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색어는 최소 두 글자 이상 입력해주세요.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 뜨거운 현장을 가다!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 뜨거운 현장을 가다!

2016/01/19

 

“말(馬)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

1886년 독일의 칼 프리드리히 벤츠(Karl Friedrich Benz)는 한낱 망상에 불과하다는 주변인들의 손가락질과 만류에 아랑곳 없이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을 시장에 선보였다.

 

△ 2016 디트로이트 오터쇼 내부 전경.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올해를 뜨겁게 달굴 40여종의 신차와 더불어 친환경을 모토로 개발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4행정 가솔린 엔진에 3개의 바퀴를 장착한 혁신적인 이동수단의 등장.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인류는 환호했고, 이후 내연기관은 무려 130여 년을 도로 위의 핵심동력원으로서의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자동차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하지만 2015년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 ; Environment Protection Agency)에 의해 불거진 폭스바겐 디젤 엔진 스캔들로 인해 철옹성으로 군림하던 내연기관의 위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연일 대서특필되자, 내연기관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점차 짙어졌다. 이때 반사이익을 거두면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였다.

 

이 중에서도 전기차의 경우,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시장 규모를 500만 대 규모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향후 자동차 시장의 견인차가 될 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전기차 판매량 세계 1위에 올라섰으며, 정부가 앞장서서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 등을 시행하면서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과 정책적 지원 부족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아직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의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국내외 글로벌 자동차사들은 이미 ‘친환경-경량화’를 모토로 한 콘셉트카 등을 모터쇼에 선보이는 등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을 앞다퉈 놓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1월 11일 서막을 올린 2016 북미국제오토쇼(NAIAS ; 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 이른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수놓은 화두 역시 친환경, 고성능이었다.

  

 

현지시각 1월 12일 화요일,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세계 각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press conference)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한데 모여 각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과 기술력을 총 집약시킨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렇게 모터쇼에서 자동차사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을 때, 다소 의아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원기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와 김교성 상무가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생긴 이래 최초로 철강사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것.

 

△ 철강사로는 세계 최초로 모터쇼에 참가한 포스코가 1월 12일 프레스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자동차 관련 강종 및 부품 등을 시연했다. 사진은 김원기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From Steel Supplier to Solution Partner(철강공급사를 넘어 솔루션 파트너로)’라는 네온사인 아래 수십 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포스코는 더 이상 단순 철강공급사가 아닙니다. 완성차 생산의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토털 솔루션 파트너’로서 고품질 소재에 기반한 성형·용접 등의 이용기술(application technology)은 물론 상업적 지원(commercial support)에 이르기까지 진일보한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 친환경-경량화 모토를 달성함에 있어 최상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철강 코일(coil)에서 차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부스 콘셉트에서부터 최신 기술 역량과 최고 수준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자동차강판 전문 철강사로서의 풍모가 느껴졌다.

 

 

특히 최일선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Integrated Vehicle’은 포스코 특유의 기술력이 총망라돼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선 차체(BIW; Body In White)에 적용된 첨단 고장력강 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는 높은 강도와 연신율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차체 고강도화와 경량화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아울러 조향(操向) · 제동 장치 등 주행을 위한 섀시에는 차량 부위별로 요구되는 특성에 최적화된 트윕(TWIP)강과 트립(TRIP)강은 물론 DP(Dual Phase) 등 AHSS 계통의 강종 외에도 포스코가 보유한 선재와 스테인리스강(STS), 전기강판 등을 응용한 부품이 쓰였다.

 

이 밖에도 초고강도강인 UHSS(Ultra High Strength Steel)와 마그네슘 판재를 적용해 종전 대비 각각 30%와 20% 경량화에 성공한 전기차와 픽업트럭용 BIW, 1.5GPa~2.0GPa(기가파스칼, 1mm²당 150~200kg의 하중까지 견딤)급의 초고강도 강재인 PHS(Press Hardening Steel)가 적용된 a필러(pillar)와 b필러 등도 같이 선보였다.

 

몇 평 남짓한 부스는 세계 최초, 그리고 세계 최고의 제품들로 구성돼 부스를 찾은 글로벌 자동차사들에 토털 솔루션 파트너로서의 저력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차량 경량화를 위해 고강도화는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강도를 높이면 자동차사의 가공 과정에서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재뿐 아니라 성형 및 용접 기술을 고객사에 함께 제공하는 등 고객이 고민하는 것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솔루션마케팅’이 수반돼야 한다.” (권오준 회장, 임직원과의 대화 중)
 

현재 포스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강판 공급사로서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거의 모든 완성차 및 부품사에 철강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강판의 경우 지역별로 선호하는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유럽 자동차사는 용융아연도금강판(GI ; Galvanized steel)을, 일본 자동차사는 아연도금합금강판(GA ; Galvannealed steel)을 사용한다. 국가 또는 회사마다 다른 요구사항을 수준별로 일일이 맞춰줄 수 있는 글로벌 철강사는 포스코가 유일하다.

 

△ 포스코는 이번 모터쇼에 기술력이 총동원된 전기차용 차체인 PBC-EV(위)와 자동차사의 원가절감 및 차체 경량화 실현에 일조할 다양한 부품(아래)들을 전시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제품 판매량에서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월드프리미엄(WP ; World Premium)제품의 판매 비중도 2015년 3분기 기준 39.6%를 달성했으며, 더욱 속도를 올려 5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흔히 자동차는 ‘산업의 꽃’에 비유되곤 한다. 기계 · 전자 · 재료 · 화공 등 산업 전반의 첨단 기술요소가 접목돼 탄생한 2만개에 가까운 부품의 총체가 바로 자동차다. 특히 900kg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재의 경우,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자동차강판 외에 부품별 요구 특성에 맞춰 선재 · STS · 전기강판 등이 고루 사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얼마나 더 가볍고 싸게, 그러면서도 한층 더 강하고, 높은 에너지 효율을 내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포스코는 일단 합격점 이상을 거뒀다고 평가받는다. 포스코는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기존 강판 무게의 약 25%인 마그네슘 판재를 사용한 지붕(roof), 내장재(luggage retainer), 시트프레임(seat frame)과 2300MPa급의 인장강도로 15kg 정도의 경량화 효과를 거둬 연비 향상에 효과적인 세계 최고강도 엔진 밸브 스프링, 4%가량 고객사 원가절감을 가능케 하는 열처리 생략형 고강도 볼트 등의 선재 제품 등을 전시해 발군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보였다.

 

하지만 꽃놀이패를 잡았다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패의 관건은 코앞으로 다가온 전기자동차 시대를 맞아 그에 걸맞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제품을 수요처에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철강사들은 앞서 언급된 사항들을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최종 목표로 수립, 각자의 전략을 갖고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력 향상에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쏟고 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와 비견되거나 오히려 혁신성에서는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엘론 머스크. 그가 수장을 맡고 있는 ‘테슬라(tesla)모터스’는 2003년 설립 이래 오로지 전기자동차 개발에 주력해 왔다.

 

전기차가 기존의 자동차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현재 자동차의 동력원 역할을 하는 내연기관은 역사 속으로 종적을 감추고 배터리와 모터가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됨에 따라 기존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에 상당한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원지의 최심부에 자리한 키워드는 역시나 ‘친환경’과 ‘안전성’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부품 1차 공급사들과 철강사들은 고객의 구미를 당기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왔다.

 

선제적으로 포문을 연 것이 바로 포스코다. 이미 2010년부터 전기차용 차체 개발을 위해 움직여 왔기 때문. 결국 착수한 지 2년 만에 동일 크기의 보통 차 대비 무게는 26%가량 가벼우면서 국제충돌안전규제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전기자동차용 차체 PBC-EV를 출시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초고강도강을 40% 이상 적용하고 고온프레스성형(HPF; Hot Press Forming)강 등 포스코가 보유한 최첨단 기술을 남김 없이 투입해 이뤄진 산물로 이번 전시회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머물렀다. 특히 경량화를 통해 기존 차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정도로 저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 단순 제품판매 만이 아니라 가치창출을 위한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는 포스코의 행보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그룹 차원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또한 눈 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우선 전기차의 핵심 동력원 역할을 하게 될 전기차 모터 부문에선 포스코TMC가, 배터리 부문에선 포스코켐텍이 꾸준히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권오준 회장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토털 솔루션 제공에 기반을 둔 수익구조 강건화 방침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디트로이트 지역에 기술서비스센터(TSC ; Technical Service Center)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토대로 이번 모터쇼 기간 동안에만 40여 건을 웃도는 고객사와의 미팅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철(鐵) 없이 달리는 차를 만들겠다.”

말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든 칼 벤츠가 살아 돌아온들 이 말을 실현하는 건 불가능할 듯 하다. 비용 대비 효익과 재활용이 수월한 친환경적 요소, 안정적이고 강인한 특유의 물성(物性)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철만큼 자동차와 잘 어울리는 소재는 없다. 다만 높은 강도와 연신율을 고루 지닌 신개념 고장력강을 기존의 철과 별개의 소재로 간주한다면 틀린 말도 아니다.

 

12일 오전 포스코 부스를 방문한 브라이언 캘리(Brian Calley) 미시간 부주지사도 김교성 상무와 이정호 차장의 제품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토니 베르나치 미시간주 경제부(MEDC) 부사장과 동행한 그는 포스코를 비용 절감과 더불어 경량화를 통한 탄소배출 저감 및 연료효율 제고가 가능한 친환경 철강 파트너사로 지목,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지원 등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물론 미국 글로벌 자동차사에 하프 샤프트(half-shaft ; 휠을 구동하는 독립 현가장치의 차축) 등을 공급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디트로이트 지사 자동차부품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 브라이언 캘리(Brian Calley) 미시간 부주지사가 1월 12일 포스코부스에 전시된 자동차강판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의 비전을 ‘글로벌 No.1 자동차강판 전문제철소 완성’으로 선포, 새로운 성공신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1968년 4월 1일 창립이래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온 포스코가 불혹의 나이에 또 다른 목표를 세워 나아간 것이다. 그 결과 포스코는 작년 한 해에만 자동차강판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2위를 달성하는 등 솔루션 마케팅으로 최고의 글로벌 車강판 철강사로 도약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포스코는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와 기술혁신을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Steel is still the ‘Best Solution’ and it will continue to be in the future.” (철강은 여전히 ‘최고의 솔루션’이며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국제 ‘모터쇼’에 참석한 대한민국 ‘철강회사’ 포스코 부스를 찾은 기자들의 펜을 움직이게 한 김원기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의 말이다.

 

인류의 역사와 줄곧 함께 해온 소재, 철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진화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관련 글 보기

URL 복사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공유하기

복사 버튼을 클릭하면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