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브레인들이 신성한(?)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오빤 강남스타일!”을 외치며 말춤을 추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11월 27일,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 재미있는 영상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이제는 ‘월드스타’란 말이 너무 당연하게 어울리는 가수 싸이(Psy)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영상인데요. 이틀 만에 무려 1만 건의 조회를 달성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한 번 보시고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
‘세계적 수준의 이공계 중심 대학’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왠지 문턱이 높아 보였던 포스텍 교수님과 학생들이 다 같이 참여해 만든 ‘포스텍 (POSTECH) Style’입니다. 두꺼운 안경을 걸치고 연구실에서 책과 실험기기에 파묻혀 살 것만 같던 학생들이 저렇게 춤을 잘 추다니 이상하다고요? 몰래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도 섭외해서 끼워 넣은 건 아닐까요?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저런 학생이 있었나?’ 싶어서 몇 번을 돌려봤을 정도랍니다^^; 일단, 모두 포스텍 교수님과 학생들인 것으로 판명 완료되었고요. 근데, 이 포스텍 스타일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이 영상을 처음 기획하고 직접 출연까지 하여 고난도 ‘말춤’을 선보이신 서의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볼까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이미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자리 잡은 포스텍 이미지와 맞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 패러디 영상이 세계 사람들에게 포스텍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포스텍의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교수님의 기발한 전략이었던 것이죠. 이런 교수님의 전략과 재기 발랄한 학생의 기획이 만나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포스텍 스타일이었던 겁니다. 이런 열정적인 기획에 교수님들도 선뜻 쌈짓돈을 내미셨다고 하는데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의 플래시몹(Flashmob, 순간적으로 모여 단체로 춤을 추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영상을 위해 따로 동영상을 보며 춤 연습까지 하셨다니, 주변에서 정말 수상하게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중간마다 깜짝 출연했던 친구들은 포스텍의 동아리 학생들입니다. 체육관에서 농구복을 입고 등장한 학생들은 농구 동아리 포바(POBBA) 학생들이고요. 인조 잔디 구장에서 멋진 골 실력을 보여준 포스텍 축구대표, 카이저(KAISER) 학생들과 멋진 세리모니를 선사한 치어로(Cheero) 응원단, 이외에도 테니스동아리인 패싱(PASSING)과 클래식 동아리 한울림 학생들이 수고해주셨습니다.
누구보다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댄스동아리 Ctrl-D로, 영상 속 모든 안무를 지휘하며 중간 중간 멋진 브레이크댄스를 선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을 잘 살펴보면요. 지금까지 왠지 멀게만 느껴졌던 포스텍의 흥미로운 모습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답니다.
우선 영상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생명공학연구센터. 이곳은 지난 2000년, 포스텍 생명공학 분야의 우수한 연구인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 산업은 물론, 인류 사회의 복지 증진을 위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바이오 엔지니어링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암이나 패혈증과 같은 난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한다고 생각하시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우실 것 같아요.
도입부에서 나온 연못은 포항에 계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실만한 포스텍의 명소 중 하나인 ‘지곡연못’이랍니다. 봄이면 벚꽃을 비롯해 화려한 봄꽃들이 가득해 꽃놀이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죠.
‘포스텍 현아(?)’가 등장하며 싸이를 유혹했던 곳은 포스텍의 도서관인 청암학술정보관입니다. 2003년 완공된 해에 건축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으며, 커다란 규모에도 많은 사서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디지털화된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포항의 명소로 굳게 자리 잡은 포스코 국제관의 모습도 보실 수 있는데요. 포스텍이 큰 규모의 국제학술대회도 자체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컨벤션센터입니다. 이 컨벤션센터가 지어진 직후, 작은 규모의 학술대회는 물론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모이는 학술대회가 끊임없이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 컨벤션센터 내에는 포스텍의 외국인 구성원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는 외국인 통합지원센터, ISSS(International Student and Scholar Services)가 위치하고 있기도 합니다.
싸이의 그림을 패러디한 거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모습도 영상에 담겨 있는데요. 바로 포스텍의 교사 지역과 기숙사 지역을 연결해주는 78계단입니다. 78개의 계단으로 되어있어 운동량이 부족한 학생들의 건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는 이 계단은 사실, 대형 공지로도 활용됩니다. 포스텍과 카이스트의 전통적인 라이벌전인 ‘포카전’이나 축제 같은 행사 공지를 올리기도 하지만, 제대로 신청만 한다면 학생들이 이 공지를 이용해 프로포즈를 하는 사적(?)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별도 프로그램까지 만들었을 정도로 이 공간은 디지털 세대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만든 이 패러디 영상은 앞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어 포스텍을 진정한 월드 스타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짝 품어봅니다. 자, 모두 함께 외쳐 볼까요?
우리는 포스텍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