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주목해야 할 최신 글로벌 경제 및 산업 이슈는 무엇일까요?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문가들이 포스코그룹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글로벌 산업, 경제 동향을 심층 분석해 드립니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중국과 유럽의 정책 변화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맞물리면서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수항 연구원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핵심 이슈와 향후 동향을 짚어봅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수항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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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오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체 승용차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을 ‘전기차 침투율’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은 27.3%를 기록했습니다. 즉,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4대 중 1대 이상은 전기차라는 뜻이죠. 주요 국가별로는 중국이 52%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유럽 31%, 한국 21.8%, 북미 12.6%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해 연말까지 214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기차 판매량 역대 최고치를 다시 쓰는 셈입니다.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중국입니다. 중국은 2020년 이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는데요. 올해도 전년 대비 24% 성장하며, 연말까지 141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유럽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올해 연말까지 전기차 380만 대 판매, 전년 대비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등 역내 주요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악화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전기차 판매 실적만큼은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3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나 증가해 같은 기간 중국의 성장률(11%)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반면 미국의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올해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0만 대로, 증가율이 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러한 둔화 양상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2022년 8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효하고, 북미 생산과 배터리 요건 등을 충족하는 전기차를 새로 구매할 경우, 최대 7500달러(약 1100만 원)의 세액공제를 지원해 왔습니다. 애초, 이 제도는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약 7년 앞당겨 지난 9월부로 조기 종료되었죠. 이 영향은 판매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는데요.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되던 마지막 달인 9월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 급증했지만, 보조금 지급이 끝난 10월 이후에는 판매가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도 대비 가장 가파른 성장을 기록한 곳은 한국입니다. 올해 3분기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무려 77%나 성장했는데요. 지난해 판매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 2022년 발효된 미국 법안으로, 인플레이션 완화, 기후변화 대응(청정에너지),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을 목표로 약 4,370억~4,85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투자하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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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뉘는데요. 지역별 정책·인프라 상황에 따라 파워트레인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전기차 판매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까지의 파워트레인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BEV(순수 EV) 비중이 65%로, 전년 63% 대비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시장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동안 빠르게 늘던 중국의 PHEV(하이브리드 EV) 판매 성장 속도가 다소 완화된 것이 주요 요인인데요. 중국의 전기차 판매에서 PHEV가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중국은 다른 주요 시장보다 PHEV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요. 이는 중국이 PHEV를 ‘신(新)에너지차’ 범주에 포함해, 해당 차량 구매 시 세금 면제와 번호판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해 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방 도시의 충전 인프라 부족, 로컬 브랜드의 PHEV용 고효율 엔진 개발을 통한 상품성 개선 등이 더해지며, PHEV 수요는 성장 속도는 둔화했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BEV 중심이던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BEV 판매 비중이 각각 70%, 80% 내외로 아직까지는 중국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EREV(주행거리 연장형 EV)를 포함한 PHEV 라인업 확대에 나서면서, 장기적으로는 파워트레인 비중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향후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처럼 파워트레인 구성이 다변화되는 가운데서도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V Volumes와 포스리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약 24% 증가해, 연말 기준 처음으로 1TWh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실제로 10월까지 누적 사용량은 약 880GWh로, 이미 지난해 연간 사용량(870GWh)을 초과한 상태인데요. 지역별로 보면 중국이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57%를 차지하며 단연 선두에 위치해 있고, 그 뒤를 유럽 19%, 북미 12%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견조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이 전기차 관련 세제 정책을 잇달아 손보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졌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84%를 차지하며 성장의 핵심 역할을 해온 중국과 유럽 역시 정책 변화가 예고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두 지역의 정책 방향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 ‘양적→질적 성장’으로… 보조금 축소·규제 강화
중국의 올해 3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입니다. 이러한 이유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첫째,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자국 전기차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에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할인 폭을 크게 낮추고, 판매량 경쟁보다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습니다.
둘째, 지방정부 보조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이 조기 소진되면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거나, 추첨 방식 등으로 변경되면서 지원 규모가 축소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 중심의 모습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을 통한 질적 성장 단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해 온 각종 지원책의 단계적 혜택의 축소를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026년 1월부터 전기차 등에 대한 세제 감면이 현행 ‘전액 면제’에서 ‘50% 면제’로 줄어들고,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한 PHEV의 순수 전기 주행거리 기준도 기존 43km에서 100km로 대폭 상향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가격에 민감한 자동차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JP모건은 이러한 보조금 축소의 영향으로 2026년 중국의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15% 수준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유럽
: ‘2035년까지 전기차 올인’은 시기상조?
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이 반등한 주요 배경은 강화된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판매를 늘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EU는 2025~2027년 동안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15% 낮추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만약 이를 준수하지 못할 시, 자동차 제조사에 이산화탄소 초과 배출량 1g당 95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해 왔죠. 자동차 제조사가 과징금을 피하려면 전체 판매량의 약 30% 이상을 전기차로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유럽 환경단체 T&E(Transport & Environment)는 해당 규제를 근거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2027년까지 평균 전기차 점유율을 25%까지 높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EU는 2021년 EU 탄소감축입법안을 통해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 전면 금지를 제안했으며, 해당 안은 2023년 최종 법제화되었는데요. 그러나 해당 규제가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더 악화할 것이라는 업계 반발이 커지자,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정의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만든 합성연료(e-fuel) 등 탄소저감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내연기관차 판매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추가적인 조건을 붙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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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까지 유럽은 강화된 탄소배출 규제를 기반으로 전기차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 2035년 내연기관 금지 규정 완화 가능성과 이산화탄소 규제 재검토 논의 등 정책 방향성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유럽 시장을 마냥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중국은 내수 전기차 침투율이 이미 50%를 넘어서면서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앞으로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할 수밖에 없을 테고, 특히 유럽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향후 몇 년간 큰 수요 변동성이 예상됩니다. 공격적인 현지 설비 투자전략보다는 협력 기반의 여러 시나리오를 열어둔 유연한 전략을 펼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인데요.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장치)나 비(非) 모빌리티 분야 등으로 수요처를 다변화하여 리스크를 완화하고, 지속가능한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① 美 철강 시장 구조로 알아보는 트럼프발 ‘철강 관세 전쟁’
② 미래의 교통수단 하이퍼루프가 철강업에 미칠 영향은?
③ ‘2025 인도 예산안’ 속 숨겨진 기회! 철강·배터리·에너지 시장을 잡아라
④ 미국 철강사의 전기로 조업 확대에 따른 시장 진출 전략
⑤ 선박에도 탄소세가 붙는다! 2028년 해운 탄소세 부과와 LNG 사업 전망
⑥ 전기화 시대가 온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전기에 주목하는 이유
⑦ 급증하는 전력 소비의 대안! 글로벌 에너지 경쟁력은 핵융합에너지에 달려 있다?
⑧ 지속가능항공유(SAF), 세계가 주목하는 신성장 사업의 기회와 과제
⑨ 자원패권시대 개막! 미래 첨단산업의 생명줄이 될 핵심 희귀광물 분석
⑩ 산업계 메가 트렌드!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
⑪ 회색 도시에 생명력 ON! 도시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철
⑫ K-핵추진 잠수함이 여는 방산·조선업의 뉴 패러다임
⑬ 철강산업, K-스틸법과 함께 미래를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