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띠의 해, 기해년(己亥年)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새해를 맞는 풍경은 나라마다 다르다. 시베리아인들은 차디찬 호수에 풍덩 뛰어들어 ‘새해 나무’를 심는가 하면, 칠레에선 공동묘지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도 있다. 한편 스페인에선 포도를 입에 한가득 물고 새해를 맞이하며 다음 한 해 동안의 안녕을 기원한다. 나라마다 모습은 달라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힘찬 새해를 맞이하고자 하는 바람은 전 세계 공통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할 수도 있지만 새해 전야에 전 세계에 방송되는 행사가 있다. 연인 또는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 1월 1일의 첫 순간인 자정을 기다리며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 포스코 뉴스룸과 함께 세계의 카운트다운 명소를 돌아보며 새해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해가 뜨는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10!호주 시드니
새해가 되면 전 세계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는 카운트다운 불꽃쇼. 그 첫 방문지는 단연 호주 시드니다. 한국보다 2시간 먼저 새해를 맞이하는 호주의 카운트다운 행사에는 매년 약 160만 명이 참여한다.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는 순간, 호주의 명소 시드니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 너머로 불꽃놀이가 하늘을 장식한다.
둥글게 굽은 아치가 옷걸이를 닮았다고 해서 ‘낡은 옷걸이(Old Coathanger)’라는 별명을 지닌 시드니 하버 브리지는 1923년에 착공을 시작해서 1932년에 처음 개통되었다. 개통 당시 하버 브리지는 아치를 가진 다리 중 그 길이가 세계 최장(最長)이었으며, 적어도 규모 면에서는 현재까지 최대 현수교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시드니 항에 있는 하버브리지는 호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자리 잡았는데 다리 건설에 쓰인 철강은 총 5만2100 톤으로 아치에 쓰인 철강만 해도 3만 9천 톤에 달한다. 하버 브리지의 폭은 49m로 초장대교량(long-span bridge) 중 세계 최대 규모의 폭을 자랑한다.
하버 브리지와 더불어 시드니를 연상케 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오페라 하우스를 디자인한 덴마크 건축가 외른 오베르그 우드손은 오렌지 조각과 마야 사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조개껍질 모양의 지붕은 무수히 연결된 각 부품을 제대로 지지하고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조정 가능한 철강 트러스(지붕교량 따위를 버티기 위해 떠받치는 구조물)를 사용했다.
┃9! 대한민국 서울
2017년 4월 3일 처음 개장한 롯데월드타워는 지난해 초고층 빌딩 중에선 세계에서 가장 먼저 카운트다운 불꽃쇼를 진행했다.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추위 속에서도 555초간 진행된 불꽃놀이와 조명쇼를 참관했다. 국내 최초로 진행된 타워 불꽃쇼는 각종 SNS 채널을 통해 라이브로 중계됐으며, 미국 CNN에서도 직접 현장 중계를 진행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초의 100층 이상 건물이며, 세계에서도 5번째에 해당하는 555미터의 높이를 자랑한다. 롯데월드타워는 철근 강화 콘크리트 코어, 철근 기둥 및 강철 바닥 스패닝으로 구성되었는데 건축에 사용된 강철의 4만 톤을 포스코가 공급했다.
깔끔하고 모던한 타워 디자인은 23차례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추진됐으나, 한국적 곡선미를 지닌 도자기와 붓 형상의 모티브가 최종 적용됐다. 건물 외벽은 2만여 장의 유리로 덮인 통유리벽 방식으로 건축되었으면서도 리히터 진도 9규모의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17~123층에 위치한 500m 높이의 서울스카이전망대의 높이는 세계 3위.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스카이데크가 유명하다.
┃8!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반도의 한파를 헤치고 따뜻한 동남아로 이동해보자. 다음 장소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고 활기찬 에너지로 유명한 쿠알라룸푸르는 다채로운 새해 행사를 즐기기에 적합한 도시. 특히 KLCC 공원(쿠알라룸푸르 시티 센터 공원)은 전 세계 각계각층의 사람이 모여드는 장소로,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연말에는 각종 콘서트와 라이브 공연 그리고 불꽃놀이로 시끌벅적해진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뉴욕의 타임 스퀘어와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 많은 쿠알라룸푸르 시민들이 KLCC 공원 인근에 있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에 모여 새해를 맞이한다.
쿠알라룸푸르의 발전을 대변하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452m, 88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으로 1998년도에 준공되었다. 쌍둥이 건물 중에는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다. 타워의 벽면은 3만 3천 개의 스테인리스스틸과 5만 5천 개의 유리 패널로 구성되어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7! 터키 이스탄불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중간에 위치한 터키는 동서양의 다리 역할을 해왔다.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인 고도(古都)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대교는 두 대륙을 잇는 터키의 세 개의 다리 (보스포루스 제2교, 보스포루스 제3교)중 하나로 그중 가장 먼저 세워졌다.
보스포루스 대교는 주탑 사이 현수 케이블을 연결하고 거기에 상판을 다시 묶어 차량 하중을 지지하는 현수교(懸垂橋) 방식을 재현했는데 그 길이가 1,560m, 너비는 33.40m에 달한다. 1973년도 당시 대교가 완공되었을 당시, 보스포루스 대교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현수교였는데 1981년도까지 적어도 유럽에서는 그 기록이 유지되었다.
새해 전야가 되면 거대한 불꽃쇼가 해협을 장식하는 보스포루스 대교 인근에는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방문객이 모여든다. 특히 이맘때면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 및 이스티클랄 거리에도 활기가 도는데, 번잡한 도시를 피해 집에서 친지들과 소소한 파티를 벌이며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도 많다.
┃6!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
보스포루스 다리를 건너 유럽 대륙으로 직진하기 전 먼저 남쪽으로 내려가 보자.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이자 항구도시인 케이프타운은 웅장한 산에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이다.
예전에는 자정까지 케이블카가 운영되었으나 최근에는 9시 30분까지만 케이블카가 운영되어 새해 카운트다운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은 직접 차로 이동해야 한다. 테이블산 곳곳의 관람 포인트와 피크닉 장소에서 V & A 워터프런트에서 진행하는 불꽃쇼를 구경할 수 있다.
남아공의 또 다른 유명한 항구도시 더번. 이곳에서 88 킬로미터가량 떨어진 호윅 지방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넬슨 만델라의 흉상이 있다. 조각상은 50개의 연강(軟綱)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기둥의 높이는 6m에서 10m까지 다양하다. 언뜻 보면 아무렇게나 세워진 철 기둥들이지만 35m쯤 떨어진 한 지점에서 흉상을 바라보면 질서 없이 나열되었던 각 기둥이 선을 이루며 넬슨 만델라의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5! 독일 베를린
이제 걸음을 틀어 서부 유럽으로 향한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새해 전야가 되면 독일 시민과 세계 방문객 모두를 거대한 야외 파티에 초청해 새해의 시작을 축하한다. 라이브 밴드와 DJ가 참여하는 베를린의 심야 불꽃 축제는 매년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무료 행사다.
베를린의 수많은 명소 중 새해 전야에는 만국 시계탑(World Clock)이 위치한 알렉산더 광장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무게가 16톤에 달하는 만국 시계탑은 원형 모양으로 전 세계 148개 주요 도시의 현재 시간을 보여준다. 1969년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된 이후에 이곳은 전 세계 방문객이 한 번쯤 들러보는 곳. 베를린 시민들에게는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 철강으로 만들어진 원형 모양의 태양계가 1분에 한 번씩 회전한다.
만국 시계탑 이외에도 알렉산더 광장에 위치한 또 하나의 명소로 베를린 TV탑을 빼놓을 수 없다. 만국 시계탑과 마찬가지로 1969년에 완공된 베를린 TV탑은 베를린 대부분 지역에서 보이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7,900 CBM(큐빅미터, ㎥)의 콘크리트와 3,400톤의 철강이 들어간 베를린 TV탑은 실로 그 무게가 어마어마한데 비록 진동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독일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4! 프랑스 파리
세계인의 마음에 가장 로맨틱한 도시로 기억되는 곳은 단연 파리일 것이다. 파리 시민들은 1월 한 달 내내 연하장을 주고받으면서 새해를 기념한다. 파리 시민과 더불어 ‘보나네’(Bonne année, 프랑스의 새해 인사)를 외치며 새해를 맞이하는 건 어떨까.
새해 전야의 공식적인 축제는 샹젤리제(Champs-Élysées)에서 진행된다. 크고 작은 불꽃쇼를 즐길 수 있는 샹젤리제로 걸어가면서 에펠탑도 볼 수 있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은 1889년에 완공되었는데 철강(steel)이 아닌 철(iron)로 만들어졌다고!
정확히는 퍼들 연철(puddle iron)로 만들어졌는데, 탄소와 불순물이 섞이는 걸 방지하는 걸 목적으로 특화된 혼합기법으로 19세기 유럽 전역에서 널리 쓰였다. 철로 만들어진 에펠탑은 열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여름에 온도가 높아지면 에펠탑의 높이도 더불어 높아진다. 온도 변화에 따라 에펠탑의 키도 컸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고.
┃3!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 말고도 브라질 시민들이 열광하는 행사 중 하나는 새해 전야 축제이다. 이때가 되면 브라질 시민들은 카니발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을 제쳐두고 파티를 즐긴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의 파티가 그중에서도 으뜸인데,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웅장한 행사와 불꽃쇼로 유명하다. 인근의 이파네마 해변에서처럼 작은 규모의 축제도 있지만,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축제 장소는 단연 코파카바나 해변이라 할 수 있다.
카니발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명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브라질 예수상(Christ the Redeemer Statue)이다. 1920년대에 세워진 브라질 예수상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트 데코(1920~30년대에 유행한 장식 미술의 한 양식. 기하학적 무늬와 강렬한 색채가 특징) 조각상으로 코르코바도산 꼭대기에 위치했으며 브라질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물 중 하나이다.
브라질 예수상의 주재료는 장식품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부드러운 동석(soapstone)인데, 이 예수상을 받침대 위에 세우기 위해 강철 프레임이 사용되었다. 조각상을 보려면 방문객들은 에스컬레이터 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22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2! 미국 뉴욕
뉴욕은 새해 전야 축제뿐 아니라 철강 구조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뉴욕타임스 빌딩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및 브루클린 다리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에 철강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20세기 초반에 뉴욕에선 철강 건축이 최대로 선호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 있다.
그중에서도 브루클린 다리는 역사적 주요 지형물 지위를 받은 뉴욕의 10개의 다리 중 하나이다. 세계 최초의 철강 와이어 현수교로 완공까지 장장 14년이 걸렸다. 건축에 사용된 철강 케이블의 길이는 총 2만 2천 5백 킬로미터에 달하며 차량과 보행자 모두에게 개통된 뉴욕의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뉴욕의 또 다른 명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곳에 올라가보지 않고 뉴욕을 방문했다고 할 수 있을까. 미드타운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이 빌딩은 102층짜리 아트 데코 초고형 건물인데 아트 데코 형식은 2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의 전형적인 건축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는 6만 톤의 철강과 20만 CBM(큐빅미터, ㎥)의 인디애나 산 석회석, 화강암, 천만 개의 벽돌 및 730톤의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스틸이 들어갔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짓는 데는 단 20개월이 소요됐다.
┃1!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부인 뉴욕과 3시간 시차가 나는 미국 서부의 대표 도시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새해맞이 행사는 엠바카데로(Embarcadero) 불꽃쇼로 자정이 되면 페리 빌딩 너머로 불꽃쇼가 펼쳐진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부터 <더 록>(1998) 등 수많은 영화에 등장해 현지에서는 다리 자체가 ‘영화배우’라고 불릴 정도인데 심지어 1976년도 롤링스톤 매거진의 커버에 등장하기도 했다.
다리 건설에 사용된 주재료는 철강이었는데, 각 철강 케이블은 2만 7천 5백 72가닥의 와이어로 구성되었다. 메인 케이블 모두를 조립하는데 사용된 아연 도금된 와이어의 총 길이 또한 13만 킬로미터에 달하는데, 각 부분에 쓰인 철강의 총 무게는 8만 3천 톤. 뉴욕 브루클린 다리의 철강 케이블을 만든 회사가 금문교에도 철강 케이블을 제공했다.
포스코와 함께 돌아본 전 세계 새해 전야 및 철강 명소. 눈에 띄건 띄지 않건 철은 어느 곳에나 있다. 새해에도 포스코 뉴스룸은 흥미진진한 철 이야기와 함께 업계 소식을 전할 것을 약속하며 새해 인사를 전한다. Happ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