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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대담] 1편. 트럼프 행정부와 K-철강, 그 돌파구는?

대담한 대담

[대담한 대담] 1편. 트럼프 행정부와 K-철강, 그 돌파구는?

2025/04/21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와 산업계 변화 속에서 철강·에너지소재·인프라 등 주요 산업에 대한 현안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진단해본다. 현재 가장 뜨겁고 중요한 이슈를 짚어보고, 분야별 전문가와의 심층 대담을 통해 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보자. 첫 번째 대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국 철강산업이 직면한 상황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뉴스 모아보기 신문형식 디자인 "253개 제품 예외 없이 25%... 시작된 트럼프 '철강 관세', 트럼프 25% 관세폭탄에... 철강업계 비상 "美 공장 투자 서두를 것", 중견련 회장 "트럼프 철강 쿼터제 폐지... 민관협력 절실", 한국판 '러스트벨트' 우려... 트럼프 관세, 국내 업계 직격타
올해 들어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국제정세의 변화로 여러 산업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둔화되면 글로벌 철강 수요의 부진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철강 수요는 이미 2021년부터 역성장을 해왔는데, 올해도 감소한다면 과거 유례가 없는 5년 연속 역성장이다. 2차 오일쇼크 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으로, 한국 철강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방향 설정이 절실한 때이다. 톰슨로이터 선정 아시아 철강·금속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 수상자이자 2024년 철강·비철금속 부문 애널리스트 TOP10에 이름을 올린 박현욱 애널리스트와 최근 이슈를 살펴보고, 심층 대담을 통해 철강산업의 미래를 분석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규제로 한국 철강 산업이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는 한국 철강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한국 철강산업 입장에서 크나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언뜻보아 미국의 관세부과는 2024년 연간 철강 수출량이 1억 1,100만 톤으로 2015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철강 생산량 대비 수출 비중이 9%(2023년 기준)에 불과하며, 미국 전체 수입량에서도 중국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1.76%(2024년 2월 기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처럼 철강 생산량의 40% 이상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아 더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연간 263만 톤의 철강 수출 쿼터를 부여 받아 관세 없이 수출해왔습니다. 그러나 새로 부과되는 25%의 관세를 감내해야 할 경우, 한국에게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됩니다. 또한, 미국의 관세 부과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2차 철강제품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2차 제품의 수출 감소는 국내 철강재 수요 감소로 이어져, 철강 내수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 미국 철강 세이프가드(2002년)와 트럼프 1기의 232조(2018년)가 발동됐을 때의 철강 시장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관세 발표 직후 미국 시장 가격은 단기간 급등했으나, 4~5개월 후에는 약세로 전환됐습니다. 이는 미국 철강사들이 가동률을 높여 공급량을 늘린 것과 더불어, 관세 조치 이후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미국의 소비 위축과 수요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한국 철강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가 한국 철강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트럼프 1기 이후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크게 감소했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이 증가했고 남미와 중동 등으로의 수출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로 특히 2024년에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각 국가들의 덤핑방지관세 건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자국의 철강 감산과 구조조정을 언급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대상 국가들과 무역분쟁을 줄이려는 맥락에서 나온 발표라고 생각이 됩니다. 중국의 철강 수출 감소나 공급과잉 축소가 현실화 된다면 이는 한국 철강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를 활용해 국내 철강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한국이 중국산 철강재의 우회 수출 기지라는 오명을 먼저 벗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철강 생산의 초기 단계인 조강 생산부터 원산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중국산 철강의 미국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국은 중국산 철강재 수입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들은 이를 고려한 공급망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규정 강화에 대응하여 국내 철강재에 대해서도 조강국 기준 도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3월 19일에 수입 철강재에 대한 원산지 증명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됩니다. 현재 한국은 중국산 소재를 활용한 철강제품의 수출 승인을 제한하여 미국으로의 우회 수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철강 원산지 증명을 의무화하고, 수입 철강 제품의 ‘우회 덤핑’ 방지 제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덤핑 수출을 경계하며, 중국산 소재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미국에 우회 수출을 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국내 철강업계에 필요한 대응전략은 무엇일까요?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서 시작된 위기는 한국 철강산업에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선 산업 차원에서 한국도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서 무역장벽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덤핑방지관세를 잠정적으로 부과하고, 수입산 열연강판에 대해서 조사를 하기로 한 부분은 긍정적입니다. 수입산 점유율이 높은 특수강, 선재 그리고 냉연강판류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철강기업들은 단순한 소재 공급을 넘어 첨단 기술과 결합한 철강 제품을 선보이며 진화해야 합니다. 기존의 니즈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고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전환해 경쟁력 회복에 나서는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 기업차원에서 그린필드(해외 현지 신규투자), 인수합병, 상공정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들자면 첫째, 한국 철강산업은 수요가 이미 정체기에 진입했고, 수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 생산하여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해외 시장 확대에 점점 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2030년 이후 수소환원제철이 고로를 대체해가면서 주류가 될 텐데 수소환원제철의 원가를 결정하는 요소가 수소가격과 재생에너지가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그린수소 생산비용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수소를 해외에서 가져올 수 있고 재생에너지를 원자력 등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즉,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철강을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은 경쟁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수요가 성장하거나 수소환원제철에서 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역으로 진출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향후 수소환원제철이 주류가 될 것임을 고려한다면 수소와 전력 등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지역으로의 진출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국가 중에서 철강 가격이 가장 높고 향후 수소 비용과 재생에너지 전력비에서 경쟁 우위가 있는 미국도 유력한 후보지가 될 수 있겠죠. 미국은 다양한 기후 조건을 보유해 재생 에너지 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중서부 지역의 경우 풍력 자원이 풍부하고, 남서부의 경우 태양광 자원이 우수합니다. 또한 광활한 지리적 면적으로 대규모 설비가 가능해 규모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식 체크 그린필드 : 그린필드 투자는 FDI의 일종으로, 이미 세워진 기업이나 사업을 흡수하는 M&A와 달리 현지에 자회사를 세워 공장이나 사업장을 건설하는 등 처음부터 사업을 구축하는 투자 형태를 의미한다.

미국 관세 부과로 정부의 대미 협상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철강업과 관련해서도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해보이는데요.

장기간 철강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철강경기 사이클 자체가 많이 희미해졌습니다. 철강은 기초 소재이고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기에, 글로벌 무역 장벽이 점점 더 강화될 것입니다. 통상 문제는 개별 기업과 산업차원에서 해결하기가 어려운 만큼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상황은 어떨까요? 산업부는 지난달 발족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전담반’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의 미 제조업 부흥을 위한 기여방안 논리를 만들어 대응한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올해 상반기 중 미 정부,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등을 대상으로 한국산 철강 인식 제고를 위한 대외협력 활동을 전개하고, 공급망 연계 및 수급 부족 품목의 경우 쿼터 확대와 운영상 유연화 필요성을 설득한다는 계획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한국 철강산업의 주요 경쟁국들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요?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은 기존의 정부 개입 최소화와 시장 주도 기조를 버리고, 자국 중심의 산업정책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자국 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 촉진, 탈탄소화, 그리고 반도체와 전기차(EV) 등 미래 핵심 산업의 주도권 확보에 집중하며 산업계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선진국들은 개도국에서 주로 사용하던 보조금 정책을 산업정책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과 EU는 중국 등 신흥국의 철강산업 보조금이 글로벌 공급과잉을 초래한다고 비판하며 수입규제를 시행했지만, 이제는 제조업 탈탄소화를 명분으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저탄소 철강제품과 핵심산업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 주도권을 쥐기 위함입니다. 또한, 철강 산업은 중요 산업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인프라에 기반이 되는 기간산업으로, 이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이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철강산업을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저가 수입산에 대해 덤핑방지관세 등 무역 장벽 강화로,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 상공정 진출로 대응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아가 정부는 향후 글로벌 철강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수소환원제철의 경쟁력과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2025년, 한국 철강업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을 통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구조조정과 신규 투자를 통해 사업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책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며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현우 애널리스트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및 경영대학원 수료 후 2001년부터 25년째 증권회사 철강 금속 업종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매경 이코노미, 한경 비즈니스 등 미디어 폴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바 있고 톰슨로이터 선정 아시아 메탈/마이닝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를 수상한 바 있다. 머니투데이 MTN 채널, 모빌리티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는 M트렌드 등에 출연했다. 현재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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