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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를 통해 실현된 ‘취업 청사진’
간척 사업으로 지금은 뭍이 된 전라남도 장흥군 신상리 덕도. 김용훈 명장은 이곳에 자리 잡은 경주 김씨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그때만 해도 섬이었던 덕도에서는 대다수 주민들이 김과 멸치로 생업을 이어갔는데 그의 집도 다르지 않았다.
김용훈 명장은 중학교 때까지 섬에서 학교를 다니며,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열심히 집안일을 도왔다. 이런 와중에도 그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여러 과목 중에서도 ‘기술’을 특히 좋아했다. 어릴 땐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인 새총·팽이·자동차·기차 등의 장난감을 직접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다. 그맘때부터 명장의 자질을 갖고 있던 셈이었는지도.
당시 전라남도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광주광역시에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김용훈 명장은 자연스럽게 광주로 유학을 떠났다. 밥·빨래·청소 등 모든 집안일을 공부와 함께 병행해야 했던 김 명장. 고달팠지만 그만큼 뿌듯하고 즐겁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결정과 행동을 직접 꾸려나가야 했던 환경은 그에게 자주적인 가치관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앞으로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대학 진학과 취업 중 후자를 택한 것.
김용훈 명장은 취업에 도움이 될 듯해서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입대했다. 경상북도 영천에 위치한 3사관학교로 자대 배치를 받고 행정병으로 근무했는데, 바로 이 시기에 그의 ‘취업 청사진’이 구체화된다. 우연찮게 포스코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당시 사관생도들이 산업체를 견학할 때 인솔자로 종종 동행했는데요. 이때 포스코에 처음 가봤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포항제철은 철 만드는 회사’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요. 가이드분의 말을 귀담아들어보니 우리나라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매우 거대하고 중요한 기업이더군요. 게다가 주택단지 등 복리후생도 훌륭했고요. 그렇게 포스코를 몇 번 둘러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민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보자’는 결심이 섰고, 결국 전역 후 포스코 입사를 준비하게 된 것이죠."
김용훈 명장은 전역하자마자 곧장 서울로 올라가 포스코 입사 준비를 했다. 남산도서관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며 그렇게 반년을 보낸 뒤 1989년 9월, 그는 포스코 사내 직업훈련생으로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 최종 합격해 3월 광양제철소 열연부에 배치됐다.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그의 심장은 달궈진 쇳덩이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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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2월 9일 김용훈 명장(왼쪽)이 직업훈련생 과정 극기훈련 중 깃발을 들고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No Touch 운전 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하다
입사 후 김용훈 명장은 2열연공장 운전실에서 열연코일 생산라인 운전을 직접 담당했다.
가열로에서 적정온도에 도달하면 추출된 슬래브는 롤 위(테이블)로 옮겨져 본격적인 열간압연에 들어간다. 테이블 위의 슬래브는 조압연기, 마무리 압연기를 통과하며 원하는 두께로 압연되고, 이는 권취기로 코일을 다 감으면서 압연이 완료된다.
당시에는 작업자들이 열간압연 설비 전반을 직접 운전해야 했는데, 압연기간 장력제어를 위한 스피드 운전과 두께 압연을 위한 압하운전이 그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여기에서 첫 번째 문제에 직면한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어떤 소재는 어느 정도로 조작해야 한다는 데이터가 없었던 시절이기에, 모든 운전을 경험에 의존해야 했다. 당연하게도 신입사원들에게 설비 운전 노하우가 있을 리 만무했고, 김용훈 명장 또한 그랬다.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실수를 하더라도 거듭 시도하면서 그와 동기들은 서서히 운전 기술을 익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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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1월 1일 김용훈 명장(오른쪽)이 2열연공장 운전실에서 열간압연 설비를 제어하고 있다. |
"제가 운전 미숙으로 실수를 거듭하며 괴로워하니 선배들이 ‘마무리 압연 운전 직원 한 명 키우는 데 3억 원이 든다더라’면서, 그만큼 경험이 중요한 일이니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하더라고요. 그만큼 작업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설비 운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였죠. 당연히 선배들의 말에 따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운전에 몰입했지만, 정확한 데이터값을 바탕으로 운전을 자동화하면 품질과 생산량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었어요. 당시에는 막연한 생각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이런 의문점들이 ‘노 터치(No Touch) 운전 기술’의 시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무리 압연 운전 및 설비관리 업무를 두루 거치며 그를 힘들게 했던 또 하나의 업무는 바로 사고 현장 처리였다. 압연기 설비관리 어려움과 운전자에 따라 설비 작동 편차가 생기다 보니 판파단, 꼬임 등 다양한 문제가 종종 발생했던 것. 이때 운전자가 직접 내려가 사고재를 처리했는데 한여름, 야간 등에 사고가 나면 땀으로 온몸을 샤워할 정도로 엄청난 기력이 소진됐다.
"한 번은 외빈이 공장 견학을 왔는데, 운전대에서 손을 놓으면 바로 오작동이 일어나니까 그분이 악수를 청해도 할 수 없었어요. 그만큼 운전할 때는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해야 했죠. 이런 경험들이 13년간 쌓이면서 ‘설비 자동화가 꼭 필요하다’는 신념이 생겼어요. 2003년 ‘2열연공장 FM(Finishing Mill·마무리 압연) No Touch 오퍼레이션 TFT(Task Force Team)’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FM No Touch 오퍼레이션 TFT’는 팀명 그대로 마무리 압연 공정의 수작업을 최소화하여 운전자 간 편차를 줄이고자 꾸려졌다. 설비 자동화를 향한 수많은 논의와 실질적인 활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를 실현시키려면 자동화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안정화시키려면 다양한 시험과 실패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품질불량 및 생산량 감소를 감수하고 했어야 했다. No Touch TFT 활동 처음 적용 시 품질불량 및 사고가 줄어드는 성과도 있었지만 설비적(제어계, 통판설비) 한계로 큰 성과는 내지 못하였고 김용훈 명장과 TFT는 1년여간 펼쳤던 날개를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꾸준한 준비로 얻은 천금 같은 기회
TFT 이후 김용훈 명장은 줄곧 통판설비관리 및 품질 업무를 맡았다. 그는 품질 개선 주임, 품질마스터 등을 두루 거치며 통판설비관리 및 품질 업무에 집중했다. 그것은 바로 최상품과 불량품의 품질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더 정확하고도 지속적인 통판설비관리 및 편차 없는 운전이 필수였고, 또다시 결론은 설비 정도관리 및 운전 자동화였다.
"예를 들어 제품 불량률이 3% 내외일 때는 작업자들의 노력으로 불량률을 줄일 수 있어요. 그런데 불량률이 1%도 안 되면 사람의 힘으로 불량률을 더 이상 낮추는 게 사실상 어렵습니다. 빅 데이터(Big data)를 바탕으로 한 자동화만이 불량률을 제로에 가깝게 만드는 핵심 키워드예요. 그런데 이 지점에서 ‘설비가 자동화되면 운전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표가 생깁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운전자들은 설비가 잘 돌아가는지 살피고 사후조치를 하고, 품질과 생산량이라는 부가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개선 및 제안 활동에 집중하면 됩니다. 이런 생각에 대한 확신이 든 이후, 통판설비 및 압연제어설비 등 공장 설비에 대한 전문지식을 조금씩 쌓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펼칠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죠."
2012년, 자동차강판, API강판(송유관, 정유관등 석유관련 구조용 강재) 등 이른바 고강도강 수요가 급증하자 포스코는 4열연공장 실선을 결정했다. 곧 4열연공장 건설 TFT가 꾸려졌고, 자동화 및 품질에 관심이 많았던 김용훈 명장이 TFT에 합류했다.
4열연공장 신설은 회사 차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일본 기술자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포스코의 기술력만으로 짓는 최초의 열연공장이자, 기존 생산 공장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운전 자동화를 설계 단계부터 적극 반영했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맡은 업무이기에 힘들 법도 하건만, 김용훈 명장은 오히려 그간 쌓은 내공을 발휘했다. 그 과정에서 공장설비와 구조에 대해 연구하고, 모르는 부분은 각 열연공장 파트장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주변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채워간 끝에 2014년 10월 30일, 마침내 4열연공장을 무사히 준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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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0월 30일, 4열연공장 발족을 기념하며 현판식을 진행하는 4열연공장 건설 TFT.(김용훈 명장 좌측에서 두 번째). |
고정관념 깨고 고강도강 품질·생산량 높이다
4열연공장 준공 직후 파트장으로 승진한 김용훈 명장은 생산 안정화에 주력하고 자신이 오랫동안 구상해 온 ‘No Touch 운전 기술’을 설비에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4열연공장은 한 차원 높은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고품질의 고강도강 생산량을 한층 높일 수 있었다.
먼저 김용훈 명장은 국내 최초로 ‘FM 전장 유압연 적용기술(마무리압연 중 압연소재 전체길이에 유압연을 적용한 고강도강 표면 품질 확보 기술)을 4열연공장에 적용했다. 고강도강 압연은 강도가 높은 소재가 압연롤 사이를 통과하면서 압연되기 때문에 일반 소재보다 압연저항에 따른 롤피로 및 진동이 심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고강도강 압연 과정에서 발생하는 롤피로 및 진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 압연유(압연소재와 롤 사이의 윤활을 목적으로 사용한 기름)를 롤에 뿌리면 롤과 압연소재 사이에 유막이 형성되는데, 이는 유체역학에 의해 적은 힘으로도 큰 힘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힘을 덜 들이고도 압연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롤피로 및 진동이 줄어들어 안정적인 고강도강 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바로 이 기술이 압연유를 롤 표면에 뿌려 압연하는 기술’유압연’이다.
사실 유압연은 전 세계적으로 흔한 기술이다. 다만 기존의 유압연은 압연소재 끝부분 일부에 압연유를 뿌리지 않고, 압연소재가 품고 있는 고열로 롤에 형성된 유막을 태워 없앴다. 이유는 연이어 투입되는 압연소재가 미끄러져 설비에 물리지 않는 현상(Slip)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을 쓰게 될 경우 끝부분 일부는 제대로 압연되지 않거니와, 이 과정에서 롤에 생긴 흠집이 다음 소재 표면에 그대로 새겨져 표면 결함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롤표면이 박리된 롤을 교체하는 데 드는 시간 낭비로 생산성 하락과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고강도강 생산이라는 두 가지 크나큰 문제점을 안고 공장을 운영하는 셈이었다.
김용훈 명장이 개발한 ‘FM 전장 유압연을 적용한 고강도강 표면 품질 확보 기술’은 이와 달리 압연 소재의 전체 길이에 모두 압연유를 뿌려도 슬립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기술이다. 즉, 압연소재 전체길이가 롤을 빠져나갈 때까지 압연유를 분사함으로써 매끄러운 고강도강 표면 품질을 확보하게 된다. 동시에 다음 압연소재가 투입되기 직전 압연유를 제거해 슬립 현상을 방지, FM 전장 유압연을 성공함으로써 고강도강 품질 및 생산을 극대화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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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연소재 전체길이가 통과할 때까지 압연롤에 유압유를 분사해도 슬립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획기적인 기술을 고안해 고강도강 생산량을 극대화한 김용훈 명장. 그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도전과 유기적인 협업을 지속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진 밑거름이라 강조했다. |
"이 기술 개발 과정에서 기술연구소, 정비 엔지니어들과 긴밀하게 협업했습니다. 불철주야 연구를 거듭한 결과, 압연이 끝나고 다음 압연소재가 진입하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압연유를 제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을 압연설비에 적용했습니다. ‘압연 소재 끝부분 일부에는 당연히 압연유를 분사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것이죠. 그 결과 대표 박리 결함인 모래형 흠집(Scale) 발생률을 2015년 0.83%에서 올해 상반기 0.23%로 줄였습니다. 또한 마무리 압연 롤의 부정기적 교체 건수를 2015년 월 20회에서 올해 1분기 월 7회로 개선했고, 기가(Giga)급 생산 강종을 2015년 20개 강종에서 올해 1분기 30개 강종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이 기술은 올해 제안 2등급으로 채택됐죠. 지난 2년여 간의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기술 수정, 유기적인 협업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도전정신과 협동정신으로 성취한 ‘놀라운 조업 지표’
전장(압연소재 전체길이) 유압연 적용으로 고강도강 표면 품질을 확보한 김용훈 명장은 설비 자동화, 즉 No Touch 운전 기술 적용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광양 4열연 최초로 설비관리가 어려운 형상제어설비 RA(Roll Alignment) Mill을 Shift Mill로 변경하여 설비관리가 용이하도록 하였고, 롤형상을 장구형으로 가공한 Curved Roll을 적용해 형상제어 방법을 혁신적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사람의 수작업에 의존하는 이상 품질 편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최소화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명장은 압연 형상 운전 기술을 자동화하기로 결심하고 ‘FM 커브드 롤을 기반으로 한 형상 No Touch 운전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운전자가 수동 입력한 세팅 값을 빅 데이터화해 형상 운전 테이블을 만들고, 이를 설비 자동 운전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갔다.
"4열연공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줄곧 형상 No Touch 운전 기술(압연기간 형상 및 최종 판Crown 제어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처음 추진하는 일이다 보니 오작동이 끊이지 않았죠. 하지만 압연기 형상 및 최종 판Crown(압연후 소재 단면 모양) 데이터값을 축적하고 수차례 조정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1년여가 지난 지금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주목할 만한 상황의 데이터값을 주기적으로 입력해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신소재가 투입될 때마다 새로운 테이블을 적용함으로써 제조 환경 변화에도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죠. 4열연공장이 최적의 형상을 편차 없이 생산하고 있는 가장 큰 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용훈 명장은 압연기간 장력제어를 위한 스피드 운전도 자동화 기술(스피드 No Touch 운전 기술)로 대체했다. 이는 압연 시 압연기간 소재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좌우 판 쏠림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로써 응답성이 빠른 유압 루퍼(Looper) 적용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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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마무리압연) 유압 루퍼를 적용한 스피드 No Touch 운전 기술’도 형상 No Touch 운전 기술과 마찬가지로 1년여의 개발 및 시운전 기간을 거쳤습니다. 4열연공장의 유압식 루퍼는 기존에 사용하던 모터식 루퍼보다 기동 속도가 5배 빠릅니다. 그만큼 응답성이 빠르기에 운전자의 수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마무리 압연 운전을 기준 2Desk(2人)운전에서 1Desk(1人)운전으로 통합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을 실용화하면서 기존 스피드 운전자를 품질 향상 및 개선 업무에 투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4열연공장이 생산하는 고강도강의 부가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었습니다."
품질 개선 기술과 No Touch 운전 기술에 통판설비 안정화까지 더해지자 4열연공장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연이은 성과를 냈다. 준공 첫해 이미 정상조업도를 달성했고, 공장 최대 생산 능력인 350만 톤을 가뿐히 넘어 2015년에는 390만 톤, 작년에는 410만 톤을 생산했다. 또한 자동차강판, API강판 등 고부가가치 고강도강 상품인 이른바 ‘WP(World Premium)제품’에 대한 4열연공장 생산 점유율을 2015년 44.3%에서 2016년 4분기 67.3%, 올해 1분기에는 71.2%로 끌어올렸다. 작업률은 2015년 92.42%에서 올해 4월 96.02%로 높아진 반면, 품질부적합률은 2015년 1.67%에서 올해 4월 0.64%로 낮아졌다.
"4열연공장의 전반적인 조업 지표 개선은 다양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4열연공장 고강도강의 품질과 생산량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고, 온전히 포스코 힘으로 지은 최초의 열연공장의 대성공으로 우리 기술력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명장의 자리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죠. 동료들의 눈물겨운 헌신과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 이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힘을 빌려준 동료들과, 공적을 인정해 준 회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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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 4열연공장 건설 초기부터 설비 안정화 및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해온 신용훈 명장은 열연제품 품질과 직결된 조압연 작업기준 및 운전방안을 체계화하고 끊임없는 아이디어 제안과 개선활동을 수행했다. (사진은 입사이래 그가 수여받은 제안증서와 2012, 2015, 2016 포스코패밀리 기술상 상패) |
포스코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키워드, ‘문제의식’
모든 것을 문제로 보는 자세. 언뜻 들으면 ‘문제가 될 것 같은’ 이 원칙은 사실 김용훈 명장의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업무 중 마주치는 모든 설비와 상황을 문제의식을 지니고 바라봄으로써 개선 및 제안사항을 발굴하고 해결해 왔기 때문이다.
2열연공장에서 설비 운전을 하면서 ‘설비는 자동화돼야 하고, 사람은 고부가가치 활동에 매진해야 한다’는 그만의 기치를 세웠고, 품질 업무를 해나가는 와중에는 품질 편차를 줄이고자’No Touch 운전 기술’을 구상했다. 이 같은 확신과 구상은 4열연공장에 두루 투영됐고, 공장의 성공적인 활동으로 이어졌다.
김용훈 명장이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긍정적인 문제의식’은 제안 이력을 통해 발현됐다. 앞서 언급한 ‘FM 전장 유압연을 적용한 고강도강 표면 품질 확보 기술’이 올해 제안 2등급을 획득한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대표자 등록 제안은 18건, 공동 참여 제안은 11건에 달한다.
또한 김 명장은 특허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개선 활동도 펼치고 있는데, 대표적인 특허가 바로 포스코기술연구소와 공동 발의해 A등급을 받은 ‘가변식 열연 Bite Cooler 헤더’다.
"롤과 압연소재가 맞물리는 부위를 바이트(Bite)라고 하는데요. 압연시 뜨거운 압연소재로 인한 롤의 변형을 막고자이 바이트 부위에 고압수를 쏴서 순간적으로 열을 식혀줍니다. 이 설비가 바로 바이트 쿨러(Bite Cooler)죠. 그런데 압연소재의 두께 차이에 따라 롤이 조금씩 위아래로 움직이고, 바이트도 그에 맞춰 조금씩 움직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고정식 바이트 쿨러가 설치돼 있어서 정확한 바이트에 고압수를 뿌리기 힘든 상황이죠. 가변식 바이트 쿨러는 바로 이 점에서 착안, 바이트의 움직임에 따라 바이트 쿨러를 움직여줘서 정확하게 고압수를 쏘는 설비에 대한 특허입니다. 현장에 적용하면 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만한 특허들을 꾸준히 발의하고 획득함으로써 ‘잠재적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같은 김용훈 명장의 업무원칙은 4열연공장 파트원들의 뇌리에도 깊숙이 새겨져 있다. 그가 평소 제안 및 개선 활동의 중요성을 십분 강조하기 때문. 덕분에 4열연공장의 제안 및 개선 활동은 굉장히 활발하며 여러 가지 성과를 내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4열연공장 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조압연(Roughing Mill) 설비 개선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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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발한 제안 및 개선 활동의 비결은 설비와 공정을 문제로 보느냐, 안 보느냐 하는 마음가짐의 차이’라며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주변 동료 및 후배에게 끊임없이 강조하는 김용훈 명장. 거침없는 제안 및 개선 활동은 공장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경력을 쌓아준다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
"조압연 설비가 2대인 기존 공장과 달리 4열연공장은 1대밖에 없어요. 따라서 이 공정에서 병목현상을 피해 갈 수 없었고, 공장 최대 생산 능력도 350만 톤으로 제한됐죠. 그런데 우리 파트원 중 한 명이 조압연 설비 개선 활동에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끊임없이 매달렸어요. 한 번에 개선 활동을 끝마치려고 한 게 아니라, 조그만 부분들로 나눠 꾸준히 개선 활동을 펼친 것이죠.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 했던가. 끈질긴 노력의 결과 우리 공장은 최대 생산 능력을 훌쩍 넘어서는 410만 톤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꾸준한 제안 및 개선 활동은 공장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경력을 쌓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제가 파트원들에게 제안 및 개선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이유입니다."
‘지속 가능한 포스코’를 향해 오늘도 달리다
입사 27년 만에 ‘포스코 명장’에 오른 그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의외로 원론적이다. "제품의 원가를 낮추고 고부가가치 강종의 품질과 생산량을 높여 ‘지속가능한 포스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가 그의 입을 통해 나오자 굉장히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목표인 것처럼 마음속에 와 닿는다. 그가 포스코에 입사한 뒤 보여준 ‘업무 궤적’이 매우 뚜렷하고 세밀하며, 또한 실전적이고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리라.
"포스코인 모두가 건강관리에 힘쓰셔서 ‘지속 가능한 포스코’를 만드는 데 동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맺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김용훈 명장. 인간미와 실력을 겸비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명장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가 만들어갈 ‘지속 가능한 포스코’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