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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그 온기, 용광로처럼 여전히 꺼지지 않았군요

30년 전 그 온기, 용광로처럼 여전히 꺼지지 않았군요

2020/02/21

포스코 포항제철소에는 7천여 명의 직원과 이들이 근무하는 30개에 가까운 부·그룹이 있다. 그중 ‘제선부’는 제철소 제철공정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쇳물 생산을 책임지며 용광로를 움직이는 부서다. 2020년 현재 약 460명이 근무하는 조직. 

이들의 용광로는 형산강을 사이에 두고 ‘해도동’이라는 동네를 마주보고 있다. 제철소와 가장 가까운 이웃동네다. 그런데 그저 물리적인 거리만 가까운게 아니란다. 제선부에게 해도동은 ‘자매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각종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이곳 아이들을 응원하는 장학회도 운영하고 있다. 장학회는 31년 전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인데, 지금에 와서는 그 수가 10개까지 늘어났다고. 현재 10개 장학회에서 총 18명의 학생들에 마음을 전하고 있다. 꺼지지 않는 용광로처럼, 꺼지지 않은 온정이 이 긴 시간 이어져온거다.

포스코 뉴스룸이 포항제철소 제선부에서 가장 오래된 두 장학회의 키다리 아저씨들을 만나 따뜻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 울타리 한 가족을 위해, ‘한울장학회’

한울장학회는 1989년 결성되어 31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회원들은 모두 1제선공장 직원 34명. 장학회를 이끌고 있는 조남홍 차장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Q 한울장학회,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처음엔 포항시와 영일군 지역 내 소년소녀 가장과 결손가정, 학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소소하게 시작한 일입니다. 1989년 12월 결성했으니, 운영한지 30년이 넘었네요. ‘한’은 ‘큰’, ‘울’은 ‘우리’라는 뜻으로 ‘우리의 이웃은 모두 한 울타리 안에 있는 한 가족이다’라는 뜻을 담아 한울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우리가 매일 마주 보는 해도동과 한 울타리를 만들어보자, 그런 거였죠. 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포스코 직원이니만큼,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자는 의지가 담긴 장학회입니다.

Q 특별히 ‘학생’들을 후원하는 이유가 있나요?
A 무엇보다 학창시절을 건강하게 잘 나는 게 중요하니까요. 어린 꿈나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도움을 받으면 이들도 앞으로 성장해서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그럼 더 나아가 사회도 더욱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 1991년 촬영한 장학금 전달식과 2016년, 2020년의 전달식의 모습. 세월은 흘렀지만 한울장학회의 나눔 활동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Q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데요. 음.. 한 친구만 꼽자면, 아버지는 지병으로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일용직 근로를 하시는 외할머니와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 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12살 여자 쌍둥이와 10살 남동생 한 명이었는데, 그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이 3명의 학생들에게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학비를 지원했습니다. 세 명 모두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고요. 졸업 후에는 S기업에 취업도 하고, 남동생은 군대 간다고 연락도 왔더라고요. 작지만 우리가 도움을 준 학생들이 장성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어엿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가끔 편지도 보내주면 작은 나눔 속에 큰 기쁨을 느끼는데요. 아래 편지는 꽤 오래전, 1993년 6월에 받은 편지입니다. 글솜씨가 참 대단한 친구였어요. 졸업 후 직장생활하면서 반려자를 만나 결혼했으니 지금쯤 아이들이 20살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 27년 전, 1993년 한울장학회 장학생이 장학회로 보내온 감사편지(이후 생략). 꽤나 오래된 편지지만, 그 안의 온정은 식지 않고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l 용광로의 온기로 따뜻한 기운을 전하는 ‘양지회’

흔히 음지와 양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양지회는 양지처럼 따뜻한 기운을 뜻하는 이름. 장학생들이 제선부의 용광로처럼 뜨거운 지혜를 겸비한 이들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2제선공장 직원들이 꾸린 장학회다. 장학회 회장 김정학 계장을 만나봤다.

Q 양지회는 올해로 딱 30년을 맞았네요. 직원들 간 ‘무언의 약속’ 같은 활동이라고요.
A 네 현재 57명의 직원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2명의 학생에게 매달 10만 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죠. 많은 돈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이 나눔 활동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Q 후원하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기도 하셨나요?
A 아쉽지만 직접 만나지는 않아요. 만나고픈 마음은 간절하지만요. 감수성이 예민한 친구들이 혹여나 불편해할까 싶어, 사회복지사분들을 통해 마음을 전하고 근황도 듣고 있습니다. 직원 중에는 장학금을 후원하는 학생과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가 있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좀 더 부모의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저희가 지원하는 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데요. 저도 사실 우리 집 아이가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조금 더 신경 써서 활동하게 되더라고요.

Q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특별한 인연도 생겼다고요.
A 저희 직원들은 장학회뿐 아니라 회사 안팎에서 각자 봉사단에 가입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양지회 회원 중에 이승희 사원이라고 있는데, 포항제철소 행복아동지킴이 봉사단에서 1:1 멘토링을 하고 있거든요. 여자아이 한 명을 멘토링 하면서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공부 지도도 해주는 활동인데, 알고 보니 이 아이 오빠가 저희 장학회에서 후원 중인 친구인 거예요. 할아버지와 세 식구가 살고 있는 가정인데, 한 가정의 남매를 저희가 동시에 만나고 있었다니 조금 놀랐죠. 좋은 마음이 여기저기로 뻗다 보니 한 가정에서도 만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승희 사원이 행복아동지킴이 봉사단에서 인연을 맺은 멘티 학생과 찍은 사진들. 이승희 사원의 표정에서 행복이 느껴진다. 멘티 학생의 오빠도 제선부 양지회에서 후원 중.

Q 앞으로 양지회는 어떻게 운영될까요?
A 제철소에서는 지역의 노후된 가정이나 시설을 찾아가서 도배, 장판, 방충망 등을 고쳐주는 봉사활동도 하는데요. 그런 봉사와 연계해서 장학회 학생들에게 실생활 면에서도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장학 금액이 더 많이 모이면 신규 장학생을 추가로 선발해서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 주고 싶네요. 양지장학회에서 전달하는 금액이 큰 액수는 아니지만, 수혜 학생들이 바르고 훌륭한 학생으로 자라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포항 제선부 장학회는 포스코의 대표 기부 사업인 ‘포스코1%나눔재단’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자발적 기부 모임이다. 31년간 장학회를 통해 포스코와 인연을 맺은 학생이 300여 명이라고. 따져보면 회사의 기부 프로그램보다도 훨씬 먼저 시작된 일이다. 포스코의 경영이념 ‘기업시민’, 그 원천이 어디인지 어렵게 찾을 필요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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