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에너진(ENERGYN)과 함께 수소 전문 철강인 ‘그린어블 에이치투(이하: Greenable H2)’로 수소 충전 인프라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를 국산화했다.
수소저장용기는 압축된 수소 가스를 고압으로 저장하는 제품으로 수소충전소에 사용된다. 그 간 우리나라는 수소저장용기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이번 포스코와 에너진의 공동개발로 국산화 및 관련 시장의 성장성이 기대된다.
에너진은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와 관련한 국내외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수소충전소에 필요한 핵심설비 및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 뉴스룸에서는 에너진을 방문해 경영진 및 기술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코와 함께 ‘수소저장용기’를 함께 개발한 과정, 에너진의 기술력 그리고 에너진의 미래 비전에 대해 취재했다.
■ 수소저장용기 수입 제품이 국내시장 독점… 국산화 절실
지난 2019년 정부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하고자 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수소충전소를 중심으로 하는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수소충전소의 핵심 구성품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는 미국의 FIBA사 제품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수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국산화가 절실했다. 이에 포스코는 에너진과 함께 수소저장용기의 소재부터 제품까지 100% 국산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다.
■ 포스코 수소전문 철강 ‘Greenable H2’ 수소저장용기 국산화의 시발점
에너진이 수소저장용기 개발을 위해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철강소재였다. 에너진 황인기 부사장은 “국내에서는 소재를 생산하는 철강사가 없어, 이탈리아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검토해 보았지만 제품을 받기까지만 1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물류비용 등 경제성 측면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했다”며, “포스코가 새로 론칭한 ‘Greenable H2’로 수소저장용기용 소재를 개발 및 공급해 주겠다고 한 덕분에 수소저장용기의 국산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먼저 에너진이 설계한 수소저장용기에 적용코자 하는 철강소재에 대한 니즈를 파악했다. 해당 용기는 고압의 압축된 가스를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이었고, 미국기계학회 (ASME : 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 수소저장용기 규정을 충족시키는 두께 400mm 이상의 극후물 강재를 필요로 했다.
이에 포스코는 2018년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대 두께인 700mm 반제품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PosMC(POSCO Mega Caster)를 활용해 수소저장용기에 최적화된 ‘Greenable H2’ 철강 제품을 개발키로 했다. 이것이 수소저장용기 개발의 시발점이었다.
■ 에너진이 쌓아올린 기술력이 수소저장용기 개발 가능케 해
에너진은 풍력, 수소 등과 관련된 특허를 국내외 50여 건 이상 출원할 정도로 신재생 에너지 관련한 기술이 탄탄한 강소기업이다. 특히 에너진이 보유한 ‘초고압 제어기술’과 ‘와이어 와이딩(Wire-winding)’ 등 혁신적인 기술이 이번 수소저장용기의 개발 및 국산화를 가능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고압 제어기술’은 6000바(bar)의 초고압까지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에너진 이영철 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수소 자동차에서 700바(bar), 수소 충전소에서는 900바(bar) 정도의 고압 제어기술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에너진의 초고압 제어기술은 이보다 최소 6배 이상의 압력을 제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와이어 와인딩’은 수소저장용기의 내·외부에 강선(Steel Wire)를 적층하고 감아서 제작하는 기술로 대용량의 수소저장용기 제작에 유리하고 폭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일반적인 수소저장용기는 압력을 받을 경우 원통의 중앙부분이 볼록하게 팽창하는데, ‘와이어 와인딩’ 기술을 적용하면 감겨진 와이어에 의해 용기의 모든 부분이 균일한 압축응력하에 놓이게 되어 폭발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인 에너진이 이러한 기술 역량을 보유할 수 있기까지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다. 이 연구소장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2018년 6~7%에서 지낸 해는 14%로 두 배 이상 증가되었다. 현재 연구개발비에만 1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올해는 투자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 ‘Greenable H2’와 에너진의 기술력이 만나 마침내 세계 최대 용량의 수소저장용기 개발 및 국산화 이뤄
마침내 올 8월 포스코 ‘Greenable H2’와 에너진의 기술력이 결합되어 마침내 수소저장용기를 개발하였고, 미국기계학회(ASME : 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 및 한국가스안전공사(KGS)로부터 제품 판매를 위한 인증을 완료했다.
양사가 이번에 공동으로 개발한 수소저장용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메가 파스칼(MPa)의 압력에 견디고, 1000리터의 수소를 한 번에 저장 가능한 수소충전소용 대용량 수소 저장 탱크다.
이 연구소장은 “에너진 제품은 기존 美 FIBA社 대비 약 2배인 1000리터(896바 기준)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1기로 수소 자동차 약 10대를 충전 가능하며, 여러기를 높게 쌓아 올려 사용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 여러단으로 적중이 가능한 에너진의 수소저장용기
또한 세계 최초로 금속 실린더 외부에 강선을 감는 에너진 고유의 ‘와이어 와인딩’ 방식으로 제작되고, 포스코의 수소용 전문철강 ‘Greenable H2’를 적용해 안전성이 매우 우수하다.
이와 같이 에너진은 세계 최대 용량임에도 안전성이 우수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수소저장용기의 국산화를 실현함으로써 지난 8월 국내 최대 규모 수소산업 전시회인 ‘H2 MEET 2022’에서 ‘H2 Innovation Award’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수소저장용기를 개발 및 국산화 하기까지는 포스코그룹의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가스안전공사(KGS) 등의 도움도 컸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수소저장용기의 장시간 내구성 확보를 위한 피로 특성 연구를 수행했으며, ‘와이어 와인딩’ 기술에 적용되는 강선의 내구성 평가, 용접부 강도 개선 등의 솔루션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안전이 최우선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및 인증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 에너진, 이제는 포스코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판매 시장 개척할 것
에너진은 지난달 1일 포스코와 수소저장용기 보급 협력 업무 협약을 맺었다. 포스코가 제철소 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시 에너진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업무 협약이다.
황 부사장은 “수소충전 인프라 사업과 관련된 제품이다 보니 중소기업인 에너진에게 판매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제품개발에 이어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있어서도 포스코로부터 또 한 번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연구소장은 “포스코 소재로 제품을 인증을 받아 중국산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미국의 FIBA보다 안전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너진의 매출액은 2019년 52억, 2020년 54억, 2021년 80억으로 매년 성장 중으로, 이에 따라 공장 확장을 추진 중에 있다. 내년에 수소저장용기 80여 개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2~3년 내에 추가적인 공장 신설로 연간 200여 개의 제품을 생산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현재 1000리터인 수소저장용기 최대 용량을 1700리터까지 확대하는 것 또한 목표로 하며, 수소산업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지속 나아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