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는 바로 리튬입니다. 한때는 너무 위험해 사용할 수 없었던 리튬이 이제는 가장 강력한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김범준 교수, 이승국, 김상욱 교수와 함께 리튬의 탄생부터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리, 그리고 리튬 자원 확보가 국가 경쟁력이 되는 이유까지 쉽고 재미있게 알아보겠습니다!


전자기기나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을 구매하면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한 뒤 다시 완전히 충전해야 수명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현재도 이러한 방법이 효과적일까요?
휴대폰 제조사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배터리 충전 시 반드시 80%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100% 충전이 배터리에 좋지 않다는 인식은 배터리가 100%에서 99.9%로 떨어질 때마다 다시 충전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실제 기기는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배터리가 100% 충전된 이후에는 외부 전력이 배터리를 거쳐 휴대폰 소자를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우회해 기기를 작동시키는 바이패스 방식으로 전환됩니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배터리를 100%까지 충전해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사실 니켈 배터리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배터리를 30% 정도 사용한 뒤 충전하면, 배터리가 30%를 0%로 인식하는 ‘메모리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널리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데요. 이 같은 뛰어난 특성으로 오늘날 가장 강력한 배터리 소재로 자리 잡은 리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류가 흐른다는 것은 전자가 이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원자의 중심에는 양전하를 띤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에는 음전하를 띤 전자가 존재하는데 원자가 전자를 내놓으면 전자의 이동이 발생하면서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때 원자가 전자를 얼마나 잘 내놓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금속의 이온화 경향’입니다. 아마 학창 시절에 칼륨, 칼슘, 나트륨처럼 전자를 쉽게 내놓는 원소들을 순서대로 외웠던 기억이 있으실 텐데요. 많은 분께서 칼륨이 가장 전자를 잘 내놓는 원소라고 기억하시지만, 실제로는 리튬이 가장 높은 이온화 경향을 보입니다. 과거에는 리튬이 실제 배터리에 널리 사용되지 않았고 반응성이 매우 강해 위험했기 때문에 교육 과정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것이죠.

리튬은 전자를 매우 쉽게 내놓기 때문에 배터리의 소재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다만 안정성이 낮고 폭발 위험이 있어 이를 안전하게 제어하기 전까지는 실용화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리튬을 배터리에 활용하고자 했던 많은 과학자의 연구가 이어졌고, 마침내 리튬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될 수 있었습니다.


배터리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체감상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가 1991년 처음 상용화된 이후 에너지 효율은 약 세 배 향상되었고,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다만 컴퓨터 CPU의 처리 속도나 반도체 메모리의 집적도가 수만 배까지 발전한 것과 비교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효율 향상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입니다.
이는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데에 물리학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CPU나 반도체 기술은 구조와 설계를 개선할 여지가 많지만, 배터리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는 원자가 가진 근본적인 특성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인데요. 현재 리튬은 배터리 소재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원소 중 하나이지만, 리튬보다 더 뛰어난 특성을 가진 원소를 찾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공학적 개선만으로는 물리학이 정해 놓은 근본적인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약 30년에 걸쳐 배터리 효율이 세 배 향상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놀라운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튬보다 더 뛰어난 새로운 원소가 발견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주기율표에는 현재까지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원소가 정리되어 있는데, 리튬보다 이온화 경향이 높은 원소는 없습니다. 때문에 현재보다 더 적합한 원소가 새롭게 발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튬은 19세기 초 스웨덴의 한 광산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광물 형태였기 때문에 그리스어 ‘리토스(Lithos)’, ‘암석’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는데요. 초기에는 리튬을 유리와 윤활유 등에 첨가해 제품의 특성을 개선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전지에 리튬을 사용하는 방법은 1970년대에 제안되었지만, 폭발 위험 때문에 곧바로 상용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일본의 과학자 요시노 아키라(吉野 彰)가 탄소를 활용한 음극재를 개발하면서 리튬 배터리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관련 연구에 기여한 과학자들은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리튬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지질학적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남미에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가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산에 있는 광물들이 빗물에 씻겨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그곳에는 얕은 호수가 형성됩니다. 이후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 물이 증발하면 광물과 염류가 호수 바닥에 남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오랜 기간 반복되면 리튬과 소금 등 다양한 염류가 점차 농축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남미의 소금 사막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리튬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암석에 포함된 리튬의 양이 매우 적어 경제성이 낮습니다. 리튬이 채굴 가능한 수준으로 농축되기 위해서는 화산 활동과 같은 특별한 지질학적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리튬은 지구 곳곳에 존재하지만 경제적으로 추출할 수 있을 만큼 고농도로 매장된 지역은 많지 않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고원에 있는 리튬 염호인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기반으로 리튬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소금호수에 녹아 있는 리튬은 어떤 과정을 거쳐 추출되고 있을까요?
리튬을 추출하는 방법은 크게 광석에서 얻는 방식과 염호에서 얻는 방식으로 나뉩니다. 광석 방식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리튬을 추출할 수 있지만, 채굴과 정제 과정에 큰 비용이 소요됩니다. 반면 염호 방식은 리튬이 녹아 있는 염수를 끌어올려 증발시킨 뒤, 여러 화학적 처리 과정을 거쳐 리튬을 분리합니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염호와 광석 중 어떤 방식으로 리튬을 추출하는 것이 더 적합할까요? 정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소요 시간과 생산 비용, 수율, 환경 영향, 원료 공급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여건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염호 방식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지만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광석 방식은 비교적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대신 채굴·운송·정제 비용이 높을 수 있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해 염호와 광석을 모두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리튬 염수를 활용해 생산하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필바라미네랄스와 협력해 필강구라(Pilgangoora) 광산의 리튬 광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주 서부의 워지나(Wodgina)와 마운트마리온(Mt Marion) 광산에 대한 투자도 추진하며 광산 단계의 원료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염호와 광산 각각의 생산 비용과 효율성, 시장 상황을 비교해 경쟁력 있는 방식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전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고, 반도체 역시 여러 형태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자는 다른 원자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리튬 원자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은 다른 원소로 완전히 대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에 특정 원소가 필요하다면 해당 자원과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리튬과 같은 핵심 광물의 확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습니다.

각국과 기업들은 리튬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를 효율적으로 추출·정제하고 배터리 소재로 연결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리튬 광산에서 원료를 확보하고, 이를 국내에서 수산화 리튬으로 생산하는 등 원료 확보부터 소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리튬과 같은 핵심 원소와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갖추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