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라는 단어에 따라붙는 것은 보통 ‘불가능’이나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말들이다. 누군가는 ‘불가능해 보여도 언제나 가능성은 있고,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희망을 갖고 도전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 신체 장애를 극복하고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을 두 번이나 합격한 김동현 씨가 있다. 포스코1%나눔재단을 통해 또 하나의 희망날개를 달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열 여덟, 장애를 얻었지만 다시 꿈을 꾸게 된 청년
김동현 씨는 영화 감상을 즐기고, 세상 일에 관심이 많은 보통의 27세 청년이다. 그런데 생활하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원하는 책을 뽑아 드는 작은 일에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약 10년 전, 동현 씨는 설날을 맞아 할아버지 댁에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뒷좌석에 누워 자고 있었는데, 깨어보니 병원이었어요. 목 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만 해도 앞으로 계속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죠.” 그 당시 그의 나이는 열여덟. 어린 나이에 큰 사고를 당한 터라,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장애 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어려워할 정도였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현실 앞에서 좌절과 절망이 다가왔지만, 동현 씨는 담담하고 당당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사고 당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그는 병원에서부터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했고, 이후 사이버 대학을 다니며 대학과정을 마쳤다. 몸이 불편하긴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 포스코 AI 교육이 피운 ‘공부의 꿈’ 공무원 시험 합격으로 이어지다
동현 씨는 가장 먼저 지역의 장애인 네트워크에 가입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중 하나가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였다. 장애를 향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하는 일이다. 장애인의 ‘장애’가 아닌 ‘사람’을 봐주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장애인 스스로도 본인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도전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 그것은 그가 사회에게 바라는 점인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현 씨에게 운명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17년 포스코가 포스텍·포스코인재창조원과 함께 주최한 AI 교육이다. 처음엔 온라인 교육으로 시작해 이후엔 오프라인 수업에 도전했다. 동현 씨의 상황을 알고, 작은 것까지 챙겨주는 관계자들 덕분에 교육을 받기가 수월했다고.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기숙사도 신청했다. 몸이 불편해진 이후 집을 떠나본 적이 없던 그에게는 큰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사전에 자신이 가진 장애를 포스텍 측에 밝혀 학교의 배려 덕분에 숙식하며 교육받을 수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동현 씨에겐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에 대한 기쁨과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자라났다. “처음엔 낯선 과목이 많았어요. 그래도 천천히 하나씩 배우다 보니 매일 하는 공부가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AI 교육 이후엔 공부를 더 해보기로 마음먹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죠”. 그렇게 공부를 시작한 지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는 9급 공무원 국가직 합격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 새롭게 도전하는 그에게 두 다리가 되어줄 ‘희망날개’
몸이 불편한 동현 씨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을 터. 그중 가장 잊지 못할 사건으로 그는 공무원 시험을 보던 날을 떠올렸다. “하마터면 시험을 보러 가지 못할 뻔했어요. 시험 장소까지 가던 중에 전동 휠체어가 멈춘 거예요. 시험장까지 아직 거리가 남아있어서 119와 112에 전화해봤는데, 그날이 일요일이고 너무 급작스러워서 당장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휠체어를 수동으로 전환하고, 지나가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가 뒤에서 밀어 주신 덕분에 면접장까지 도착할 수 있었어요. 휠체어 무게만 105kg, 제 무게까지 하면 총 180kg였죠”.
힘든 순간을 딛고 시험을 치른 뒤 가져온 합격 소식. 동현 씨는 해냈다는 자신감과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동현 씨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국가직 7급에 도전하여 시험과 면접을 거쳐 지난 11월 1일 당당히 7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합격 통보가 날아왔다.
그에게 합격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발령을 받으면 내년부터 모든 것이 일상에 맞춰져 있는 집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동현 씨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 있었다. 바로 포스코1%나눔재단이 펼치는 장애인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전동 휠체어를 기증받게 된 것이다.
승차감은 물론 기능적인 면에서도 이전 것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김동현 씨는 “이전에는 도서관처럼 조용한 곳에 갈 때 소음이 있어서 불편했는데, 새로운 전동 휠체어는 소리도 적고 승차감도 좋아서 편리해요. 이걸 타고 산책로에 가보고 싶어요. 다음 주에 여행을 갈 생각인데, 새 휠체어를 타고 마음대로 돌아다녀보고 싶어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처음에는 장애가 마치 큰 벽으로 보였어요. 그런데 그 안에 작은 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이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굉장히 두려웠는데 이젠 처음처럼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아요. 어려움을 마주한 분들이 작은 구멍을 헤집고 나아가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장애. 절망과 시련의 연속 가운데서 언제나 김동현 씨는 작은 가능성, 단 1%의 가능성일지라도 희망을 발견하면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원하는 꿈을 이루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작은 시련에도 좌절하고 포기하고자 했던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포스코1%나눔재단은 올해 ‘희망날개’ 사업을 통해 동현 씨를 포함한 총 14명에게 맞춤형 보조 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인생의 새로운 챕터에 접어든 이들이 새 전동 휠체어와 함께 더 행복하고 빛나는 길로 나아가길, 포스코와 포스코1%나눔재단이 응원한다.