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미술관이 5월 26일부터 6월 28일까지 <Resilience: 생명의 찬가-빛과 바람으로 만나다>展을 개최한다. ‘생명의 회복력’을 모티브로 하는 권치규 작가의 작품세계를 통해 인간 내면의 회복 탄력성을 발견해보자.
포스코미술관 2023년 첫 번째 초대 개인전의 주인공은 평면과 입체, 설치를 넘나들며 폭넓은 표현 영역을 선보이는 권치규 작가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재료로 자연이 가진 곡선과 유기적 모습을 담은 숲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드로잉, 회화, 조각 작품 등 20여 점으로 구성된 <Resilience: 생명의 찬가-빛과 바람으로 만나다>展은 총 5개의 섹션에서 각 키워드(‘미루나무’, ‘내면의 숲’, ‘긍정의 숲’, ‘미래의 숲’, ‘히스토리’) 아래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며, 2023년 제작된 신작까지 공개해 권치규 작가의 작업세계를 총망라하고 있다.
자연이 가진 힘과 에너지를 내포한 숲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구현하고, 인간의 내면에도 자기회복력이 있음을 깨닫도록 독려해온 작가 권치규. 그는 끊임 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회복탄력성’의 개념과 연결해 “인생의 고난은 삶의 한 흐름이며,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도 내재된 회복탄력성을 통해 시련을 딛고 전진하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자연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숲과 만나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숲의 재생력과 복원력을 작가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 작품을 감상하며 도시 생활로 인해 멀어진 자연과의 교감을 회복하고 상실된 삶의 정서를 되찾길 바란다.
보여주는 형식은 달라도 작품에 담긴 메시지나 주제는 일관되어 있다. 권치규 작품의 중심 키워드는 ‘Resilience’이다. ‘Resilience’라는 단어의 사전적 해석은 ‘탄성(elasticity), 탄력, (원기의) 회복력, 쾌활성, 발랄함(buoyancy)’ 등을 포함한다. 이 중에서 권 작가는 ‘회복력’의 개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으로부터 회복일까? 바로 ‘무한하게 반복되고 순환하는 생명의 회복 능력’이다. 그 생명력의 원천을 자연으로부터 찾고 있다. 그래서일까, 권치규의 작품에 직접적으로 드러난 형상은 자연미를 테마로 한 것이 중심을 이룬다. 가령 나무의 형상대로 투각(透刻)된 스테인리스 스틸 판을 겹겹이 쌓아 숲처럼 연출한다든지, 신비로운 빛의 방을 꾸며 상상 그 이상의 자연에 대한 인상을 체감하도록 안내한다.
차가움의 대명사인 금속 재료마저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은 권치규 조각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한 편의 감미로운 서정시부터 웅장한 파노라마의 대서사시까지 서로 다른 영역을 품고 있는 작품세계의 조화로움이 돋보인다. 권치규의 작품은 자연을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회복탄력성’을 새롭게 재인식하자고 주문하고 있다. 무한한 시공간을 품고 있는 숲의 형상이나,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생명성의 회복력은 인간이 꿈꾸는 가장 숭고한 이상일 수 있음을 가시화한 작품들이다. 결국 권치규의 투조(透彫) 작품들은 생명의 빛을 모으는 창이고, 그 창으로 또 다른 열린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김윤섭(미술사 박사) 평론글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