해 굉장히 자연스러워졌어요. 요즘은 포스코 건설에서 수주를 따면 포스코에너지와도 갈 수 있고, 대우인터내셔널와 함께 갈 수 있고, 포스코A&C와도 할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생각의 틀을 조금씩 넓혀 그룹 전체가 공생하면서 발전하는 기반을 다져뒀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소통 공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우리는 모든 소통을 말로 했었는데, 요즘 직원들은 온라인 공간에 글로 쓰는 것을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온라인 소통 공간은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 될 것 같습니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문화가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사회인으로서, 또는 포스코 패밀리로서 꼭 갖춰야 할 자질과 마인드가 있다면?
아까 말한 것처럼 ‘배려’인 것 같아요. 자기가 지금까지 배웠던 것은 나눠 주고, 상대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이런 덕목은 포스코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내가 배려 받은 만큼 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들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려와 소통, 나눔을 강조해 더욱 인간미가 느껴졌던 최은주 상무이사와의 인터뷰, 재미있게 보셨나요? ^^ Hello, 포스코가 만난 여성 임원 3인의 인터뷰~ 다음시간에는 유선희 상무보와의 인터뷰 내용이 소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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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여성임원 3인을 만나다- 유선희 상무 편 |
포스코 여성임원 3인을 만나다- 양호영 상무보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