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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주간지 편집장에서 제주올레 이사장이 된 그녀! 길 내는 여자, 서명숙 이사장을 만나다

시사 주간지 편집장에서 제주올레 이사장이 된 그녀! 길 내는 여자, 서명숙 이사장을 만나다

2014/11/05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 제주도!

제주도 하면 ‘올레길’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지금은 우리에게너무나도 친숙한제주도 대표관광명소, 올레길! 오늘 Hello, 포스코 블로그에서는 제주도 올레길의 창시자이자 제주도에 사람들을 위해 길을 내고, 또 자신의 꿈을 향해 길을 만들어 나가는 서명숙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천성은 게으름뱅이지만 마음이 뜨거워지면 저절로 실천이 된다고 말하는 서명숙 씨. 대한민국 여성 최초 시사 주간지 편집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제주도 올레길을 만들어내며 또 하나의 꿈을 현실로 옮긴 그녀의 이야기,지금 확인해 보세요!: )

제주, 서귀포 비바리, 그리고 문학소녀 서명숙

아름다운 올레길에서 만나 뵈니 더 반가운데요, 이곳 소개 부탁드립니다.

포스코 가족 중에 이곳에와보신 분들이라면 ‘아~ 거기’하고 알아볼 수도 있을 텐데요. 이곳은 제주올레 6코스의 종점이자 7코스의 출발점(외돌개)이 되는 곳입니다.

저는 이 근처에서 나고 자랐어요. 서귀포읍 시절, 초등학교 다니던 6년 내내 이곳으로 소풍을 왔죠. 제가 8년 전에 길을 내러 31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는데요. 그 이후로는 제가 제일 사랑하는 공간이고, 또 매일 와도 질리지 않는 곳입니다.

이제 ‘제주올레’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요. 혹시 ‘저분이 누굴까?’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본인 소개 좀 부탁드려요.

저는 서귀포 출신으로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제주도에서 보내다가 대학 때 서울로 유학을 가서 기자 생활을 25년 했습니다. 글만 쓰던 사람이었죠. 취재하고 글 쓰는 것이 제 직업이었고… 나이 쉰에 기자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제2의 직업이랄까요. ‘글 쓰는 여자’에서 ‘길 내는 여자’로 인생을 180도 바꾼 서명숙입니다.

제주출신, 서귀포 비바리 서명숙. 이사장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제주 여성하면 대표 되는 표상, 아이콘이 제주 해녀죠. 해녀 삼춘(제주의 어르신을 일컬음)들을 보면 정말 강하세요. 전 어린 시절 하나도 강하지 않았어요. 내성적이고 책 좋아하고 할 줄 아는 운동이 하나도 없어서 아이들과 어울려 고무줄놀이 한번 못해 봤죠. ‘책 보는 것이 취미다’라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심지어 초등학교 수학여행 안 갈 테니 책 사달라고 할 정도였죠.

지금은 제주가 좋아서 돌아왔지만 어린 시절에는 문명, 문화, 세련됨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영화에서 보고 책에서 본 그런 곳에 가고 싶었죠. 어머니가 식료품 가게를 오래 하셨는데 시장통에서 매일 악다구니 쓰며 싸우는 것을 보고, 또 지역사회가 좁으니까 혈연 공동체 같은 것들이 너무 싫었어요. 넓은 세상 서울에 가서 나의 개성과 꿈을 펼치고 세련된 사람들, 식자층들, 문학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유학을 가고 싶어 했었죠.

정치부 여기자, 시사지 여성 편집장그리고 인생의 한가운데, 길을 떠나다

기자로서의 삶을 선택했고, 여성 최초 시사주간지 편집장을 지내게 되는데요. 무척 치열하게 사신 것 같습니다.

기자 일이 ‘미친 듯이’재밌었어요. 밤새워 일해도 지칠 줄 몰랐고 제가 최초 여성 편집장이 된 것은 열심히 했기 때문이에요. 또 좋은 남자 동료들을 만났기 때문이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시사지에서는 여자 편집장은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동료들이 ‘우린 선배를 항상 여자가 아닌 동료, 선배로만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편집장이 됐습니다.

성공한 기자, 언론인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런데 편집장이라는 자리를 내려놓고 어느 날 훌쩍 떠나셨어요.

편집장 하면서 기자, 차장, 부장일 때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지나친 책임감과 과로가 불러온 결과이긴 하지만, 나중에는 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위가 점점 올라갈수록 많은 사람들, 고민들, 소송들이 전부 제 어깨에 걸리는 거예요. 25년을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매일 조직만 돌봤습니다. 건강, 행복, 가족 다 빼내고 일로만 모든 것을 환치했던 것이죠.

‘지금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번에 우리가 또 특종 놓쳤는데…’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 날 제 인생이 가라앉고 있었어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 날 나는 책상에서 돌연사 하거나 깊은 우울증,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이 불쌍해졌어요. 이렇게 우울하고 힘들면서 억지로 수행하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직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저를 믿고 따르는 후배들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더 이상 나를 기만하지 말자, 내가 지쳤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산티아고, 일명 순례자의 길을 떠나셨는데요. 그 길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셨다고요.

저한테 주는 훈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자신에게 ‘너는 열심히 살았다,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저한테 주는 선물이었던 것이죠. 하루 20km 6,7시간을 걸으니까 걸으면 걸을수록 기운이 나는 거예요. 몸에 근육이 생기듯 정신적 근육이 생겼죠. 많은 미움과 마음의 병, 찌꺼기를 그 길에서 많이 내려놨어요.


그 길에서 결정적인 길동무를 만났죠. 헤니라는 영국 여자였는데요. 자기 고향에 돌아가 마을에 산티아고 길처럼 자기만의 길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제주도 길을 생각했었는데, 한국의 실정상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죠.

그런데 그 친구 말이 ‘한국에 두 번 국제회의를 간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일만 하고, 건물들은 높고, 숨통이 될 녹지는 없었다며 한국이야말로 그런 길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벼락을 맞은 것 같은친구의 말을 듣고, 그 이듬해에 서울에서 보낸 31년 모든 삶을 접고 제주로 내려왔어요.’제주 올레’라는 이름 하나, 약간의 퇴직금이 담긴 통장, 그리고 서울에서 25년 기자 생활로 쌓은 네트워크가 제 모든 자산이었죠.

425km 제주 한 바퀴, 올레를 완성하다

2012년 11월 24일 제주올레가 드디어 완성이됐습니다.정말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425km 길이 다 이어져 처음 출발했던 마을로 돌아오는 대장정이 끝이 났죠. 마지막 코스를 보러 온 단골 올레꾼들이 거의 2천 명 가까이 모여 개장을 했는데 ‘5년 4개월 만에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났구나, 드디어 우리가 제주도 한 바퀴를 다 이었구나’, ‘정말 처음에는 꿈으로만 갖고 있었는데, 살아서 제 꿈이 실현되는 걸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올레길을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재정적인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조직 유지만큼은 독립적으로 해야 우리의 철학, 문화를 지키며 소신껏 길을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정적 어려움은 늘 노출돼있죠. 올레 사무국, 후원회원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들도 통장 잔고가 바닥날 무렵 상금을 가끔 받습니다. : ) 무엇보다 올레길의 문화가 지켜지길 바라면서 십시일반 도와주는 분들이 큰 힘이 돼요. 인터뷰를 보시는 여러분들도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하하.

제주 올레길이 제주도에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자기 자랑 같지만, 제주 올레길이 제주도 200개의 마을을 지납니다. 처음 올레길 코스를 설계할 때 ‘반드시 마을에서 시작해서 마을에서 끝나고 반드시 중간에 경유할 수 있는 마을은 되도록 다 경유한다’는 원칙을 정했어요. 왜냐하면 마을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고, 또 대자연만큼 사람을 만나는 것은 무척 반갑잖아요. 마을 사람들만 이용하는 작은 음식점도 살릴 수 있고요.

제주올레가 생겨서 제일 크게 덕을 본 곳은 재래시장이에요. 지금의 ‘매일 올레시장’은 시장 특화를 위해 4년 전 이름을 바꾼 것인데요. 1,500개가 넘는 전국 재래시장 중 중소기업청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했습니다. 2년 연속 환경개선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더 예뻐지고 깨끗해졌죠. 주민들이 떠난 시장을 여행자들이 와서 자리를 채워줬습니다. 이제 관광 필수 코스가 됐죠.

전국 방방곡곡 둘레길 등 길이 많이 생겼어요. 벤치마킹을 해가는 곳이 많아요.

곳곳에 생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너무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을 위해 한다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 상품으로 만들다 보니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입해요.

“길은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거든요. 시간과 정성을 갖고 걷는 사람이

가장 걷기 좋은, 좁고 꼬불꼬불하고 가장 자연이 살아있는 그런 루트를 찾아내야죠.”

조성만 돈 들여 해두고 사람 안 오면 방치하고 실적, 전시성으로 길을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절실하지 않으니까..아닐까요?” 가슴이 뛰고, 뜨거워지는 행복을 찾는 법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요.

절실하지 않으니까, 맘이 뜨겁지 않으니까 못 옮긴다 생각합니다. ‘한번 해볼까’ 하는 것은 당연히 작심삼일이 되죠. 전 길 찾으러 다닐 때 너무 재밌었어요. 2007년 당시 사진 속 제 표정을 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아우라가 느껴져요. 세상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기쁨, 돈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어요. 그것이 가슴이 뛰는 일이냐 아니냐는 것이에요.

저는많은 분들이직장에서도 가슴 뛰는 프로젝트, 새로운 제안들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좋아서 매달려야 성과도 나지 않을까요? 그런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길을 걷는 거예요.

Hello, 포스코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위해 제주 올레 코스를 추천해주세요.: )

가을은 제주도의 억새가 좋아요! 귤이 거의 다 익어갈 무렵이고요.제주올레 걷기축제도 11월 6, 7, 8일에 열립니다. 가장 날씨가 안정적이고, 또 축제 때는 여러 문화공연을 길에서 볼 수 있으니 굉장한 좋아요! 또 마을 부녀회의 토속 음식 몸국, 고기국수 등을 드셔볼 수 있는 기회도 있고요.

축제에 맞춰 오시지 못하는 분들은 3코스 ‘통오름’을 추천해요. 통오름에서 내려가면 제주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김영갑의 두모악 갤러리가 있어요. 가을에 미혼남녀 직원들께서는 마음에 둔 상대와 그 길에 와서 프러포즈를 한다면 이어질 확률이 높아질 거예요.

가족 여행으로 오시는 분들은 제주올레 5,6코스가 좋을 것 같아요.난이도가 비교적 낮으면서도 아름다운 해안을 지나는 길이라 가족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기에 좋죠! : )

‘2014 제주올레 걷기축제’ 관련 상세 정보

올해로 5회째 맞이하는 제주올레 걷기축제! 제주올레 걷기축제에서는 하루 한 코스씩 올레길을 걸으며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제주 전통문화 체험, 지역 먹거리 등을 즐길 수 있는데요. 매년 다른 코스의 올레길을 따라 축제가 진행되는데, 올해는 제주올레 17코스, 18코스, 19코스에서 총 3일 동안 열립니다. 현장 접수로도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니, 축제의 장에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참여해보시길!

  • 날짜 및 장소
    11월 6일(목) -제주올레 17코스

    – 제주관광대학교 운동장 ~ 탑동 해변공연장 (19.2km, 6~7시간)
    –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긴 외도 월대와 내도알작지해안, 이호테우해변 등
    11월 7일(금) -제주올레 18코스
    – 탑동 해변공연장 ~ 조천만세동산 (18.2km, 6~7시간)
    – 사라봉, 별도봉의 두 오름과 아픈 역사를 지닌 곤을동 4.3 유적지 등
    11월 8일(토) – 제주올레 19코스
    – 조천만세동산 ~ 김녕서포구 (18.6km, 6~7시간)
    –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함덕서우봉해변과 동복리 곶자와 올레 등
  • 홈페이지 :www.jejuolle.org
  • 연락처 : 064.762.2190 / festival@jejuolle.org
  • 참가비 : 현장접수(매일 선착순 100명) 개인 25,000원 / 단체 20,000원

앞으로 또어떤 꿈을 꾸실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 별명이 간세다리(게으름의 제주도 방언)였어요. 계획을 세워도 하루도 실천을 못하는 사람인데요.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이 있으면 마음먹지 않아도 실천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 꿈이 하나는 기자가 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길을 내는 것이었죠.

이 길을 지역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는 길로 만들고 싶어요. 늘 마을에 대한 부채감이 있기 때문이죠. 마을 분들, 할아버지 할머니들 아주머니들의 인정이 올레길을 명품길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여행에서 잊지 못하는 것은 풍광보다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 )

제주올레가 잘 정착이 되면 후배들에게 맡기고, 가파도(제주올레 10-1코스)에서 조그마한 1인 레스토랑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제주올레는 제주 곳곳에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 희망이 퍼져나갔습니다. 이 희망은제주를 찾고, 올레를 걷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제주여자, 서명숙 이사장을 만나보았는데요. 그녀의 열정적인 삶과 따뜻함이담겨있는 제주도 올레길처럼여러분도 오늘부터 자신만의 가슴 뛰는 길을 만들어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명숙 이사장의, 그리고 여러분의삶이 더욱 열정적이고 따뜻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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